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의 단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정치소설 『공작새 쓰러지다』가 좋은땅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작가 이청은 가상의 국가 ‘율반’을 무대로, 세 갈래로 나뉜 장대한 서사를 통해 권력과 음모, 개혁과 저항, 외교와 핵무장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촘촘히 그려낸다.
첫 번째 챕터 ‘공작새 쓰러지다’는 종교와 권력이 얽힌 음모를 배경으로 지도부의 실각과 국가 붕괴의 시작을 그린다. 이념의 극단적 충돌과 강대국의 개입 속에서 균형을 잃어가는 율반의 모습은 실제 국제사회에서 목격되는 현실 정치의 복잡성과 맞닿아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 ‘암적 존재들’은 정권 교체 이후의 권력 투쟁과 기득권 척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개혁을 기치로 등장한 지도자는 언론, 군, 재계 등 각계의 저항과 내부의 배신에 직면한다. 정의를 외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 세력이 교차하는 이해관계와 정치의 이면은 실재하는 권력 구조를 연상케 하며, 독자에게 정치의 실질적 작동 방식을 묻는다.
세 번째 챕터 ‘하얀 데이지 꽃’은 율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 핵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남북관계를 연상시키는 동족 국가 ‘대광’의 지원, 강대국 ‘아리카’의 압박,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등이 전개되며, 소설은 국제정치의 긴장과 핵 확산 이슈를 사실감 있게 다룬다. 허구 속 서사이지만 현실을 대입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 외교의 압축적 묘사가 인상 깊다.
이청은 소설을 통해 단순한 정치 서사를 넘어, 권력과 윤리, 국가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을 질문한다. 『공작새 쓰러지다』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복잡한 구조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현실에 대한 해석의 틀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현실 정치의 풍경이 더욱 불투명해지는 오늘, 이 소설은 정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독서의 깊이를 선사한다. 권력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과 외교의 판도 안에서 결국 무엇이 국가의 존엄과 생존을 결정짓는지를 묻는 이 책은,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독자들에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한편 『공작새 쓰러지다』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