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0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에서는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신작 가곡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 <제5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은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열 여덟 번째 연주회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5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새로운 창작 가곡을 발표하는 12명의 작곡가 중 함정민(연세대학교 졸업/서울대학교 재학)ㆍ엄찬우(부산대학교 재학)ㆍ권나은(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교 졸업/계명대학교 재학)ㆍ신은재(성신여자대학교 석/박사통합과정 재학)ㆍ강나리(경북대학교 재학)ㆍ전다빈(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을 만나봤다. 그들의 음악에 관한 철학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형용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함정민 : 안녕하세요, 작곡가 함정민입니다. 다른 직업이나 설명보다 ‘작곡가’로 많은 사람들 앞에 인사하는 것이 정말 오랜만입니다. 참 어색하네요.
엄찬우 : 안녕하세요. 현재 부산에서 작곡을 공부 중인 엄찬우입니다. 이전에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오감도 시제1호'를 올린 뒤, 2년만에 같은 공연으로 작품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권나은 : 작/편곡가 및 지휘자 권나은 입니다. 현재 부산과 대구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늘 새로운 것과 흥미로운 것을 탐구하는 몽상가입니다.
신은재 : 안녕하세요. 작곡가 신은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로 만드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강나리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경북대학교 음악학과 작곡전공 4학년 강나리입니다.
전다빈 : 안녕하세요, 작곡가 전다빈입니다.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함정민 : 저는 서덕준 시인의 작품에 깊은 영감을 매번 받습니다. 제 경험 그리고 생각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이는 느낌이 항상 끌리는 듯 합니다. 그래서 가사가 있는 곡으로는 항상 서덕준 시인의 작품으로 작업해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진보관함'과 '꿈에'라는 두 편의 시로 작업을 해봤습니다.
엄찬우 : '광야'는 슈베르트, 브람스 같은 독일 고전가곡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한국어로 쓰인 문학 작품과 독일 가곡 특유의 장중한 사운드가 합쳐진 작품을 들어보고 싶었고, 그를 위해 이육사의 시로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권나은 : '마중'은 윤학준님의 곡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곡입니다. 저 또한 같은 내용의 가사로 작곡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묻어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른 곡이 되겠습니다
신은재 : 이번에 들으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정호승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라는 시를 가사로 한 곡입니다. 상대를 떠올리며 독백하는 화자를 음악으로 담아내었습니다.
강나리 : 이번 작품은 시인 윤동주의 끊임없는 단상과 고민, 괴로움을 담담히 노래에 담았습니다. 하루가 끝난 저녁 무렵 황혼이 바다를 뒤덮고, 밤의 어둠에 정박해 있던 배들도 함께 묻히며 시인 윤동주의 마음도 밤과 함께 침잠하듯 무겁고 어두워집니다. 최대한 그 감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전다빈 : 이번 연주회에서 저는 'Garak I'과 '서시'를 발표합니다. 'Garak I'은 소프라노 김혜영에게 위촉받아 작년 10월 이탈리아 'Reate 음악제'에 초연된 곡이고 이번 연주로 한국에서 초연하게 될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은 멜로디의 순우리말인 '가락'으로 이 작품에서는 한국적 멜로디의 특성 (떨림, 시김새 등)을 서양음악어법으로 치환하여 작곡하였습니다. 두 번째 곡은 우리에게 친숙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다루어 보았으며 '서시'에 나타난 심상을 가곡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함정민 : 이번 공연을 기회로 드디어 2년 반 만에 연필과 오선지를 빼들었습니다. 오랜만의 작업이라 그런지 악상이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찾으려고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참 위축 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작업을 마무리 지어봤지만, 많은 것을 시도 해보지 못한 저 스스로가 참 아쉬울 뿐입니다.
엄찬우 : 처음엔 한국어 텍스트와 클래식한 사운드가 어떻게 조응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작곡한 몇몇 음형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져서 수정을 고민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독일 가곡의 사운드 구현을 목표로 한 만큼, 음형의 오리지널리티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부터는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권나은 : 이 곡을 작곡 할 때 아주 큰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때는 아버지 상을 치룬지 반년도 안되어서 할아버지의 상을 치뤘기에, 평소에도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는 저에게는 무거운 책임과 감정들이 연이어 저를 짓눌러서 대단히 애를 먹었던 시간들이였습니다. 그 시간들을 버티고 이 시를 만났는데, 사랑했던 사람들과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비교적 수월하게 곡을 써내려갔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결코 친하지않은 사이였지만, ‘만일 이랬더라면,’ 이라는 가정이 덧붙여저서 씁슬하면서도 무덤덤했던 기억도 나네요.
신은재 : 시를 읽고 느껴지는 색채감을 악보에 구현하는 것이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강나리 : 대구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서울에서의 연주회를 준비하는 것 때문에 거리상의 문제 말고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전다빈 : 윤동주 시 '서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만큼 많은 작곡가들이 다루었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다른 곡과의 차별성을 둘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며 작업했던 것이 어려움이라기보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함정민 : 이미 제 작품을 접해보신 분들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 음악 어법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그만큼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저의 작법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도 많이 놀랐습니다. 아마 제가 모르는 새에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여전히 그대로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달라졌는지 관객 여러분께서 한 번 들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엄찬우 : 이 곡은 시의 연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음형과 분위기가 변화합니다. 음악적 변화에서 느껴지는 서사를 가사와 연결지어 감상하신다면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나은 : 한이 서려있는 듯 하나, ‘사는게 무언지 하무뭇하니(마음에 흡족하여 만족스럽다)’ 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만족스러우며, 언제나 당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곡에서 느껴주시길 원합니다. 늘 마주하는 그리움과 고통을 견뎌나가며 앞으로 전진하는 자의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랑’이고요.
신은재 : 고요하고 넓은 땅에서 바라보는 밤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들어주세요. 화자의 감정선을 같이 따라가면 좋을 것 같네요.
강나리 : 없습니다. 개개인의 해석을 존중합니다.
전다빈 : 두 곡 모두 곡 자체를 들으시고 바로 느껴지시는 인상, 느낌에 초점을 맞추시길 부탁드립니다.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함정민 : ‘예술은 표현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예술가로서 제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문장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말로 전해지지 않는, 혹은 말로는 전해질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들과 관념들을 표현하는 또다른 수단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엄찬우 : 과거에 같은 질문에 인생의 '아카이빙' 같은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때와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권나은 : 지금의 정의로, ‘우리의 삶을 윤택스럽게 하는, 소리나는 헌신’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헌신한다는 표현 외에는 더 경이로운 표현이 어디있을까요? 단순히 저를 위한, 저의 삶과 저만의 생각을 표현하는데에 국한되는 작품은 예술로써의 가치가 낮다라고 생각합니다.
신은재 : 예술은 가장 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보고,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을 보고 생각할 틈도 없이 경이로움을 느끼듯 말이죠.
강나리 :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없기에 예술은 그냥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예술을 하는 사람,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은 철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다빈 :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예술은 저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함정민 : 한동안 작곡가의 진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 길을 걸어보기로 다짐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짬짬이 기회가 되는대로 작품 발표를 꾸준히 할 계획이고, 당분간은 이전의 작법을 곱씹으며 조금씩 제련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엄찬우 : 저 자신을 관객으로 생각해서, 끝까지 들을 가치가 있는 음악을 쓰고 싶습니다. 오감도를 포함한 가곡 역시 꾸준히 써서 발표할 예정이고, 오페라 같은 극음악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권나은 : 이번 곡 ‘마중’ 처럼, 오늘을 멋지게 이겨내고 내일을 간절히 기대하는 작품들을 만들려고 하고있습니다. 그것이 작곡으로써 표현될 수 있고, 제가 지휘를 함으로써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 전의 질문에 연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람들의 삶에 기쁨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신은재 : 사람의 마음에 감정을 남기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나 가곡은 텍스트가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텍스트와 음악을 듣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 일 것 같거든요.
강나리 : 최근에 뮤지컬에 빠져서 이야기가 있는 극음악을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전다빈 : 작품을 쓰는 당시에 꽂히는 생각들이나 제 속에서 여물은 주관을 담아내는 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함정민 : 이번 공연에 찾아오시는 많은 관객 분들 중에서 누군가는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을, 또 누군가는 격변하는 힘겨운 때를 겪고 있겠지요? 그런 중에도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를 찾아서 공연에 오실테고요. 저의 작품들이, 또 함께 하는 다른 음악가들의 노력이 여러분에게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가 되기를 진정으로 소원합니다.
엄찬우 : 코로나-19 이후 드디어 조금이나마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된 지금, 이번 공연이 여러분들께 의미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권나은 : 가곡은 제 주요 작곡 레파토리가 아니기에, 이 곡은 저에게 소중한 가곡입니다. 그렇기에 이 여로 창작가곡제에서 여러분들을 만난다는 것이 참으로 뜻깊고 뜻깊은 자리가 됩니다. 관객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늘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있는 감탄사 ‘예술이네!’ 라는 그 한 마디를 달고 사실 수 있는 멋진 삶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 참고로 부산사투리로 말씀해주셔야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은재 :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작곡가가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곡들이니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강나리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이 되셨길 간절하게 빕니다.
전다빈 : 귀한 시간 내주셔서 연주회에 참석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리며, 참여한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에게 격려와 애정어린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작곡가 함정민ㆍ엄찬우ㆍ권나은ㆍ신은재ㆍ강나리ㆍ전다빈이 참여하는 <제5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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