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9일(금) 오후 5시 30분 공간울림 연주홀에서는 10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신작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는 <제14회 대구여름음악축제(주최 공간울림>의 초청으로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가 작곡을 맡은 무대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에서 새로운 창작 음악을 발표하는 10명의 작곡가 중 권나은ㆍ최준혁ㆍ안벼리ㆍ김승지ㆍ성상현을 만나봤다. 그들의 음악에 관한 철학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형용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권나은 : 작ㆍ편곡가 및 지휘자 권나은 입니다.
최준혁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최준혁입니다.
안벼리 : 안녕하세요. 전자음악 작곡가 안벼리입니다.
김승지 : 안녕하세요. 계명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김승지입니다.
성상현 : 안녕하세요. 현재 바르샤바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성상현입니다.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권나은 : 이번 곡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라이네케(C.Reinecke)의 플루트 콘체르토와 독일 민요 ‘로렐라이(Die Lorelei)’가 함께 어울려지는, 그러기 위해 제 아이디어를 집어넣은 완전히 새로운 곡입니다.
최준혁 : 이번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으면서 제가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안벼리 : 현재 제 작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 조금 헤매고 있습니다. 마침 이번 연주회의 이름처럼, 지금 음악 여정에 놓여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재밌는 게 너무 많다 보니, 무엇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느 날 문득 산책하는데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 떼를 보다 ‘저렇게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로이 작품을 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에 대해서 영상도 찾아보고, 논문들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날아다니는 벌레와 새들은 날갯짓을 할 때 발생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날개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한 번의 날갯짓이 한 주기가 됩니다. 그 주기가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소리를 만듭니다. 또 새들은 군집을 이루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속성을 갖는데 다른 새와 너무 가까이 날지 않도록 하면서, 방향은 같고, 떼를 이루어 날아다닙니다. 이러한 ‘자연적인 현상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들을 작품으로 시도해 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이 작품은 시작되었습니다.
김승지 : 이번 연주는 제가 졸업하고 처음 발표하는 음악입니다. 사실 졸업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무작정 뛰어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감정을 동물들이 자기 껍질, 피부를 탈피하며 성장하듯이 학생이라는 껍질에서 탈피하여 더욱더 성장하고 싶은 저를 표현한 곡입니다.
성상현 : 이 작품은 새해 첫날마다 타종 소리를 듣고자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에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종을 울리는 이유는 시대적 배경, 지역 그리고 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인류의 문명은 대부분 거대한 쇳덩이에서 나오는 이 소리와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종소리는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과 악기들의 소리에 비해 너무나도 단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은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침묵하게 하며 소리를 듣는 이들의 내면마다 각기 다른 감정,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는 소리가 각 개인의 내면을 투과하여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 이 현상에 큰 흥미를 느꼈었고 이를 주제로 삼아 지금은 울리지 않는 에밀레종의 소리의 특징을 사용하여 이 작품을 작업했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권나은 : 이번 연주회에 이 곡을 올릴지에 대한 고민을 대단히 많이 했습니다. 현대음악과 어떤 새로운 소리를 잔뜩 기대하고 오셨을 여러분께 협화음이 가득한, 그것도 아주 낭만적인 곡을 들려드리게 된다면 어떤 실망감을 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작곡’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는 곡이기에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고 이런 아이디어로 곡을 새로 만들 수 있구나라고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최준혁 : 음악이 글에 비해 훨씬 더 추상적인 형태를 가진 장르이다 보니 텍스트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설득력 있게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안벼리 : 새에 관해서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있어도,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 리서치하는 부분에서 자료가 없어서 힘든 것 같습니다. 소리를 만들 때 곡의 컨셉과 맞는 테크닉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요. 막상 곡을 빨리 써내는 스타일이라서, 언제나 준비하고 구상하는 단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 내에서도 모든 작곡가가 그렇듯 구현하면서 얼마나 많은 설득력을 가지느냐, 그것이 음악적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항상 하는 질문입니다.
김승지 : 이번 공연을 기회로 오랜만에 곡을 썼고, 연주 또한 오랜만이라 걱정과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제일 힘들었고, 악상이 잘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지만 그래도 연주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커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성상현 : 곡의 주제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다 보니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소리의 텍스처와 재료들을 만들고 선정하는 저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고민은 이전 작업에서도 존재했었고 또한 재작업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만 사실 이러한 과정조차도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몇 번의 작업을 더 할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권나은 : 이번 곡의 테마 중 하나는 심플한 민요이고 하나는 기교적인 낭만파 곡입니다. 두 가지의 테마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플루트 콘체르토라는 형식을 피아노 퀸텟으로 만들어서 소리의 통일성을 더 주었습니다. 이 두 테마가 한 곡이 되기 위하여 어떤 유기성을 가지는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또 플루트 콘체르토가 바이올린일 때 어떤 소리가 되는지 발견하시어 곡의 흥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준혁 : 없습니다. 제가 작업한 방식과는 무관하게 관객 각자가 느끼는 대로 해석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벼리 : 작곡가 존 케이지는 본인의 저서 『사일런스』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리는 자신이 사상이라고도, 의무나 기타 무엇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자기 해명을 위해 다른 소리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 여러분들께 부탁드리자면, 제 작품을 볼 때 들리고 보이는 감각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승지 : 모든 사람은 탈피(성장)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을 듣는 관객분들 또한 각자만의 탈피를 생각하며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상현 : 그저 편안히 들으시면서 혹시나 마음속 어떠한 이미지나 생각이 떠오르신다면 그것을 좇아가보시길 바라봅니다.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권나은 : 저에게 예술이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소리 나는 헌신’입니다. 남들에 의해 우리의 예술이 빛나든 빛나지 않든, 남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최준혁 : ‘예술은 이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예술은 예술가의 개인적인 감정과 충동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벼리 : 받은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사전에 예술이라는 말을 검색해 보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예술에 대해 제 의견을 말할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물론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 말이 다 맞는다는 것도 아닙니다만, 제 의견을 조심스럽게 얘기해 보자면 예술의 다른 말은 기원(오리지널), 독창성,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표현한, 완벽하게 대치되지 않는 기호. 그래서 기원이자, 독창성과 개성이란 말로 대체될 수 있는. 그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지 : 예술은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소리, 사물, 감정 등 그 어떠한 것이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그것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상현 : 예술이란 인간 내면의 추상적인 형태의 심상을 포착하여 표현하는 과정 혹은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권나은 : 지금의 모습이 힘들든 좋든 그 고통과 영광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와 우리를 위하여 늘 새로운 내일을 간절히 기다리고 기대하게 되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준혁 : 당분간은 소설, 에세이, 극작 등의 문학을 읽고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벼리 : 이번 연도에 쓴 곡은 197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빈티지 모듈러 신시사이저 악기와 전자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곡이었습니다. 작년에는 국악 작곡가와 협업해서 곡을 만들기도 했고,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해서 도시의 앰비언트를 이용해 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관심 가는 것들이 많아서 제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으면 일단 도전해 보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잘되면 잘 좋고, 아니면 아닌가 보다 하고. 평생 하기로 마음먹은 음악이니,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의 범위를 확장해보자는 마음가짐입니다.
김승지 : 이번 곡은 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곡은 관객들이 감상하며 본인만의 이야기를 대입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주제를 통하여 여태껏 시도해보지 못했던 장르나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성상현 : 제 삶 안에서 답을 내리지 못하여 저와 계속해서 함께하고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질문들과 질문들에 대한 저의 고찰과 답을 제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권나은 : 저희는 각자의 자리와 위치에서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매일매일을 고민하는 청춘들입니다. 이번 연주가 우리가 나아가는 길 위에 또 한 걸음을 내딛는 발걸음으로써, 늘 치열한 삶을 사는 와중에도 예술의 꽃을 피우는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이 대구라는 곳에서,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그 예술의 꽃들이 계속 피어나도록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최준혁 : 이번 무대를 위해 열 명의 작곡가들과 연주자들 모두가 오랜 시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귀한 발걸음 해 주신 만큼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연주 당일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벼리 : 일단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관객분들의 시간을 이렇게 뺏어도 될까 항상 걱정과 생각이 많습니다. 전자음악은 연주회에서 다소 생소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여러분들의 곁에 전자음악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관, 미술관 할 것 없이 도처에 있었지만, 좀 더 소리에 집중하는 그런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이외에도 다른 작곡가분들도 전자음악을 하시니 재밌게 감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승지 : 귀한 시간 내주시고 멀리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는 작곡가가 되겠습니다!
성상현 :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이번 연주회가 찾아오신 모든 분께 즐거움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편 작곡가 권나은ㆍ최준혁ㆍ안벼리ㆍ김승지ㆍ성상현이 참여하는 <예술수다II : 젊은 작곡가의 음악여정>에 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공간울림 홈페이지, 티켓링크 홈페이지,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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