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문화재단, 이태준: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展 오는 9일까지 개최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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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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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문화재단(대표이사 서노원)이 오는 11월 9일까지 ‘2024년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인 ‘이태준: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전(展)을 진행한다.
성북구 2030 문화비전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는 성북의 근현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동시대 작가들이 다양하게 재해석해 그 의미를 현재로 확장하고자 기획됐다. 문인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성북에서는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매년 성북의 문인 한 명(신경림, 조지훈, 박완서, 황현산 등)을 선정해 ‘성북문인사전’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 의의를 다시 살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2024년에는 탄생 120주년을 맞는 소설가 ‘상허 이태준(1904~?)’을 현재로 소환한다. 이태준은 한국 문학사에서 뛰어난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월북으로 인해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작가였다. 1988년 월북 작가 해금 조치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는 그는 성북동에 거주(1933년~월북 전)하면서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그 외에도 1930~40년대의 대표 문예지 ‘문장’의 주간, 고완(古翫) 수집가, 신문사 학예부장, 박물관 주임, 미술비평가 등으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활약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태준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이태준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를 재해석한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 ‘이태준: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와 이태준과 그의 작품에 대해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달밤 강좌: 이태준 冊’, 참여 작가들과의 아티스트 토크 ‘이태준과 달밤의 작가들’ 등으로 다채롭게 마련했다.
전시 제목은 그의 대표작 ‘달밤’의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달밤’이나 ‘달’은 그의 글에서 종종 등장하는 특별한 시공간적 존재로, 이태준에게 있어 정서적인 측면에서나 사상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어린 시절 고아가 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절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숙청당해 마지막조차 불확실했던 북한에서의 삶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달밤은 소설 ‘달밤’의 주인공인 황수건에도, 실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던 이태준 자신에게도 유감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태준을 동시대로 불러온 권혜원, 김선주, 김원진, 박선민, 레이어스랩(조성은) 5명의 예술가들이 사전 강독회를 통해 이태준의 생애와 문학작품에 몰입해 6개월 이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낸 작품 16점을 소개한다.
권혜원은 이태준의 작품 시기 중 문학적으로 덜 평가되는 해방 후의 시간에 관심을 갖고 ‘이태준과 세상 멸망 게임을 하다’(2024)는 작품을 제작했다. 그 시기에 그가 꿈꿨던 새로운 세상을 롤 플레이 게임으로 만든 것인데, 이를 통해 이태준이 꿈꿨던 세상을 관람객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읽으면서 문장을 짓는 것과 정원을 가꾸는 것이 닮아있음을 깨달은 김선주는 이 책을 건축과 정원의 지침서로 읽어가면서 이태준의 정원을 상상해 ‘최단거리의 정원’(2024)을 설치했다.
김원진은 ‘투명한 서사’(2024)라는 작품을 통해 문학적 재능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채 무거운 현실에 짓눌려 보냈을 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의 문학적 메시지를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투명한 아크릴 페이지들로 표현하고자 했다.
박선민은 ‘성북동’이라는 장소를 매개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 자신과 80년 전쯤 이곳에 머물렀던 이태준과의 시간을 뛰어넘는 교감을 관객 참여형 사운드워크, 드로잉 등으로 선보인다. 특히 그 옛날 이태준과 현재의 작가가 걸었던 한양도성 주변을 산책하며 듣는 ‘80년만의 산책’(2024)은 관람객들을 이태준과 박선민이 공유하는 세계로 초대한다.
레이어스랩은 ‘문장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이태준이 살았던 시대와 관련된 도서, 뛰어난 문장가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이태준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인물 계보도와 함께 선보인다.
한편 같은 시간을 살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문인들이 남긴 작품을 읽으며 그들의 삶의 행간을 상상해보는 일, 혹은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과거의 예술가를 동시대인으로 초대하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또, 이태준이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류하고 활동했던 것처럼 문학과 다른 분야의 예술가가 시대를 뛰어넘어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의미가 깊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도 마침내 이태준을 동시대인으로 맞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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