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곡가 강한뫼, "제게 예술이란 감각에 이성적 사고를 더하는 것입니다"

이상준 기자 승인 2021.10.06 13:09 | 최종 수정 2021.10.06 13:12 의견 0

오는 10월 9일(토) 오후 5시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회신] 윤동주 귀하>에서는 작곡가 강한뫼가 약 3년간 14편에 달하는 윤동주 시에 음악을 입힌 창작가곡을 독창과 중창으로 연주된다. 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은 무대 연출과 영상이 더해져 눈과 귀로 다채롭게 시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가 될 예정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회신] 윤동주 귀하>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윤동주 시를 전달하는 무대를 준비한 작곡가 강한뫼를 만나봤다.

▲작곡가 강한뫼

Q.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대구를 거점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강한뫼입니다.

Q. 이번 연주회에 대한 설명 간략히 부탁드리겠습니다.
A. ‘[회신] 윤동주 귀하’라는 타이틀의 이번 공연은 14편의 윤동주 시와 이를 가사로 하여 음악을 입힌 저의 창작가곡을 독창과 중창으로 노래합니다. 각 시 속에 담긴 시상과 음악 편성, 분위기를 반영하여 서술적으로 엮은 시놉시스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연출, 영상이 가미된 종합 예술적 성격을 지닌 무대에요.
올해 아르코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제작하게 된 본 공연은 제가 기획에서부터 연출과 전체음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구 문화예술 청년창업 기업인 프란츠 스튜디오/프로덕션(대표 곽소영)이 주관 아래 대구에서 활동하는 유망 성악가 소프라노 이소혜, 허은정, 메조소프라노 김현진, 이현지, 테너 김동현, 박성욱, 바리톤 강민성, 베이스 한준헌 님과 피아니스트 김성연 님이 출연하고 영상제작에 안민호 감독님, 무대 조명에 이세기 감독님 등 지역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무대입니다. ‘[회신] 윤동주 귀하’는 다가오는 10월 9일 한글날 오후 5시에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Q. 윤동주가 작곡가님에게 특별하신 이유나 그를 선택하신 이유는 어떻게 되실까요?
A.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난생 처음 가곡을 쓰기 위해 시를 고르는데, 음악을 만들기 위한 시 선정에 기준이 전혀 없으니 익히 알려져 있는 시인의 것에서 출발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윤동주 시인의 시는 가곡을 처음 만드는 제게 쉬운 형식이 아니었어요. 시 중 대다수는 당시의 제 음악적 역량이 부족한 탓에 시작도 못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제게서 자연스러운 음악이 만들어지던 작품들이 하나둘 쌓여갔고, 국내외에서 경험한 다채로운 음악 활동들로 쉽지 않았던 윤동주 시에도 어느 때인가 음악을 입힐 수 있게 되더군요. 제게 윤동주의 시가 특별해진 이유는 이러한 제 개인의 음악적인 성장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회신] 윤동주 귀하 포스터

Q. 그러시다면 어떻게 윤동주의 시를 해석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A. 가곡에 있어 ‘시의 해석’과 ‘음악’의 관계에 대한 저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네요. 우선 저는 작곡을 위해 시를 해석하지 않습니다. 저의 가곡 작곡의 목적은‘말을 그저 아름답게 전하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배경 또는 문장의 뉘앙스만이 음악으로 그려낼 뿐이죠. 해석이란 것은 음악을 통해 말을 수용하는 청자의 여전한 몫이라 생각합니다.

Q. 혹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무대와 관련된 모든 음악 제작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기대와 최종적인 연주 그 자체로 보상 받잖아요. 그럼에도 이번 작업이 굳이 힘들다 느끼는 것은, 공연을 실현하기 위해 수반되는 행적적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연 책임자로서 예산편성, 무대연출 등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 뿐이니까요. 그래도 배운다 생각하고 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연주회의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감상할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A.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독일, 이태리, 프랑스 등 외국 가곡 감상은 음악만을 듣는 일일지 몰라요. 가곡은 시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음악인데, 외국 가곡의 낯선 언어의 시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이 들리는 가곡은 시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문학과 음악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정한 의미의 가곡 감상이 가능합니다. 저는 그 시간 자체를 즐겨주시기를 원합니다.

Q. 작곡가님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께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A. 제게 예술이란, 감각에 이성적 사고를 더하는 것입니다. 또한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것을 드러내는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고 끊임없이 생각함으로 다듬는 일입니다. 사유하는 한, 세상의 모든 것은 예술적이라 믿습니다.

Q. 그럼 작곡가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작곡을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노다메 칸타빌레’, 중고등학교 시절 한 지인의 소개로 보게 된 이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 때문이었어요. 당시 주인공인‘치아키’에 매료되어 처음에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이후 고등학생에 들어가면서 아버지와 진로 상담을 했고, 아버지께서 주변의 지인께 자문을 구해 가져다주신 첫 답이 바로 작곡을 배우는 것이었어요. 지휘자는 음악의 전반적인 것을 알아야하는 사람이고, 그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작곡이라는 이유로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계신 지금까지 하셨던 고민과 방법을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저를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 살게 한 아주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음악이라 말하는가?’라는 음악의 근원에 관한 것이었죠. 그에 대한 답으로 저는 “음악은 악보 너머의 ‘소리’와 그것을 듣는 ‘청자’로 말미암아 존재한다.”는 문장을 하나 정리했습니다. 이 문장의 중요한 키워드인 ‘소리’와 ‘청자’는 제가 지속적으로 작곡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새로이 정하게 했어요.
악보 속 손의 기록을 최종 과정으로 두었던 작곡의 과정을 발현된 ‘소리’의 기록까지 확장 시켰고, 그리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녹음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어요. 그리고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의 발달,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비교적 쉬워진 소리의 유통과정을 적극 이용했습니다. 그것으로 ‘청자’에게 닿을 시공간 제약 없는 통로를 만들었고 여전히 흘러가고 있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치열하고 전략적인 삶의 투쟁이 예술가라고 달리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움직여야죠. 그리고 방향을 정하여 행동해야죠. 저의 지금은 그렇게 준비한 삶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Q. 현재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맡고 계신가요?
A. 현재 대구시립국악단 작곡가 겸 악보계 단원으로, 창작국악 연주단체 우리음악집단 소옥의 작곡가 겸 건반연주자로 국악관현악을 비롯한 창작국악곡 개발에 힘을 쓰고 있고요. SM 엔터테인먼트 SM Classcis 작·편곡가로서 클래식과 대중예술을, 대구 거점의 창작작곡집단 혜윰 동인으로 진보적인 예술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으신가요. 또는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이제는 쓰고자 하는 어떤 작품 속에 경험한 모든 장르의 것이 새롭게 응집되고 운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다른 작곡가와의 차별점이며, 본인의 특별하고도 독특한 음악 색채로 평가 받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익숙하나 신선한 음악”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음악적 이상향으로, 이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녹아내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Q. 창작욕구는 주로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A.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그 마음으로 부터요.

Q. 작곡가로서, "현대" 음악을 하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현대 "음악"을 하려고 해야할까요?
A. 먼저 ‘난해함’과 ‘무조성’으로만 설명되는 “현대”음악에 대한 개념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음악은 기능화성에 국한된 작곡어법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음악의 관념적 변화와 음악 재료의 확장으로, 즉 거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는 작곡가가 바라보는 어떤 대상에서 음악을 고민하는 관점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동시에 사고의 확장을 가져다주죠. ‘난해함’과 ‘무조성’만으로 “현대”음악을 규정하는 한 감상하는 첫 단계를 넘어서기 쉽지 않아요.
20세기 이후의 작곡가에게는 이전 세기의 모든 음악적 작풍이 한 사람의 일생에 걸쳐 공존했고, 이유와 필요에 따라 선택한 다양한 양식의 작품들이 만들어졌죠. 현대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음악적 정보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이들을 많이 접하고 경험하고 이해하여, 마음에 따라 ‘이렇게 써봐야지’라 표현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현대’음악을 해야지.”라며 스스로 마음먹을 일이죠.
이 질문은 대학교 2학년 때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그때 얻었던 답이 “작곡가는 ‘음악’을 쓰는 사람이다.“에요. 제 지난 모든 시간은 다양한 음악의 현장에 들어가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데 쏟았고, 그것은 제게 다채로운 음악 장르적 선택지를 제공해주었어요.
“나의 음악”은 그저 사람의 필요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생각을 어떻게 풀어낼 지를 고민합니다. 그 방법엔 제가 경험한 ‘현대’의 모든 ‘음악’이 있죠.

▲작곡가 강한뫼

Q. 작곡가님의 작업과정이 너무 너무 궁금합니다.
A. 저는 언어로 시작하는 음악과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제 머리속에 충분히 그려지는 그림으로부터의 음악 작업 방식을 좋아합니다. “작곡가 강한뫼의 음악은 그림이 그려진다.”라는 평가는 어쩌면 꽤 구체적인 그림으로 출발하기 때문일지 몰라요. 여행을 좋아하는데요. 그렇게 눈과 카메라에 각인시킨 수많은 장면을 꺼내 쓰고 있습니다.
‘익숙하나 신선한 음악’을 모든 작품의 방향으로 둡니다. 익숙한 것은 제게 자연스러운 것이나 ‘신선함’은 의도적으로 비틀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름의 음악적인 실험과 시도가 늘 있습니다. 감각을 결코 흘러가는 대로 두지 않습니다. 그래야만 저와 제 음악이 또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거든요.

Q. 많은 양의 작품을 작업하시는 거 같은데 혹시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A. 저의 경우 기간 대비 작업량의 계획과 정도를 정하지 않아, 어느 때인가 여유를 잃고 시간에 급급해서 작품에 대한 충분한 생각을 갖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작품을 빨리 마무리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끝세로줄에 그을 때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요. 또한 의뢰하신 분들께는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생겨요. 생각하는 만큼 작품은 더 나아갈 수 있음 아니까요.
결국 작곡만 하지 않는 것이에요. 작품 하나를 위한 시간을 넉넉히 가지는 것과 그리고 충분한 쉼을 누리며 작업과 작업 사이의 여백을 두는 것. 그것이 늘 필요합니다.

Q. 현재로서 앞으로의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A. 생각하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요.

Q.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A. 저는 이번에 작곡가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름다운 예술 무대를 만들기 위해 종이 위의 음악을 극복하고, 음악의 감동을 고민하며, 정교한 소리를 논했던 8인의 성악가, 피아니스트, 영상 및 조명감독, 무대 관계자 모두의 음악입니다. 새로운 음악을 남기는 제작자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마음 쓰이신다면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말아주시고, 연주회에 오셔서 감상하는 그 시간만큼은 이들의 고뇌는 묻어 둔 채, 그저 편안한 음악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 20세기와 21세기, 문학과 음악. 시대도 분야도 다른 두 예술가의 젊음이 맞닿는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류. 대구 문화예술 청년창업 기업인 프란츠 스튜디오가 주관하는 <[회신] 윤동주 귀하>는 현재 티켓링크에서 거리두기 좌석으로 예매 가능하다.

클래시안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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