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성지 요르단의 신앙 유산을 조명하는 국제 순회 전시회 ‘요르단: 기독교의 여명(Jordan: Dawn of Christianity)’이 오는 7월 4일, 이탈리아 아시시의 팔라초 몬테 프루멘타리오에서 개막한다. 지난 1월 바티칸에서 성공적으로 출발한 이번 전시는 요르단 관광유물부 주관으로 열리는 두 번째 순회 전시로, 요르단과 이탈리아 간 문화·외교 교류의 상징적 이정표로 주목된다.
전시장소인 팔라초 몬테 프루멘타리오는 13세기 건축물로, 중세 곡물 창고에서 오늘날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역사적 장소다. 이곳은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 아시시 한가운데에 자리하며, 깊은 영적 울림을 품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시 장소로 선정됐다.
해마다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아시시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특별한 순례지로 여겨진다. 이번 전시는 요르단이 기독교 초창기의 중요한 신앙 터전이었음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성지로서의 위상을 국제 무대에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요르단 내 다섯 개의 핵심 기독교 성지가 있다. 예수가 세례받은 장소로 알려진 베다니(요르단강 건너편)는 교황청의 인정을 받은 공식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지다. 이외에도 느보산, 안자라 산모 성당, 텔 마르엘리야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 순교한 곳으로 전해지는 마케루스가 전시를 통해 재조명된다. 특히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베다니를 방문한 기록은 이번 전시의 상징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종교 전시를 넘어, 요르단이 중동 내 평화와 종교 간 대화의 가교 역할을 해온 역사적 정체성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2019년 아브둘라 2세 국왕이 아시시에서 ‘평화의 등불 상’을 수상하며 종교 간 화합을 이끈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전시 개막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2025년 성년(聖年)을 준비하는 시기와도 겹친다. 성년은 가톨릭교회에서 25년마다 돌아오는 특별한 해로,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성지순례와 신앙갱신에 나서는 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요르단은 중동 내 기독교 성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킬 기회를 얻게 됐다.
요르단 관광유물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요르단의 영적 유산이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순회 전시를 통해 종교 관광과 문화 외교의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요르단: 기독교의 여명’ 전시는 아시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전시일정과 관람 안내는 공식 웹사이트 mostragiordan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