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수많은 젊은 작곡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작곡가로서 건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작품발표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티제는 젊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들이 널리 연주되기를 바라며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한국을 빛낸 젊은 작곡가>를 기획했다.

한국 나이로 33세, 87년생 토끼띠 음악가 전민재ㆍ이용범ㆍ진솔이 이번 연주회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무엇을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싶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래시안은 오늘 지휘자 진솔을 만나 그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지휘자 진솔입니다. 이번에 아르티제에서 <한국을 빛낸 젊은 작곡가>를 지휘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어떤 질문을 좋아하실까요?
사실 질문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알아서 잘 내뱉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떠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작업을 해보시고 싶으신가요?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그냥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앞서 말해주셨다시피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들을 지휘하고 말러리안과 함께 말러 교향곡 6번을 지휘하였으며 블리자드와 함께 게임 음악들을 연주했고 현대음악 관현악 작품들을 지휘했습니다. 어제 터키 에스키셰히르 교향악단에서 공연하고 돌아오기도 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으로도 앞서 나열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사실 크게 다를 게 있을까요...내실을 다져서 앞서 말씀드린 것들을 조금 더 농축, 숙성 시켜 이전보다 잘해보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번에 전민재, 이용범 작곡가님의 작품을 지휘하시는데 두 작곡가의 작품은 어떻게 다르신가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두 분의 느낌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이러한 캐릭터뿐 아니라, 두 분이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도 매우 다릅니다. 아직 저도 곡의 전 악장을 받은 것이 아니지만 굳이 말씀드려보면, 이용범 작곡가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쪽의 후기 낭만 이후부터 현대까지의 기법과 느낌에 충실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편으로 여겨집니다. 전민재 작곡가는 프랑스 쪽에 더 가까운 편이고 과거보다 점점 간결한, 좀 더 이전의 음악적 스타일에 집중하는 듯 보입니다. 작곡가가 심취해있는 대위와 푸가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하하, 제 생각일 뿐입니다.

▲지휘자 진솔 연주 실황 영상

음악적 동료로서 작곡가 전민재, 작곡가 이용범 그리고 친구로서 전민재, 이용범은 많이 다른가요? 혹시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신가요?
작곡가 전민재는 평상시 낯을 가리기도 하고 친해지기 쉽지 않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단순하고 선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람을 매우 좋아하는 작곡가입니다. 사교성은 없지만 사려는 깊습니다. 조심성이 있지만, 자신만의 색은 뚜렷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곡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리라 예측합니다. 예상보다 청중과 연주자를 배려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작곡가 이용범의 첫인상은 길쭉하셔서 모델 같았습니다. 큰 키에 독특한 이목구비 때문인지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시원시원한 인상과 더불어 신사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대화 전개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힘이 많이 되었습니다. 작품 역시 생각하는 바가 확실하고 부분에 대한 전개 과정이 친절하지만, 모험심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두 분 모두 작품에 대한 태도는 작곡가로서 똑같이 진중합니다. 다만 작품에 포함된 색채와 겉으로 드러나는 성향에 집중해서 바라본다면, 큰 차이를 보인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창작곡 지휘를 자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연주자로서 창작곡에 대한 사명감이 있으신 건가요?
네, 사명감이 있습니다. 작곡가들의 노고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고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요.
한번은,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공연 때에 앙코르 직전에 우연히 발생한 애매한 텀이 있었어요. 그 시간을 틈타 잠시 마이크를 잡고 사보/편곡자의 노고를 설명했었는데요, 그걸 들은 관객들이 엄청 놀라워했고 그 작업이 굉장한 것이었구나-라고 회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청중들이 사보/편곡/작곡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당연히 어느 정도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먼 것 같더라고요. 대중성이 있는 음악보다는 아니겠지만 클래식계에서 역시 작곡가들의 노고보다는 곡에 대한 비판 또는 기피만 가득한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작곡가들의 현실과 노고를 알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앉아서 작품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값진 행위인지, 현실적으로 작곡 및 연주 자체가 올바르게 실현되기 어려움과 동시에, 실연도 어렵기 때문에 작곡 학생들이 연주자와의 소통 및 작곡가의 능력 개발 역시 쉽지 않다는 점도요. 
뭐 이 문제들 말고도 많지만, 우선은 이 주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접근해보고 싶어요. 오작교 프로젝트라고 오케스트라와 작곡가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아르코 창작 프로젝트 등등도 나라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작곡가들의 잔치일 뿐 실제 청중들에게는 전달력이 미비하다고 여겨집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실제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황을 실제로 급박하게 주기도 하고요. 서로의 마음이 하나 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겠지요.

▲지휘자 진솔 인터뷰 영상

말러리안, 게임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연주회에서 지휘를 이끄시고 계십니다. 정통 클래식이 아닌 여러 도전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시기에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실행하고 경험해봐야 뭐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저도 배워 나가니까요. 어릴 적 읽은 천자문을 달달 외운 아이와 만자문을 배우러 다닌 아이에 대한 우화를 기억합니다. 저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의식이 깨어 다년간 노력하면 만자문을 배운 아이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습니다. 물론 천자문도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외워야 하겠죠.

지휘자 진솔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대답하기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네요. 단순히 음악, 미술, 무용 등의 고전적인 분야가 아닌 모든 이의 삶 그 자체가 각자의 예술이라고 제겐 와닿습니다. 현재 인간의 삶이나 역사 등에서 예술적인 양상이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배우곤 하는 것 같아요.

연주자로서, 작곡가로서 음악을 통해 구현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초연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한 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실연으로 실험함으로써 모두에게 훌륭한 기억과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마음으로 와닿는 연주였으면 합니다. 물론 청중에게도요.

현재로서 앞으로의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나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관찰했을 때 여러모로 괜찮다, 훌륭하다, 응원한다는 마음이 드는 인간이 되고 싶어요. 매사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인간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제겐 무게감이 큰마음이에요.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해야 할 테고 스스로 나태한 상태라면 얼른 그 상태를 벗어나야 할 것이고 못된 마음을 갖는 상황이 된다면 그 마음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살아야 하니까요. 쓰고 보니까 왠지 허세 같지만 허세 아니고 본래 성격이 정말 이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를 찾아오시는 관객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따로 있으실까요?   
제발 와 주세요. 와서 비평해 주셔도 좋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작곡된 지 몇백 년 지나서 이미 해외의 명연주자들에 의해 수천 번 이상 연주되어온 곡에만 집중하시기보다 현시대에 막 작곡된 음악들도 조금만 관심 가져주세요. 솔직히 듣기 힘들고 거부감이 있으실 수도 있겠지만 훌륭한 작곡가들은 여러분의 귀에서 탄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악평이건 비평이건 좋으니 클래식을 평소에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을 빛내고 있는 젊은 작곡가분들입니다. 귀한 발걸음으로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도 빛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한편, 지휘자 진솔에 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자와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classian.korea@gmail.com 이현승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클래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