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 "신뢰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상준 기자 승인 2022.01.01 20:58 | 최종 수정 2022.01.02 22:51 의견 0

"사람으로서도 믿음이 가는 사람, 연주자로서도 믿을 수 있는 연주를 하는 사람, 교육자로서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

지난 12월 3일(금)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에서는 <2021 KOREAN MODERN CLASSIC-2>가 개최되었다. 다채로운 현대음악들로 채워진 이번 연주의 포디움에는 작곡가 지성민의 대표적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작곡가 지성민의 두 협주곡을 한 시간에 걸쳐 연주하는 특별한 기획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중 작곡가 지성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은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기른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섬세하고 과감한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최초로 현대적 양식의 음악을 연구하여 박사 논문을 받는 등 드문 경력을 가진 연주자이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은 이번 무대를 통해 무엇을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싶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래시안은 오늘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을 만나 그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1 Korean Modern Classic-2> 포스터

Q.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입니다. 예원학교·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난 8월에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하면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까지 졸업한 순수 국내파 연주자입니다.

Q.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하신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제가 이번에 연주한 작품은 작곡가 지성민 선생님의 ‘vv_vn___n_v n_v’ for violin and orchestra입니다 총. 417마디로 되어있고 연주 시간은 약 25분이 소요되는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전반적인 특징으로는 작품의 바이올린 솔로 카덴자의 단 한마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sempre non vib'로 연주됩니다. 거의 모든 음이 'Half Harmonics' 또는 'Harmonics'로 짚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활의 주법도 'sul ponticello', 'sul tasto', 'col legno battuto'를 넘나들면서 독특한 음색이 만들어집니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고요. 리듬이나 음정보다 이러한 음색적 질감으로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전개되어가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Q. 연주를 준비하면서 부담스럽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그리고 혹시 이번 연주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셨나요?
A. 약 3~4주 정도 준비했습니다. 작곡가 선생님과의 원만한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해 궁금한 부분은 금방 해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Q. 이번에 연주하신 협주곡의 솔리스트로서 청취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음색의 텍스쳐를 쫓으며 감상하시면 흥미롭게 들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관계성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 솔로와 악장의 이중주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General Pause'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어떤 의미일지, 그리고 앞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평소에도 현대음악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현대음악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현재 제가 사는 시대의 감정·생각·문화가 담긴 '동시대 음악'에 대해서 연주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연주하려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작곡가에게도 꼭 필요하고 연주자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당위 외에도 저는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작곡가와 만나고 그 사람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그 작품을 분석하고 연주하는 모든 과정이 저에겐 정말 재미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며, 어떻게 풀어나가야 작곡가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어떤 관계에 있어서든 거리감을 좁히려면 모두가 노력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듯이요. 서로의 말(음악)에 더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중간에서는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주고, 발화자는 청자를 고려하여 때때로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기회를 마련한다면 좋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권그림

Q. 현재 다양한 면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지난 8월에 오랜 공부를 마치고 학생의 신분을 벗었습니다. 현재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 솔리스트로서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고 다양한 연주 및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재로서 앞으로의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A. 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으로서도 믿음이 가는 사람, 연주자로서도 믿을 수 있는 연주를 하는 사람, 교육자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뢰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한편 지휘자 진솔이 이끄는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의 이번 <2021 Korean Modern Classic-2> 공연의 연주 실황은 추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클래시안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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