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는 11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창작 가곡이 연주된다. 이번 연주회 <제6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은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22번째 연주회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6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11명의 작곡가 중 김주환(장로신학대학교)ㆍ김정현(한양대학교)ㆍ박세종(한국예술종합학교)ㆍ김태영(이화여자대학교)ㆍ노창균(경북대학교)ㆍ이상준(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교)을 만나봤다. 젊은 청년들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거렸으며,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창작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주환 : 안녕하세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김주환입니다.
김정현 : 안녕하세요, 작곡을 시도하는 김정현이라고 합니다.
박세종 : 안녕하세요, 저는 박세종이고 음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태영 : 안녕하세요, 작곡가 김태영입니다.
노창균 : 안녕하세요, 경북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노창균입니다.
이상준 : 안녕하세요, 작곡가 겸 공연 기획자 이상준입니다.
이번에 발표하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환 : 이번에 발표할 작품인 ‘떠나와서’는 나태주 시인의 시에 선율을 붙인 가곡입니다. 떠나온 것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곡입니다.
김정현 : 외로움이라는 공통된 주제에 상반된 분위기를 가진 두 시에 음악을 얹어보고자 했습니다. '거리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일반적인 윤동주의 외로움을, '막걸리'는 술기운으로 몰아내려는 이순철 시인의 외로움을 작품에 녹여내고자 하였습니다.
박세종 : 이번에 이상의 수필 '실낙원'을 음악화하는 작업을 하였고, 테너와 피아노를 위한 가곡의 형태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낙원'이 가곡으로 쓰기에는 상당히 긴 텍스트인지라, 음악화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고, 텍스트의 주제가 근래의 저의 삶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어, 어렵지만 시기적 절한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에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태영 :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은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에 곡을 붙인 가곡입니다. 시에서는 나를 나룻배, 당신을 행인으로 설정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인내와 희생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으면서도 담담하게 당신을 기다리겠노라 말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면 그 깊은 사랑에 읽는 이가 더 뭉클해지게 됩니다. 이 곡을 듣는 청자도 시를 읽는 독자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작곡했습니다.
노창균 : '고양이의 꿈'은 고월 이장희 시인의 시입니다. 감각적인 시어와 퇴폐적이고 환각적이기도 한 분위기를 가진 인상적인 시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음악과 결합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 같았습니다.
이상준 : 이번에 연주되는 제 음악은 만해 한용운의 시 ‘심은 버들’과 석림 신동엽의 시 ‘둥구나무’를 바탕으로 작곡한 테너를 위한 두 개의 가곡입니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주환 : 작곡가의 입장에서 가곡을 쓴다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곡이란 시를 청중에게 소개하는 음악입니다. 이 시에 걸맞은 곡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곡 쓰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부담감 덕분에 지금의 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김정현 :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곡해서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마감 기한에 쫓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박세종 : ’실낙원’이라는 텍스트가 분량이 상당히 많고 문단 구성도 불규칙적입니다. 작업함에 있어, 원문을 잘 지키면서 동시에 적절한 음악으로 전환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또한 원문에서 받았던 인상들(쇠락, 퇴폐, 음산함, 노스탤지어 등)을 화성적으로 적절하게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김태영 : 개인적으로 바쁜 시기에 이번 작업을 하게 되어 여유가 부족했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를 음미하고 곡을 쓰는 동안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노창균 : 시의 분위기에 맞는 매력적인 소리의 결합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이상준 : 저는 이번 공연에 작곡과 공연 기획 둘 다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 다소 힘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작곡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으며 작곡가님들 섭외부터, 공연 장소 대관, 홍보물 제작, 티켓 판매 등을 진행했어야 해서 체력적 어려움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작곡가님의 음악을 감상할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김주환 : 가사를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시의 내용을 알면서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현 : 가사와 음악적 흐름에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세종 : 감상하기 전에 텍스트를 먼저 읽고, 원문에 대한 각자만의 인상을 가진 상태로 음악을 들으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곡가가 어떻게 이 텍스트를 음악으로 구현하려 했는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음악이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지를 느끼면서 감상하면,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태영 : 그저 편하게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편하게 들으시다가 제가 의도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깊은 인내와 사랑에 뭉클하는 마음을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노창균 : 선율을 통해 들려지는 가사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준 : 음악이 주는 인상 그대로를 느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작곡가님의 창작 욕구를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
김주환 : 가곡을 주로 쓰는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시집을 꺼내보곤 합니다. 좋은 시를 발견할 때 창작 욕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김정현 : 타인의 예술, 음악, 영화, 그리고 가끔가다 책에서 창작 욕구와 영감을 얻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접할수록 본인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박세종 : 음악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음악 외의 예술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도 그러한 상황에 해당하며, 또 춤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유튜브에서 춤을 보다가 음악에 대한 힌트를 얻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김태영 : 즉흥 연주를 하다가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다른 창작물을 보고 창작 욕구를 얻기도 합니다. 보통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듣다가 감탄과 존경을 느끼고 창작 욕구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노창균 : 주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감상한 이후 많은 욕구를 얻습니다. 감상했던 작품의 좋았던 부분 혹은 좋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방향성을 탐구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상준 : 저는 제 작품을 통해 거울처럼 저 자신을 바라보곤 합니다. 처음 작곡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 곡을 쓸 때는 저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의 기분은 정말 얼룩이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울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눈, 코, 입이 어디에 달려있는지도 안 보이는 그런 거울이요. 하지만 제 주변에서부터 작은 아이디어를 얻고,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제 음악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저는 조금씩 제 마음속 거울의 얼룩이 닦여나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앞으로 작업할 저의 작품들 또한 저에 관한 것들과 제가 친숙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많이 담길 것 같습니다. 제 음악적 활동을 통해 제 마음속 거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내어 온전한 저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싶거든요.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주환 : '자신만의 언어로 말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언어를 접하는 이들과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김정현 : 개인적으로 특정 창작물에서 창작자의 비전과 의도가 첫 번째로 뚜렷하게, 두 번째로 유려하게 표현될수록 예술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박세종 : 감각 수단을 통한 개인의 표현입니다. 작곡가는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무용수는 춤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규정된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수단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그러한 것들 이 예술로 불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예술적인 것은 예술에 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굴곡 렌즈를 통해 가장 예술적인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입니다.
김태영 : 창작자가 예술이라 정의 내린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창균 : "꽃을 주는 것은 자연이고 그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괴테의 말에 가장 많이 공감합니다.
이상준 : 어렵고 정의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저에게 예술이란 수도승의 자세로 얼룩진 거울을 닦고 닦아내고 그 거울에서 제 얼굴을 찾는 작업입니다. 개인적으로 치유의 개념도 포함되며, 아직도 잘 모르겠는 제 내재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자아 성찰을 위한 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김주환 : 청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또 청중들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김정현 : 창작자의 입장에서나 청중의 입장에서나, 감상의 입장에서나 작곡의 과정에서나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꼭 재밌게요!
박세종 : 개인적으로 진행 중인 피아노 모음곡을 계속 작곡해 나갈 생각이고, 방학 동안 기존의 실내악곡 수정 작업과 관현악곡의 습작을 실습할 생각입니다.
김태영 : 제 진심에서 우러나온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우선 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창균 : 듣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준 : 온전히 저를 느끼고 투영시킬 수 있는 곡들을 쓰고 싶습니다. 관객들도 ‘어, 이거 이상준이 쓴 거 아니야?’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저 자신도 시각적으로 악보를 보고 청각적으로 음악으로 들을 때 ‘아, 이거 참 나답다’라는 말이 나오게요.
현재로서 앞으로의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또는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주환 : 무엇을 하든지 기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부지런히 곡도 쓰고 열심히 살 계획입니다.
김정현 : 장르나 스타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부나 일도 많이 하고 곡도 쓰면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세종 :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서 제 나름대로 소화·절충하여, 다시 듣고 싶어지는 음악을 쓰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인간적인 목표는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김태영 : 사회와 예술, 음악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사유하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공부하고 경험한 것들을 제 것으로 만들어 고유한 ‘나’를 만들어가고 싶고요. 앞으로는 대학원에서 음악극에 관해 공부하고 창작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창균 : 끊임없이 곡을 쓰고 발표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준 :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폴란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가, 미술가, 무용가, 건축가, 행정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고민을 나눠보곤 합니다. 1월 28일에는 폴란드에서 클라리넷과 꽹과리를 위한 작품을 발표하며, 내년 여름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모던앙상블에 의해 제 신작이 연주되고, 폴란드에서는 저를 주축으로 폴란드를 대표 현대음악 앙상블 '해시태그 앙상블'과 공동으로 다양한 작곡가들을 선보이는 작곡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주환 : 이번 연주회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언어로 소개하는 나태주 시인의 '떠나와서'를 기대해 주세요.
김정현 : 연주회에 오시는 분들이 좋은 시간 보내다가 돌아가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세종 : 이번 공연에 와주셔서 감사하고, 다양한 작곡가분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자리이니, 계시는 동안 즐겁게 음악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김태영 : 귀한 시간 내서 연주회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작곡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한 다양한 가곡을 감상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노창균 : 가볍고 재미있는 연주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준 : 들으러 와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꾸준히 젊은 창작자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음악회에 함께 해주신 모든 작곡가분들과 연주자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편 작곡가 김주환(장로신학대학교)ㆍ김정현(한양대학교)ㆍ박세종(한국예술종합학교)ㆍ김태영(이화여자대학교)ㆍ노창균(경북대학교)ㆍ이상준(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교)이 참여하는 <제6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부천아트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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