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곡가 전민재, "저는 음악으로 청중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이현승 기자 승인 2019.12.10 16:36 | 최종 수정 2019.12.11 10:04 의견 0

저는 옛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자극을 받습니다. - 작곡가 전민재

▲전민재ㆍ진솔ㆍ이용범(왼쪽부터)

국내에는 수많은 젊은 작곡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작곡가로서 건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작품발표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티제는 젊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들이 널리 연주되기를 바라며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한국을 빛낸 젊은 작곡가>를 기획했다.

한국 나이로 33세, 87년생 토끼띠 음악가 전민재ㆍ이용범ㆍ진솔이 이번 연주회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무엇을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싶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래시안은 오늘 작곡가 전민재를 만나 그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곡가 전민재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병행하고 있는 전민재입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위와 푸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떠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작업이 예정되어 있으신가요?
이번에 부득이하게 발표하지 못한 교향곡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내년에는 현악사중주의 연주와 피아니스트 손열음 선생님을 위한 작품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이번에 발표하시는 작품에 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교향적 모음곡'은 저의 중요한 피아노 작품인 '4월의 연가'와 '세레나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관현악 작품으로 지난 10년간의 변화들이 녹아 들어간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적 동료로서 지휘자 진솔, 작곡가 이용범 그리고 친구로서 진솔, 이용범은 많이 다른가요? 혹시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신가요?
진솔 씨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굉장한 에너지와 영향력을 가진 지휘자입니다. 이 점이 친구로서도 부럽고, 동료로서도 선한 영향력을 줍니다.
이용범 씨는 저와 인연을 가진지 벌써 1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서로 음악적 가치관이 극단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서로에게 가장 큰 조언자이자 동료입니다. 마치 백아와 종자기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세월 동안 저의 음악적 가치관을 이처럼 존중해주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친구로서 정말 큰 축복입니다.

▲작곡가 전민재의 'Target'을 연주하는 National Orchestra of Belgium의 연주 실황 음원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 1위에 입상하셨을 때 23세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 시간 동안 작곡가님의 작품은 어떻게 변화하셨나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우승작인 '표적'은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나 20세기 전후의 음악의 갈래에서 굉장히 방황하고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즉, 과거의 서양음악은 화성과 대위의 풍부한 울림을 가졌다면, 현대음악은 그 울림의 제스쳐에 중점을 둡니다. 이 두 흐름이 공존하는 작품이 '표적'입니다. 저는 이후 후자의 경우를 포기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래의 부재'입니다. 노래가 없다는 건 영화 속에 주인공 혹은 인물들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이것은 곧 음악적 전개의 빈곤함과 한계를 가져옵니다. 오히려 선율의 토대 위에는 굉장히 새로운 것들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10년간 훈련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젊은 작곡가분들께서 직접 남겨주신 질문을 조금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작곡가님께서는 창작에 대한 욕구를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옛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자극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18세기의 하세나 포르포라의아리아에서요.

작곡가로서 '현대'음악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현대 '음악'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의 의도는 아무래도 현대음악의 난해함이 낳은 결과 같습니다. 지금 시대의 감수성으로 '음악'을 해야겠지요.

작곡가님의 작업 과정이 너무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즉흥연주를 즐겨합니다. 저의 대부분 영감의 원천으로써 여기서 저는 음악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작곡으로 세공함은 매우 치밀한 계산 아래 합니다. 굉장히 모순적이지요.

슬럼프를 겪게 되시면 주로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매일 아침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연주합니다. 이것이 예나 지금이나 슬럼프에서 저를 구원해줍니다.

▲작곡가 전민재

작곡가 전민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예술의 첫째 목표는 감동이며 그에 따른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술은 서비스업입니다.

작곡가로서 음악을 통해 구현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음악을 통해 어떤 이념 혹은 관념을 구현하기보다 음악으로 청중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현재로서 앞으로의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궁극적으로 저는 교회음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의 종교음악으로 많은 사람이 찬양하는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를 찾아오시는 관객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따로 있으실까요?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작곡가 전민재에 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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