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가 프랑스 문화예술사의 상징적 인물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와 라울 뒤피의 협업이 담긴 식물에세이 《봄의 이름으로》를 국내에 출간했다. 20세기 초 프랑스 문학과 예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자연을 매개로 나눈 이 감각적 교감은,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서의 진수다.
《봄의 이름으로》는 관절염으로 침대에 누운 콜레트에게 스위스 출판인 앙리 루이 메르모가 꽃다발을 보내며 시작된 프로젝트다. 메르모는 꽃에 대한 감상문을 써달라는 제안을 했고, 콜레트는 자연을 사랑했던 자신의 시선으로 꽃의 삶과 의미를 글로 옮겼다. 그렇게 1년간 써 내려간 22편의 식물 에세이는 1951년 라울 뒤피의 삽화 28점과 함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묶여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번 국내판에는 콜레트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들이 충실히 번역됐고, 뒤피 특유의 색감과 선율이 살아 있는 수채화와 흑연 드로잉이 원화에 가깝게 수록됐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를 반사하며 만들어내는 리듬은 책 전체에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부여한다.
콜레트의 글은 단순한 식물 묘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기억과 감정을 바탕으로 각 꽃의 풍경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제라늄 한 송이에도 유년의 잔상과 사랑의 단편을 투영하고, 양귀비 잎사귀 한 장에도 생의 소용돌이를 담아낸다. 삶과 자연, 여성성과 고독, 유머와 고통이 한데 얽힌 그의 문장은 프랑스 산문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라울 뒤피의 그림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는 류머티즘을 앓으며도 생기를 잃지 않는 붓질로 꽃의 리듬과 빛의 잔영을 포착해냈다. 투명한 수채의 겹침, 단순하면서도 유희적인 선, 넉넉한 여백은 단순한 삽화를 넘어 감정을 동반하는 시각적 서사로 기능한다. 《봄의 이름으로》는 그 자체로 회화와 문학이 동등한 목소리로 자연을 노래하는 예술서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번역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에서도 자연과 감정의 섬세한 결을 포착한 산문과 일러스트의 조합이 주목받는 가운데, 《봄의 이름으로》는 그 원형이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미학적, 감성적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꽃을 사랑하는 이들, 프랑스 문화와 산문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 예술로 자연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봄의 이름으로》는 봄날의 창가처럼 따뜻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