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쉽게 쓴 음악이라 하더라도 창작의 고통이 없는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뇌는 묻어 둔 채, 관객 분들께는 그저 편안한 감상이 가능한 음악이었으면 합니다.

오는 3월 6일(토) 오후 7시 30분 국제아트홀에서는 11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신작 가곡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6번째 연주회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4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새로운 창작 가곡을 발표하는 11명의 작곡가 중 김예지(숙명여자대학교), 이선재(경희대학교), 이승아(이화여자대학교), 양은철(한국예술종합학교), 강한뫼(영남대학교)를 만나봤다. 그들의 모든 작품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도저히 형용할 수 없었다.

▲제4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예지 : 안녕하세요, 김예지입니다.
이선재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작곡과에 재학중인 이선재입니다.
이승아 : 안녕하세요. 저는 졸업 연주만을 남겨둔, 이화여대 작곡과 수료 중인 이승아입니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가요에 관심이 많아 미디 공부를 하는 중이고, 매년 좋은 기회로 여로 연주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양은철 : 안녕하세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작곡과에 재학중인 양은철이라고 합니다.
강한뫼 : 안녕하세요. 이번 무대에서 윤동주 시인의 <달밤>과 박동진 시인의 <눈 온 아침>과 함께 인사드리는 작곡가 강한뫼 입니다.

▲작곡가 김예지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예지 :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과 이때까지 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선택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계획했습니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어떤 감정에 관한 곡이다’ 라고만 써있는데 사실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15번째 곡의 7,8연을 텍스트로 사용했어요.
이선재 겨울에 흩날리는 눈이라는 표현에 저의 감정을 대입시켜서 음악으로 승화를 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올 겨울에는 특히나 눈이 많이 내렸는데, 작품을 만들면서 함박눈이란 존재가 저에게 큰 영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승아 : 저는 음악 중에서 특히나 사람의 목소리로 연주되는 음악을 좋아하여 여로 가곡의 밤에 꾸준히 작품을 올리고 있는데요. 이번 곡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그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쓴 시인 '하늘의 천'을 가사로 한 낭만적인 가곡입니다. 제 취향에 따라, 가장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생각되는 Eb 조성을 택했고, 피아노의 아르페지오와 셋잇단 음형으로 곡을 이끌어갑니다. 또, '바람에 천이 날리듯이', '배음이 반짝거리게' 등의 지시어를 사용해 연주자 분들도 곡에 쉽게 젖어들게끔 의도했습니다. 최종적인 목표로, 시어의 색채감을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양은철 :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를 가사로 사용하여, 외로워하는 자를 위로하는 화자의 마음이 녹아나올 수 있도록  빚어낸 음악입니다. ‘외로움’이라는 이 시의 중심적인 정서는 ‘공허함’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고 흔히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겪은 외로움의 정서는 외로움을 벗어나려는 ‘뜨거운 갈망’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반되는 움직임이 모두 곡에 녹아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강한뫼 :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달’, ‘눈’ 어떤 고정된 자연들에 대한 묘사로 출발하는 음악인데요. 시 속의 배경이 비교적 선명해 피아노로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한 작품입니다.

▲작곡가 이선재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예지 : 주제를 정하고 나니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보통 저는 계획을 세우고 곡을 쓰기 시작하면 항상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막혀본 적도 없었거든요. 이 곡을 쓸 때는 첫 마디 부터가 문제였어요. 그냥 아예 안써졌습니다. 그러기를 몇 주가 지나고 마감에 대한 압박감이 극도로 심해질 때 저절로 해결이 되었어요. 써지는 대로 쓰기 바빴던…… 부끄럽네요.
이선재 어려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특징적인 소재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처음에는 당당하게 도전을 해보았지만, 막상 시작을 해보니 제대로 된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을 시킨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완성된 후 연주자와 호흡을 맞춰보면서 걱정했던 부분들을 고쳐 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승아 : 사실 이 곡은 교내 연주회를 위해 2019년에 급하게 작곡된 곡입니다. 다시 한번 제대로 연주를 올리고 싶어서 수정을 하게 되었는데, 잘 하고싶은 마음이 커서 자꾸 욕심이 생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기존에 있던 곡을 연장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마감의 힘을 빌려, 시인의 마음을 계속 상상하며 곡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하다보니 잘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양은철 : 작년 11월부터 저를 계속하여 괴롭히던 공황장애 때문에 크나큰 집중력 저하를 겪어서 곡을 작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약물치료를 받은 후에는 집중력 저하가 사라져 곡을 문제 없이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강한뫼 :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할 뿐입니다.

▲작곡가 이승아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김예지 : ‘이 곡은 감정을 표현한 곡이 왜 이렇게 건조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 간극 그대로를 느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전 여러분이 들으시는 대로 들리기를 원합니다. 무언갈 요구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선재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짧게 보이는 이 곡 안에 여러 가지 이미지를 삽입하였습니다. 이 다양한 이미지를 토대로 어울리는 분위기를 각자의 상상에 맡겨 연상을 시켜보면서 들으면 곡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승아 : 시를 한 번 읽은 후에 감상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반주가 만들어 내는 배음의 하모니, 아름답게 쓰려고 노력한 성악 선율.. 이 두가지를 마음껏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은철 :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보다는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한뫼 : 가곡을 작곡함에 있어 생각하는 가장 큰 방향은 시를 아름답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세세한 감상의 포인트를 찾아 듣기보다, 목소리와 피아노로 들려지는 전체의 소리가 시의 즉각적인 수용을 가능하게 하고 시의 감상을 방해하는 부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작곡가 양은철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김예지 : 뭔가 거창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전 그런 건 없고 그냥 음악, 미술 등의 장르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뭐라 정의를 하기엔 제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요.
이선재 굉장히 넓은 범위이자, 좁은 범위에 속하는 하나의 연결구라고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 중 하나이기에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필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승아 : 저에게 예술이란 저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 그리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양은철 : 감각을 통한 정보와 감정의 전달입니다.
강한뫼 : 저에게 ‘예술’은 “사색을 잃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결과이자, 곧 상징입니다. 생각이 ‘새로움’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낸 작품은 매번 만나지 못한 뜻밖의 세계와의 조우이죠.

▲작곡가 강한뫼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김예지 : 매일 다른걸 하고싶어요. 음악은 자기만족이니까 제 취향이 변하면 변하는대로 음악에 고스란히 담겼으면 좋겠어요. 
이선재 듣고나서 행복해질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작품을 듣고 상대방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승아 : 작곡가로서는,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듣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작곡가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양은철 : 앞으로 작곡가로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높은 완성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강한뫼 : 익숙하나 신선한 음악을 쓰고 싶습니다.

▲제4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예지 : 어려운 시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선재 : 여러 작곡가분이 함께 빛을 내주셔서 만들어진 소중한 연주회를 통하여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 속에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아 : 어려운 시기에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주회가 모든 관객분들께 다양한 의미로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젊은 작곡가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은철 : Enjoy! 즐기고 가세요!
강한뫼 : 아무리 쉽게 쓴 음악이라 하더라도 창작의 고통이 없는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뇌는 묻어 둔 채, 관객 분들께는 그저 편안한 감상이 가능한 음악이었으면 합니다.


한편 한편 작곡가 김예지ㆍ이선재ㆍ이승아ㆍ양은철ㆍ강한뫼가 참여하는 <제4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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