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하 플랫폼엘)는 7월 31일부터 9월 27일까지 오민 작가의 개인전 ‘오민: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음악의 본질적인 요소, 즉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다섯 곡의 음악으로 구성된 ‘부재자’와 그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인 ‘참석자’, 그리고 그 영상의 설치를 전환하는 퍼포먼스인 ‘초청자’의 도큐멘테이션 영상과 함께 작업을 위해 작가가 창작한 스코어(score)를 선보인다.
미술이 아닌 피아노 연주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은 오민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동안 오민은 음악의 보편적인 구조를 활용해 불안의 감각을 다루거나 연주자로서의 태도와 규칙 등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인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음악의 구조와 형식을 작업의 주요한 소재로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듣기 힘든 소리 혹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주제로 음악의 범주 자체를 넓히며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각각 독립적인 작업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부재자’는 ‘참석자’, ‘초청자’의 기반이 되고, ‘참석자’는 ‘초청자’의 일부로 구성된다. 퍼포먼스 작업인 ‘초청자’는 2019년 플랫폼엘의 다목적홀 플랫폼 라이브에서 선보였으나,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오민의 작업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보도록 유도한다. 결국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소리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해 신체, 움직임, 공간 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부재자’는 오민이 작곡가 문석민에게 듣기 어려운 혹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작곡해 줄 것을 의뢰하면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이 작업은 ‘듣기 어렵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오민은 문석민에게 다섯 가지 관계―존재하지 않는 소리, 있는 것으로 가정될 뿐 실제 발생하지 않을 소리, 다른 소리를 통해 유추해 들어야 하는 소리, 소리가 나는데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엮여 총체적으로 듣기 어려워진 소리―를 구성해 제시했다. 문석민과 함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료를 찾아 다섯 곡으로 구성된 음악 ‘부재자’를 완성했다.
그리고 듣기 어려운 소리를 재료로 완성된 ‘부재자’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참석자’다. ‘참석자’는 음악을 둘러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음악을 듣는 방식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참석자’에서 연주자들은 어떻게든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며 관람객은 움직임(진동)과 시공간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소리를 듣기 어렵게 만든 ‘부재자’를 연주하는 각각의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영상을 통해 드러나게 되고, 관람객은 이러한 미묘한 움직임을 통해 소리를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청자’는 ‘참석자’를 상영하기 위해 제작한 가벽을 계속해서 움직이며 여러 형태의 관계들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는 퍼포먼스로, 2019년 11월 플랫폼 라이브에서 선보인 작업이다. 이 작업은 음악 연주자의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연주자 간 관계, 시간과의 관계, 관객과의 관계 등 관람하는 시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관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에 진행했던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초청자’는 영상의 상영과 그 영상 설치를 전환하는 두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부재자’의 구성에 따라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고, 다음 장으로 전환되는 순간 2막의 장이 교대로 삽입되며 전개된다. 장이 전환하는 순간마다 관객들은 계속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는 듣기 어려운 소리를 듣고 보기 위한 능동적인 자세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관객들은 영상의 설치가 전환되는 순간마다 움직이는 무대를 따라 공연자와 장비, 무대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이 관람할 위치와 순간을 점유할 수 있다.
‘알렉세이’는 ‘부재자’의 콘셉트, 디렉션을 위한 스코어이자 훈련을 위한 연습곡이다. 오민은 문석민과 함께 ‘부재자’를 완성하는 동안 들리지 않는 소리 혹은 듣기 힘든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과 귀를 훈련하는 작업인 ‘알렉세이’를 병행했다. ‘알렉세이’는 ‘부재자’를 관통하는 개념을 탈바꿈하기 위한 실험으로, ‘부재자’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을 음악 언어에서 보편 언어로 그리고 다시 보편 언어에서 움직임 언어로 치환한 작업이다. ‘알렉세이’는 갤러리2에서 ‘참석자’와 함께 상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위해 창작한 스코어들도 함께 전시된다. 오민의 스코어에는 악보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오선보와 음자리표 등 보편적인 음악 기호들이 아닌 직선과 곡선, 문자, 화살표, 도형, 이미지와 같은 다양한 형태들이 그려져 있다. 이는 그래픽 악보라 불리며 실제로 악보를 그리는 데 활용되는 형식이다.
그래픽 악보는 1950년대 중반부터 음악가들을 포함한 여러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서양 음악의 구조적 틀에 의존하지 않고 악기와 음높이, 음 길이, 음색 모두를 연주자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 모턴 펠드먼(Morton Feldman, 1926~1987), 얼 브라운(Earle Brown, 1926~2002), 백남준(1932~2006),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1936~2017),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 1960~) 등이 있다.
한편 오민은 스코어를 자신의 콘셉트를 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면서 협업자와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자 실연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용도로도 활용하며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질문을 정리하는 역할 등 창작을 위한 다양한 용도로 스코어를 만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스코어는 작가가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구성하고 디렉션하기 위해 만든 스코어 리스트와 협업 및 창작을 위해 창작한 스코어, 타임라인-수행 플랜-플로어 플랜, 개념 다이어그램, 이미지 기록, 테크 라이더, 텍스트, 질문 등을 모두 포함한다.
클래시안 구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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