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기관 인사 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공연예술 분야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연말 국장급 인사를 통해 본부 조직 정비를 마친 문체부가 관광·콘텐츠 분야를 시작으로 산하기관 수장 인선에 착수한 가운데, 장기간 공석 상태가 이어져 온 공연예술 기관들로 인사 논의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미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반 넘게 기관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공연예술의 상징적 공간인 예술의전당은 사장직이 반년 넘게 비어 있는 상태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예술단, 국립국악원 등 주요 국립 단체들 역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들 기관은 시즌 편성, 제작 방향, 해외 협업 등 중장기 판단이 핵심인 만큼 리더십 공백의 부담이 현장에 그대로 누적돼 왔다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에는 주요 국립 예술단체장 임기 만료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극장 등은 차기 수장 인선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현재까지 문체부 차원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기준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공연계 안팎에서 “운영은 가능해도 정상 가동은 어렵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예술의전당 /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문체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공모 착수를 통해 산하기관 인사 정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책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른 관광·콘텐츠 분야부터 정상화를 시도한 셈이지만, 공연예술계에서는 이 흐름이 언제 현장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연예술은 제작과 협업 주기가 길고, 해외 정상급 예술가 섭외나 공동 제작의 경우 최소 수년 단위의 기획이 필요하다.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새로운 방향 설정과 과감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현장 관계자들은 “차기 리더의 철학과 방향성을 알 수 없어 주요 기획과 조직 운영이 보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문체부 안팎에서는 내부 조직 개편과 산하기관 인선을 병행하려는 흐름 속에서, 공연예술 분야 역시 단계적으로 인선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핵심 정책 집행 기관부터 수장을 세운 뒤, 현장 영향력이 큰 예술기관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정치적 검증과 인사 절차가 맞물리면서 실제 임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한편, 공연예술계는 이번 인사 정비 움직임이 단순한 자리 채우기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리더십 공백을 해소하고, 중장기 제작 전략과 국제 협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책임 주체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인선 시계가 공연예술 현장까지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문화행정의 방향성과 실행력이 함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