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 7월 22일과 23일,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섬 쿠레사레 성 야외무대에서 열린 ‘2025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한국 오페라의 위상을 드높이며 현지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현장 ⓒGunnar Laak-Saaremaa Opera Festiva
발트해 최대 규모의 국제 오페라 축제로 꼽히는 사아레마 페스티벌은 에스토니아 국립극장인 에스티 콘서트(Eesti Kontsert)가 주최하며, 해마다 쿠레사레 성을 배경으로 야외 공연을 펼쳐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의 이목을 끈다. 올해는 14개국 대사, 에스토니아 문화부 장관,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등 국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개막의 의미를 더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선보인 창작 오페라 <심청>을 계기로 공식 초청받아 한국 오페라 사상 최초로 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심청>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나비부인> 등 자체 제작한 전막 오페라 3편과 대구시립국악단의 <달구벌의 향, 취>, 폐막 공연 <오페라 갈라 콘서트>까지 총 5회의 공연을 선보이며 유럽 무대에 한국 무대예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소개했다.
개막작 <심청>은 1972년 작곡가 윤이상이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완성한 창작 오페라로, 독일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한국 판소리 ‘심청가’에 영감을 받아 대본을 썼다. 동양 고전을 현대 음악 언어와 미니멀한 무대미학으로 재해석해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초연된 이래, 이번에 처음 유럽 무대에 올랐다. 공연 후 현지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압도적인 무대 예술” “심청 역 김정아의 맑고 아름다운 음색에 감동받았다” “심봉사 역 제상철의 독일어 발음과 연기가 탁월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예술적 도전”으로 평가하며, 동서양의 조화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강조했다.
다음 날 무대에 오른 글룩의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수중 무대라는 혁신적 연출과 정제된 바로크 음악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지휘자 조정현과 연출가 엄숙정의 세심한 해석 아래, 김가영(메조소프라노)과 오희진(소프라노)이 절제된 연기와 폭발적인 감정을 선보였고, 관객과 축제 관계자 모두 “고전과 현대가 완벽히 공존하는 수작”이라 입을 모았다.
개막 당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추진 중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간 교류 현황과 이번 유럽 진출 배경이 소개됐다. 공식 리셉션에는 에스토니아 문화부 장관 헤이디 푸르가, 주에스토니아 대한민국 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양국 문화 교류와 협력 강화 의지를 다졌다. 푸르가 장관은 “에스토니아 내 한국 문화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번 축제가 양국 문화 협력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 밝혔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Gunnar Laak-Saaremaa Opera Festival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한국 오페라의 독창성과 제작 역량을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 극장과 공동제작 및 상호 교류를 확대해 대구의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은 오는 7월 26일까지 이어지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달구벌의 향, 취>, <나비부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이번 축제 참여를 계기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한국 오페라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넓히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클래시안 구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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