한국장애예술인협회(회장 석창우)가 장애예술 전문 잡지 『E美지』 제36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장애예술인의 정책, 창작, 삶, 그리고 지역 및 국제 예술계 동향까지 폭넓게 다루며 정보성과 감동을 함께 담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에 대한 정책 제안이다. 현행 제도에서 시집, 수필, 소설 등 문학 창작물이 제외돼 장애문인의 창작물이 유통 구조 안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문학도 제도적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역 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애예술인을 위한 정보도 풍성하다. 전국 문화재단의 장애예술인 지원사업 사례를 정리해, 각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지원 제도를 소개했다. 특히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 예술 지원사업 운영 모델은 현장 중심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장르별 예술가를 조명하는 섹션에서는 네 명의 창작자가 등장한다. 척수장애를 지닌 시인 신계원, 지체장애를 가진 민화작가 한서희, 성악가 손범우, 그리고 발달장애 연극인 백지윤의 이야기는 장애를 넘어선 창작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장애예술인의 협업과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도 주목된다.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의 이승주 매니저는 예술행정가로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며 만들어 온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구대학교 채민 박사는 이론과 실천을 넘나들며 장애예술인의 권리를 위한 동반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문화계 소식으로는 세계적인 재즈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활동을 다뤘다. 장애를 지닌 클래식 보컬리스트로서 국제 무대에서 활약 중인 그의 사례는 국내 장애예술인들에게도 가능성과 영감을 전하는 콘텐츠로 실렸다.
『E美지』는 단순한 소식지나 기관지의 범주를 넘어서, 장애예술인의 현실과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국내 유일의 정기 간행물이다. 발행인 석창우 회장은 “E美지 첫 번째 독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이번 호는 내용이 다양하고도 밀도 있다”며 많은 관심과 독서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