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음악 대통령' 작곡가 펜데레츠키 고향 크라쿠프에서 타계…향년 87세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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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15:20 | 최종 수정 2020.03.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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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9일(현지 시각) 고향 크라쿠프에서 향년 87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펜데레츠키의 아내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 협회'는 펜데레츠키가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에서 '음악 대통령'이라 불리는 펜데레츠키는 1933년 데비차에서 태어나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하고 1960년,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위령곡'을 작곡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성 누가 수난 곡', '폴란드 레퀴엠' 등 종교음악과 교향곡 등으로 20세기 현대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악기뿐만 아니라 톱으로 나무를 써는 소리, 사이렌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음악에 적용해 음악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펜데레츠키의 예술은 작품을 구성하는 소리를 뛰어넘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9·11테러 당시 반폭력 정신을 담은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작곡해 사회 참여적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그의 음악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3)>,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0)> 등에 사용되며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폴란드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한 후 그곳의 교수로 활동한 펜데르츠키이지만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91년 한국 정부에서 광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위촉받아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5번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1997년에는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서 그를 단독으로 초청, 2009년에는 서울국제음악제 명예예술감독으로 위촉돼 내한했으며, 한국 음악가 중 펜데레츠키의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는 작곡가 류재준,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비올리스트 이화윤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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