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7일(월) 오후 7시 30분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 윤동주를 말하다>에서는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신작 합창곡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7번째 연주회로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는 무대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에서 새로운 창작 합창 음악의 지휘를 맡은 3명의 젊은 지휘자 중 지휘자 조원주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조원주 : 안녕하세요!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으로 합창 지휘를 공부하고 있는 조원주라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에 3명의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지휘를 맡으신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원주 : 저는 총 4개의 작품을 맡게 되었습니다. 김한별 작곡가님의 '흰 그림자', 정현우 작곡가님의 '쉽게 쓰여진 시', 심현호 작곡가님의 '사랑스런 추억' 그리고 박소헌 작곡가님의 '바람이 불어'입니다. 이번 창작 합창제의 주제가 시인 윤동주인 것과 같이 이번 연주의 모든 작품이 그의 시들을 가사로 하여 작곡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휘하게 된 위의 4개 곡 또한 암담한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그가 자기 자신 안에서 겪은 깊은 갈등과 지난 과거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을 풀어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을 처음 받으시고 악보를 읽으시면서 느끼셨던 기분 혹은 감정이 궁금합니다.
조원주 : 작곡가님들께서 곡을 완성하신 후 그 어느 곳에서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채 받게 된 새 작품들이었기에 우선 정말 순수하게 ‘매우 소중하다’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 후엔 작곡가님들께서 이 시를 각각 어떻게 해석하시고, 어떻게 표현하시고자 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시다면 어떻게 윤동주의 시를 해석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원주 : 우선, 시인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과 그가 살아온 일생에 대해 찾아보았었고, 그 후엔 시대별로 작품들을 나열해 본 후 각각의 작품이 어떤 것을 말하고자 했는지, 어떤 이유로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인지를 알아가며 시를 해석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저는 거시적인 시점에서 그의 작품들이 모두 본인의 깊은 '고뇌'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와 대조적으로 한 청년의 '희망'과 '순수함'이 철저하리만큼 묻어있다는 것이 그가 쓴 시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해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조원주 : 기획자님부터 다른 지휘자님들과 반주자님 그리고 모든 합창 단원분들까지, 연주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다들 열심히 준비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어려웠던 점을 한 가지 꼽는다면 아무래도 모든 시가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에 쓰인 작품들이기 때문에 곡들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로 작곡되어 합창단원 분들께서 긴 연습 시간 때문에 많이 지치실 텐데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을 연속으로 연습하게 되어 이로 인해 더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지휘자 맡으신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조원주 : 첫 번째 ‘흰 그림자’ 작품은 피아노가 전체적인 곡의 멜로디를 이끌어가고 합창은 담백하면서도 화성적으로 힘들고 괴로웠던 자신을 ‘흰 그림자’라 표현한 시인 윤동주의 마음을 노래하는 곡이기에 피아노 선율을 중점으로 곡을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쉽게 쓰여진 시’는 작곡가님께서 ‘쉽게 쓰여진 시’라는 하나의 시 안에서 바뀌는 각 장면과 내용의 분위기에 맞추어 작곡한 것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내용일 때 어떠한 분위기로, 어떠한 화성으로 표현하였는지를 생각하며 들으시면 시인 윤동주가 글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 음악적으로 더욱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 번째 ‘사랑스런 추억’은 깊은 고뇌를 담았던 다른 세 개의 시들과는 달리 시인 윤동주가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시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느꼈을 추억에 대해 아련함과 지난날의 동경을 생각하며 들으시는 것이 이 작품을 감상할 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됩니다.
마지막 ‘바람이 불어’는 시인 윤동주가 바람을 맞으며 자신이 왜 이렇게 괴로운지에 대한 이유를 고뇌하는 시입니다. 그렇지만 이 괴로움은 결국 바람이 불고 강물 또한 자꾸 흐르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시대에 아무 변화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본인에 대한 무력감 때문인 것이 작품 안에서 드러납니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작곡가님께서는 애처로운 느낌의 선율과 화성을 통해 그의 자괴감과 괴로움을 표현하였으며, 곡의 후반에서는 ‘바람’이 정말로 거세게 부는 듯한 표현을 음악적으로 꾀하셨기에 그 부분을 중점으로 곡을 감상하신다면 시인 윤동주가 느낀 설움을 함께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휘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휘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조원주 : 사실 저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가는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무어라 확실하게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예술’이라는 것 또한 누군가가 다듬고 만들어나가는 일종의 ‘기술’이지만,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신비로운 ‘기술’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휘자로서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드시고 싶으신가요.
조원주 : 그 음악을 들었을 때나 그 음악을 불렀을 때, 아니면 우연히라도 그 음악과 함께 했던 그 순간이 좋은 시간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조원주 :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한 명의 지휘자이기에 앞으로 함께할 연주자분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휘자가 되도록, 또한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 관객분들에게 좋은 순간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우선 열심히 현재 밟고 있는 석사 과정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조원주 : 우선 많은 사람이 모이기 힘든 상황 속에서 이번 연주회를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주회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였습니다. 이 많은 연주자가 시인 윤동주의 작품을 하나의 시에서 하나의 합창곡으로 어떻게 새로이 탄생시키고 어떻게 만들었을지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저희와 함께 이 음악들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일제강점기에 ‘시인’으로서만 저항을 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시를 써내려 나가고, 마지막까지 독립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움켜쥐고 놓지 않았던 ‘시인 윤동주’, 그의 고뇌와 순수함을 함께 느끼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소망하며 답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지휘자 조원주가 참여하는 <제3회 여로 창작 합창제 - 윤동주를 말하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구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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