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9일(금) 오후 5시 30분 공간울림 연주홀에서는 10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신작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는 <제14회 대구여름음악축제(주최 공간울림>의 초청으로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가 작곡을 맡은 무대이다.
▲작곡가 이상준ㆍ심지원ㆍ김다혜ㆍ천예찬ㆍ황재웅
오늘 클래시안은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에서 새로운 창작 음악을 발표하는 10명의 작곡가 중 이상준ㆍ심지원ㆍ김다혜ㆍ천예찬ㆍ황재웅을 만나봤다. 그들의 음악에 관한 철학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형용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준 : 안녕하세요, 작곡가·공연 기획자·언론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상준입니다.
심지원 : 안녕하세요, 작곡가 심지원입니다.
김다혜 : 안녕하세요, 김다혜입니다.
천예찬 : 안녕하세요, 작곡가이자 현재 지휘를 공부하는 천예찬입니다.
황재웅 : 안녕하세요, 음악애호가 황재웅입니다.
▲작곡가 이상준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준 : 저는 가끔 모든 인간 관계와 상황에서 답답함과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개방된 공간에 제가 놓여 있지만, 이 답답함은 마치 제가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갇힌듯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이 음악은 그럴 때 느꼈던 제 감정과 나아가고 싶은데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심지원 : 작품의 제목은 독일어로 ‘가득한’ 뜻을 가진 ‘voll’로 구어체로 쓰일 때 ‘취한’의 뜻을 가지기도 합니다. 연주자들과의 협력 대화를 통해 조직화된 소리를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첫 번째 작업입니다.
김다혜 : 이번 작품의 제목인 ‘무아(無我)’는 불교 사상입니다. 감각 기관을 통해서 느끼고 인식하는 경험은 있지만 ‘나’라는 것은 단순 개념일 뿐입니다. 또한 ‘나’가 생기는 순간 ‘너’라는 분리가 집착과 괴로움을 만들어 냅니다. 즉, 나’라는 실체가 없으며 이것을 깨달았을 때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사상입니다. 이러한 무아사상을 팝핀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천예찬 : 이번 ‘젊은 작곡가의 음악 여정’에서 들으실 작품은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시간의 덩어리’ 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에 어떤 시간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고 현재의 어떤 시간이 모여 미래의 내가 될지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서 시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형태의 시간을 말합니다.
황재웅 : 저는 물리와 우주에 관심이 많아 과학 관련 기사,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인데, 우연히 보이저 1, 2호가 행성의 소리를 녹음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것을 샘플로 Tape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홀로 여정을 떠난 탐사선처럼, 저 자신 스스로 불확실함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담대함을 가지고자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심지원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상준 : 저는 이미 과거에 작곡해두었던 작품을 다시 발표하는 것이라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심지원 : 아무래도 악기의 음색과 음향을 탐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을 작업할 때 촉박함이 있었지만, 어려움보단 항상 스스로 느끼는 것은 아쉬움 같습니다.
김다혜 : 곡을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팝핀이라는 장르와 결합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댄서 타이님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되었지만, 팝핀이라는 장르가 너무 생소하기에 시작 자체가 막막했었습니다.
천예찬 : 언제나 백지의 오선악보를 펴면 걱정과 부담감이 몰려옵니다. 아무리 곡에 대한 많은 구상과 소리의 상상을 해도 백지악보에 음표로 기록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소리와 내용을 더 디테일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많이 애쓰는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황재웅 : 처음 시도하는 편성에 대한 불안함과 안무에 대한 무지함 때문에 창작에 있어서 저의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구성하기보다는 발생하는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용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무를 함께 창작하여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작곡가 김다혜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이상준 : 음악이 주는 인상 그대로를 느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심지원 : 들려지는 소리의 끝자락을 끈질기게 쫓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김다혜 : 이번 작품을 팝핀으로 표현한 것이 ‘무아(無我)’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꼭 무아를 생각하지 않아도 팝핀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감상해주셔도 됩니다.
천예찬 : 이 작품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소리의 질감과 뉘앙스가 뒤로 갈수록 어떻게 변해가는지 감상해주시면 됩니다.
황재웅 : 음악과 안무 각각 따로 집중하기보다는 되도록, 같이 감상해 주시고 혹시나 음악을 주의 깊게 듣고 싶은 관객분은 홀의 중앙에 앉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의 변화를 느끼시며 감상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작곡가 천예찬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상준 : 어렵고 정의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저에게 예술이란 수도승의 자세로 얼룩진 거울을 닦고 닦아내고 그 거울에서 제 얼굴을 찾는 작업입니다. 개인적으로 치유의 개념도 포함되며, 아직도 잘 모르겠는 저 자신의 내재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자아 성찰을 위한 행위 중 하나입니다.
심지원 : 글쎄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만 질문과 별개로 저는 항상 시간예술을 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다혜 :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예술이고 그런 모순적인 매력에 빠지는 맛이 예술입니다.
천예찬 :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만의 철학이 반듯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황재웅 :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제2외국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로, 사람들과 내면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작곡가 황재웅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이상준 : 앞서 설명하였듯 저에게 작곡이란 저를 알아가기 위해 제가 행하는 여러 행위 중 하나입니다. 꾸준히 이 행위를 반복하고 반복해서 언젠가는 저 자신을 온전히 들어낼 수 있고, 듣기만 해도 '어, 이 음악 진짜 이상준 같다'라고 청자가 말할 수 있는 음악을 쓰고 싶습니다.
심지원 : 제가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재 작품을 직접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주자들과 협력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악보에 옮겨 연주할 때 작곡가로서 기쁨을 느낍니다.
김다혜 :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음악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천예찬 : 저는 지휘든 작곡이든 제 안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음악을 앞으로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황재웅 :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사람들과 통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사진제공=공간울림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이상준 : 여러 젊은 작곡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연주회입니다. 들으러 와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꾸준히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번 음악회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신 박철하 선생님과 좋은 공연을 위해 함께 준비해준 모든 작곡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심지원 : 이번 공연은 저희의 ‘지금’을 보여주는 소중한 연주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다혜 : 귀한 시간 내어 함께 연주에 자리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또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연주자와 기획자께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 날,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천예찬 :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10명의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즐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참석해주시면 좋은 연주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게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재웅 : 요즘, 전 세계가 불안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병과 전쟁의 위협으로 생존에 대한 의식이 강해져, 사람들 간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주회에 오셔서 불안함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음악과, 사람들과 통하여 마음의 거리만큼은 좁혀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 출연 작곡가
한편 작곡가 이상준ㆍ심지원ㆍ김다혜ㆍ천예찬ㆍ황재웅이 참여하는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에 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공간울림 홈페이지, 티켓링크 홈페이지,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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