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은누리가 1960년대 시골 마을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동화 『함박눈과 참새』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동화는 네 계절을 따라 이어져 온 '개구쟁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어린이에게는 따뜻한 옛이야기이자, 중장년 독자에게는 기억 저편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회상록 같은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하. 눈이 떡가루처럼 내리던 어느 겨울밤, 아버지를 따라 나선 참새잡이는 그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시린 발끝과 차가운 눈길, 그러나 동업자 대접을 받았던 아버지와의 특별한 시간은 추운 계절 속 따뜻한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책은 단지 참새잡기에 머물지 않는다. 썰매 타기, 얼음배 타기, 연날리기, 산토끼와 꿩 사냥, 달집 태우기까지, 사라진 유년의 겨울 풍경을 오롯이 담고 있다. 목차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쇠똥 불쏘시개와 닭서리까지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웃음과 그리움을, 어린 독자에게는 신선한 문화 체험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번 책은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앞서 ‘어깨동무하고 보릿고개 넘다(봄 편)’, ‘한여름밤의 뱀소동(여름 편)’, ‘산지기 쑥디영감 이야기(가을 편)’이 출간된 바 있으며, 『함박눈과 참새』는 겨울 편으로서 사계절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칠순의 박하 할아버지가 두 손녀에게 들려주는 구술 동화라는 설정이 돋보인다. 어른에게는 추억이, 아이에게는 새로움이 되는 구조 덕분에, 세대 간의 감정적 소통과 공감의 통로로 기능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이번 전자책은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어, 소리를 통해 동화 속 세계로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 내리는 시골 마을을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개구쟁이 시절로 순간이동하는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한편 저자인 박하 시인은 건설엔지니어 출신으로, 본명은 박원호다. 실크로드를 따라 문명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자이자 기행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시로 풀어내듯 정감 있게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