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열한 가지 키워드로 현대 소비의 역사와 학문·비전을 한 권에 정리한 '소비 수업' 출간
지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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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23:57 | 최종 수정 2020.02.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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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가 열한 가지 키워드로 현대 소비의 역사와 학문·비전을 한 권에 정리한 ‘소비 수업’을 출간했다.
서울연구원이 2013년 발행한 세계도시동향 제320호는 독일 연방정부가 소비교육을 중심과제로 선정해 2010년부터 소비자양성 과목 계획팀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소비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습득시키는 조기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에서 ‘현대 소비사회의 이해’ 강의를 맡아온 윤태영 교수의 첫 저서 ‘소비 수업: 우리는 왜 소비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가?’도 그런 세계적인 요구로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윤태영 교수는 지금까지 소비에 대한 관심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한다. 초기 자본주의의 사상적 바탕을 제공한 막스 베버의 금욕주의적 자본주의가 19세기에 소개된 이후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소비’는 천박한 물질주의나 무분별한 쾌락이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소비의 의미는 변했다. 장 보드리야르의 지적처럼, 19세기 일반 대중이 노동자가 됨으로써 근대인이 됐듯 20세기 이후 대중은 소비자가 됨으로써 현대인이 된 것이다. 마시는 커피의 브랜드, 보는 영화와 전시회의 주제 등 오늘날 모든 행위는 소비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소비가 모든 것이 된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열한 가지를 선택했고 오늘날 소비의 핵심 욕망은 정체성을 위한 ‘구별 짓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생각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봉 마르셰 백화점 성공 과정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소환하기도 하고, 소비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좀바르트, 짐멜, 벤야민, 보드리야르와 부르디외 등 학자들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말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패턴으로 ‘소유하지 않는 소비’를 꼽는다. 연남동과 같은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공간 소비’가 예이다. 저자는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와 경험을 소비하는 새로운 패턴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을 공유하고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문화소비 패턴이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로 향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 소비 전반을 설명해주는 것도 ‘소비 수업’의 장점이지만 대학 강의 경험과 역사와 학문을 적절하게 활용한 쉬운 구성과 글쓰기도 이 책의 강점이다. 누구나 오랜 시간 들이지 않고 현대 소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 열한 가지 키워드 중 필요한 부분만 먼저 읽을 수 있고 현대 소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베버, 마르크스, 좀 바르트, 보드리야르, 부르디외와 같은 저자들의 이론 전반을 책 한 권으로 습득할 수도 있다.
한편 소비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주고 미래를 그려보는 ‘소비 수업’은 시장 흐름과 소비자를 이해해야 하는 종사자 및 소비를 벗어날 수 없는 모든 현대인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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