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인과의 대담]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작곡가들과의 만남 - 작곡가 김한별

이현승 기자 승인 2021.06.02 21:14 | 최종 수정 2021.06.03 02:17 의견 0

오는 6월 7일(월) 오후 7시 30분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 윤동주를 말하다>에서는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신작 합창곡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7번째 연주회로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는 무대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에서 새로운 창작 합창 음악을 발표하는 12명의 젊은 작곡가 중 김한별을 만나봤다.

▲작곡가 김한별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별 : 안녕하세요, 계명대 2학년 휴학 중이고 지금은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작곡가 김한별입니다. 이렇게나마 인사 말씀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 간략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한별 : 윤동주의 시 ‘흰 그림자’에서 흰 그림자는 시인의 분열된 자아를 상징합니다. 윤동주의 많은 시는 반성적이면서도 자기 뜻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고, 이 시 역시 그러한 의지를 담아냅니다. 분열된 ‘나’를 내적 갈등과 성찰을 통해 마침내 해결해내는 모습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처음 전달받으신 윤동주의 시를 읽으실 때 작곡가님에게는 해당 시가 어떠한 인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한별 : 솔직해지자면, 시를 처음 봤을 때는 '이 시를 도대체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어야 할까?'하고 막막했습니다. 시의 내용이 결코 짧지도, 가볍지도 않거니와 제가 좋아하던 시인이었기에 감히 이 시를 담아낼 수 있는 곡을 쓸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동경하던 시인의 특징이 잘 드러난 시라고 생각해서, 반드시 좋은 곡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러시다면 어떻게 윤동주의 시를 해석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한별 : 시 초반에 등장하는 발자취는 시간의 흐름과 그 흐름 속 현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2연까지는 시인 본인이 현실을 자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3, 4연은 본격적으로 윤동주 시인이 자기 성찰을 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 갈등을 해소함에 따라 자신의 자아로부터 분열되었던 ‘흰 그림자’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그려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5연은 분열되었던 자아를 되찾은 이후, 1연에서 사용되었던 시어를 사용하여 처음과 비슷한 이미지를 그려나가는 과정입니다. 음악에서 클라이맥스를 지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이를 그대로 음악에 차용하였습니다. 6연은 시인의 순수한 신념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혹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한별 :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면 각 연을 어떻게 배치해야 시인의 갈등과 해소가 잘 드러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각 연을 이루는 행과 각 행을 이루는 시어가 제각각이어서 음악 각 부분의 비율을 맞추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김한별 : 윤동주 시인이 처해있던 시대적 배경과 자기반성적이었던 시인의 생각을 중점으로 갈등을 이루고 해소하는 음악적 흐름을 중점적으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갈등의 대상이었던 ‘흰 그림자’를 자각하고, 이를 떠나보내며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작곡가님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김한별 : 누구나 예술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한 시대의 아름다움을 남기려 노력하는 사람의 발자취’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있어온 작품과 사회가 있었기에 그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정의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김한별 : 어릴 때부터 영화나 게임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자라왔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말 다양한 레파토리를 시도하고 싶습니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성장해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작곡가 김한별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김한별 : 우선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공부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제가 어떤 진로를 걸을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목표는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음악과 관련된 활동과 교육이 매우 미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목표라면 보다 많은 사람이 체계적으로, 본인의 음악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유학을 가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음악적 환경을 가꾸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한별 : 우선 귀한 시간 내셔서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많은 독립투사가 물질적으로, 행동으로 국민의 지주가 되었다면,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에 서린 성찰과 굳은 신념으로 정신적 지주가 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 정신을 이어받고 싶어 하는 저희의 의지에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귀한 시간 내셔서 오신 만큼,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포스터

한편 작곡가 김한별이 참여하는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 윤동주를 말하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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