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의 2024년 첫 정기연주회가 오는 2월 16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이번에 개최되는 <제502회 정기연주회>인 이날 공연은 백진현 상임지휘자가 지휘하고, 공연의 시작과 끝은 러시아 현대음악의 선구자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교향적 모음곡 중 ‘기인들’과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음악 중에서 일부를 발췌해 연주한다. 또 중국 중앙TV에서 ‘중국 10대 피아니스트’로 선정된 위엔 지에가 협연자로 나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준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교향적 모음곡 중 ‘기인들’이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1761년,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가 창작한 동화를 원작으로 프로코피예프가 작곡, 각색한 희극 오페라이다. 이야기는 우울증에 걸린 왕자가 마녀의 저주로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구출한 오렌지는 세 명의 공주로 변하는데 두 명은 죽고 세 번째 공주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이 오페라는 지난 2017년 콘서트 버전으로 한국 초연되어 국내 청중에게는 다소 낯선 작품이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원작의 정적인 요소를 없애고 간결함 속에 대립과 갈등을 부각해 역동적인 음악 진행과 긴장감을 부여했다.
‘기인들’, ‘지옥의 장면’, ‘행진곡’, ‘스케르초’, ‘왕자와 공주’, ‘도주’까지 여섯 곡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적 모음곡은 1919년 완성되어 1925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이날 대구시향이 연주할 ‘기인들’은 오페라 작품에서 줄거리 해설자 역할을 하는 10명의 기인이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으로 약 3분 남짓한 짧은 곡이지만 우스꽝스럽고 극적인 동화의 특색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피아니스트 위엔 지에의 연주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감상한다. 이 곡은 지금의 유명세와 달리 작곡 당시에는 고난도의 기교와 복잡한 악상 등으로 혹평에 시달렸다. 그러다 작곡 1년 후인 1875년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초연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품의 운명도 달라졌다. 특히, 곡에서 가장 유명한 제1주제는 차이콥스키가 카멘카에 머무는 동안 스케치한 우크라이나 민요를 리듬 변화시킨 것이다. 곡이 가진 중후함과 오케스트라의 색채감이 클래식 애호가들을 끌어당겼고, 현재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네 대의 호른으로 시작되는 강렬한 도입부를 지닌 1악장은 피아노의 화음 속에 제1바이올린과 첼로가 펼치는 호탕한 주제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어서 제1악장과는 대비되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2악장, 슬라브 춤곡과 같은 굵직한 주제와 치솟듯 화려한 절정을 보이는 3악장까지 총 3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로부터 “완벽한 테크닉과 음악성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찬사를 받은 위엔 지에는 중국 창춘에서 태어나 줄리아드 음악원, 맨해튼 음악학교, 레이크 코모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를 졸업하였다. 반 클라이번, 부소니, 카사그란데, 벡스타인, 상하이, 하마마쓰, 홍콩 등 유수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및 상위 입상한 그는 5대륙 4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약 60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카네기홀, 빈 무지크페라인,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중국 국립공연예술센터 등에서 공연했으며, 뉴욕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중국국립교향악단 등 수백 개 이상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현재 하얼빈음악원 피아노과 학과장, 지린예술대학 피아노과 부학장 및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항저우 페스티벌, 하얼빈 페스티벌 등 네 개의 국제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또 파리 아니마토, 볼차노 부소니, 프랑크푸르트 독일 피아노 어워드 등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여러 국제 대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공연의 후반부에는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음악 중에서 일곱 곡을 발췌 연주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어 베를리오즈는 교향곡, 구노는 오페라, 차이콥스키는 환상 서곡, 프로코피예프는 발레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중 프로코피예프의 발레곡은 심오한 정서 표현과 예리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33년, 타국을 떠돌던 프로코피예프는 1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작풍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 계기가 된 작품이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을 통해 실험주의에서 자연주의로, 모더니즘에서 로맨티시즘으로 복귀한다. 1935년 여름, 전 52곡의 악보를 탈고했으나 극장 측에서 음악이 발레에 적합하지 않다며 계약을 백지화하는 바람에 초연은 무산되었다. 그러자 프로코피예프는 각 일곱 곡으로 이뤄진 두 개의 연주용 모음곡을 만들어 1936년 모스크바, 1937년 레닌그라드에서 각각 발표했다. 이 모음곡들은 큰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1938년 체코에서 이뤄진 발레 초연도 성공을 거뒀다.
전곡 가운데 이번 연주회에서 만나는 곡은 ‘몬터규가와 캐풀렛가’, ‘소녀 줄리엣’, ‘정경’, ‘마드리갈’, ‘줄리엣 무덤 앞의 로미오’, ‘로미오와 줄리엣’, ‘티볼트의 죽음’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 내용과 그에 잘 어울리는 극음악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곡 전반에는 젊은 남녀의 명랑함, 사랑의 열정, 그리고 죽음으로 맞이한 이별의 슬픈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프로코피예프는 두 가문의 어리석은 대결과 복수심이 초래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관찰자 시선으로 구성했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고전적이지만 혁신적인 프로코피예프의 두 작품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의 성격상 희극과 비극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특히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대명사 ‘로미오와 줄리엣’은 줄거리를 떠올리며 들어보면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위엔 지에와의 협연도 기대되며, 앞으로도 대구시향은 국내외 뛰어난 신진 연주자, 콩쿠르 수상자 등과 함께하는 수준 높은 무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향 <제502회 정기연주회>는 ‘2‧28민주운동 64주년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2.28민주운동은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꼽히며, 지난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2.28민주운동 기념일에 앞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2.28민주운동 기념일을 상기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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