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김유빈, "끊임없이 나아가는?모험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이상준 기자 승인 2018.12.31 17:11 | 최종 수정 2020.03.23 10:22 의견 0

재작년 10월 독일의 명문 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한국인이 최종 선임되며 화제를 끌었다. 심지어 그는 악단 내 최연소 단원과 최연소 수석 단원이었으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으로 활동하게 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런 화제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젊은 플루티스트 김유빈(22)이었다.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이 된 새해, 클래시안은 김유빈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 ⓒTaeuk Kang
김유빈과 플루트, 가까웠던 거리

대부분의 음악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접하고 그 길로 들어선다. 김유빈은 어땠을까? 

“저희 아버지가 충남교향악단 콘트라베이스 단원으로 30년 넘게 활동하고 계세요. 그래서인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렀고, 제가 태어난 이후에도 음악과 항상 가까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가까웠던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플루트를 접했다고 한다.

"제가 초등학교 2~3학년 즈음 저희 어머니께서 플루트라는 악기를 취미로 배우게 되셨어요. 그때 저는 종종 어머니 수업에 따라가 놀곤 했어요. 그렇게 플루트 소리를 들으며 놀던 기억과 플루트에 대한 호기심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이후 김유빈은 플루트라는 악기에 큰 매력과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플루트를 통해 성취하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고 한다. 

"플루트는 몽환적인 소리와 서정적인 소리를 다 낼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강력하고 거대한 소리, 섬세하고 세밀한 소리 등 다양하고 대조되는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끊임없이 플루트라는 악기를 연구하고 싶어졌어요."

플루트라는 악기를 연구하고 싶어진 김유빈은 이후 예원학교를 마치고 일찍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리옹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 학사를 마치고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 최근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지금은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다. 

"저는 작년 6월, 논문과 졸업 연주를 끝내고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 졸업하였습니다. 그동안 리옹과 파리에서 공부하였는데, 항상 독일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고 싶다는 꿈과 흥미가 있었어요. 그러다 2016년 리옹을 졸업할 때 즈음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오디션 공고가 난 것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도전하게 되었죠. 이후 몇 번의 심사를 거쳐 정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활동이 김유빈의 음악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여러 연주자를 보며 배우는 것도 참 많고, 오케스트라 플레이어로서 지금도 많은 공부를 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오케스트라 입단 후 제 음악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으면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여러 연주를 듣는 것 또한 공부가 되지만 실제로 무대에 뛰어들어서 하는 것만큼 큰 영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배운 것이 제가 솔리스트로서 연주할 때에도 나타나는데, 그러면서 오케스트라를 잘 아는 사람은 뛰어난 독주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연주 후 꽃다발을 받은 김유빈
끊임없이 도전적인 김유빈과 플루트

이미 김유빈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체코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 등의 수상 실적으로 그의 실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제가 '제네바 국제 음악콩쿠르'에 입상하였을 때에는 정말 이루고자 하는 꿈의 무대에서 입상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더불어 많은 심사위원과 관객이 제 음악에 공감해 주셔서 청중상까지 받게 되어 더욱 행복하였습니다. 그 계기로 인해 제 음악에 더 자신감이 생겼고, 더 연구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더 자극되고 도전되는 일에 도전하는 것 같아요."

목표를 이룰수록 자만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유빈은 달랐다. 그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때마다 자신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점점 느낀다고 말했다.

"항상 더 발전하고 싶고 저 자신이 만족하는 연주를 하고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또 항상 겸손하게 또 다른 여정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험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고독함'이라는 것은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보통 수업이 없는 한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거의 연습만 하며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시간을 재고 연습을 하지 않고 그냥 연습한다고 답하는 그의 모습에 필자는 새삼 부끄러워졌다.

"기초적인 연습을 하고 에튀드를 비롯해 연주를 해야 하는 레퍼토리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4시간은 꼭 연습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연주 활동으로 인해 조금 바쁜 편이라 일하는 중간 중간 잠깐씩이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짬을 내서 연습하도록 노력해요."

가끔 기나긴 연습에 지치면 그는 연습을 중단하고 다른 것에 몰두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저는 연습할 때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니 그러기 힘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것을 이겨내고 즐기려고 노력해요."

플루티스트 김유빈 ⓒTaeuk Kang
지금, 20대의 김유빈

요즘의 김유빈은 오케스트라 활동과 솔로 활동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작곡가를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가 있는 오케스트라는 거의 매주 연주가 있어요. 한주는 바로크 음악을, 한주는 고전 음악을, 한주는 완벽한 낭만 음악을, 한주는 난해한 현대 음악을… 정말 시대를 불쑥불쑥 뛰어넘는 연주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많은 작곡가도 알게 되었어요."

그럼 그중 그에게 인상이 남았던 작곡가는 누구였을까?

"정말 여러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봤지만, 특히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게 된 작곡가는 말러와 베토벤인 것 같아요."

연주가 다소 어려운 말러의 작품은 너무 독립적이어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다른 음악을 하나 의문도 들었다고 김유빈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연주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많은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말러의 작품을 연주하고 나면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와요. 또 연주하면서 내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일들, 말들 등 감정적인 것들이 간접적으로 느껴져요. 마치 말러가 저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을 자주 연주하는데, 정말 연주를 할 때마다 새롭고 또 새로운 소리가 들려서 너무 즐거워요!" 

새해부터도 수많은 연주로 인해 김유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일단 1월에는 한국과 덴마크가 수교 60년이 되는 해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덴마크에 초대되었어요. 영광스럽게도 그곳에서 덴마크 작곡가인 카를 닐슨의 곡을 협연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2월에는 베를린에서 오케스트라 세션을 계속 연주하고, 3월에 한국 내한 일정이 잡혀있어요. 3월 22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협연자로 나서고,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이루어지는 통영 국제음악제에 플루티스트로 초대받아서 도시오 호소카와 선생님의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KBS교향악단, 대전시립교향악단과 연주가 예정되어있어요. 그 외에도 여러 한국 내한 일정이 생길 예정인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의 질문들은 여러 플루트 입시생과 전공자가 보내준 질문들을 뽑아 그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김유빈은 그들에게도 응원의 인사를 전했다.

"사람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 달려간다면,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저는 굳게 믿어요.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플루트라는 악기와 인생을 함께하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음악으로 나타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로 남고 싶다는 김유빈. 그는 과연 10년 뒤에는 어떤 광활한 스펙트럼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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