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직속 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김봉렬 총장이 코로나19 희망 캠페인 릴레이의 다음 주자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인 계원예대 송수근 총장을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계원예대 송수근 총장은 지난 2017년 6월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부당 지원배제 감사(이하 감사)>에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말까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던 인물이다.
이에 지난 1월 27일에는 문화연대ㆍ계원예술대 총학생회ㆍ공연예술인노조ㆍ전국교수노조ㆍ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50개 단체와 문화예술계 종사자, 계원예술대 학생 등 개인 499명이 모여 송수근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송수근 총장을 김봉렬 총장이 최근 한예종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희망 캠페인 릴레이의 다음 주자로 선택해 현재 온라인상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예종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학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태에 대해 "허무하고 허망하다. 현재는 해당 글을 삭제했던데 삭제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라며, "학교 공식 페이지를 통해 글을 남긴 김봉렬 총장은 공식적인 입장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의 문화예술계에 재직 중인 종사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재앙이자 큰 범죄이다"라며, "더 많은 분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7년 6월 열렸던 감사에서 송수근 총장(당시 문체부 차관)이 블랙리스트 집행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국가공무원법상 차관은 징계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래는 현재 한예종 공식 SNS에서 삭제된 김봉렬 총장 게시글의 전문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캠페인 릴레이 참여]
안녕하십니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봉렬입니다.
포스텍 김무환 총장님의 추천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캠페인’에 참가하게 됨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질병관리본부 이하 의료진을 비롯한 위대한 국민 여러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세계적 난국 속에서도 체계적인 방역으로 가장 안전한 나라 국민임을 자부하며 격상된 국격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 3월 한 달간 코로나19로 일상이 갇혀버린 국민들을 위로하고 공연?전시 취소로 침체된 예술계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원로 예술가부터 신진 예술가가 참여하는 ‘K-Arts 온라인 희망콘서트’를 기획, 개최하였습니다. 음악, 무용, 전통예술 전공자들의 공연과 신예 영화감독들의 실험성 짙은 단편영화, 그리고 미술원 온라인 갤러리를 오픈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한 환경에 처한 국민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국립예술대학 총장으로서 영상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공연과 전시가 빈번할수록 예술이 왜 무대에 서야 하는지, 예술가와 관객이 왜 창작의 현장에서 만나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것이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코로나19가 우리 예술계에 준 가장 값진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앞서 읽는 선각자들은 전시(戰時)와 같은 현재의 비상 상황이 앞으로 일상이 될 것이라며, 거대한 문명사적 이행기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예술가 스스로 희망을 창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거대한 희망을 말하기 전에 우리들 ‘마음의 보호막’이었던 그간의 일상을 떠올려 봅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예술계는 온라인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보다 빨리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관객이 극장을, 갤러리를, 스크린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연기되거나 취소된 공연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지원책도 절실합니다.
세계 곳곳 베란다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는 장면을 뉴스로 접하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빛나는 예술의 힘을 실감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창의적 예술가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술로 ‘더 깊게’
사회로 ‘더 넓게’ 나아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일상을 기원합니다.
# 힘내라_대한민국
# 힘내라_문화시민
# 힘내라_예술청년
다음 주자로
- 계원예술대학교 송수근 총장님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님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릴레이 참여방법>
손글씨로 응원 문구를 써서 사진을 찍고 SNS에 포스팅한 후 다음 주자를 추천해주시면 됩니다.
클래시안 이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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