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소설 숙희 딸을 펴냈다. 박지영 지음, 292쪽 분량의 장편소설로, 버려짐과 폭력, 결핍을 견뎌온 세 여성의 삶을 따라가며 ‘딸’이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를 다시 묻는다.

작품은 연실, 숙희, 복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새벽 위판장에서 리어카를 끌고 나오는 연실의 현재는 평탄하지 않았던 과거와 맞닿아 있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며 떠돌아야 했던 기억과 어머니에게서조차 외면받았던 경험은 연실을 일찍 어른으로 만들었다. 그런 연실을 품어준 인물이 숙희다.

숙희는 섬에서 홀어머니와 살다 큰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후 뭍에 올라 여러 부당함을 견디며 삶을 이어온 인물이다. 숙희가 연실을 거두기로 한 선택은 일방적인 연민이 아니라, 유사한 고통을 지나온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 결과로 그려진다. 혈연은 없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모녀 관계는 그렇게 형성된다.

소설은 여성들의 상처를 자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버텨왔는지에 시선을 둔다. 연실이 숙희의 낡은 가계부에서 발견하는 문장, ‘내 딸, 연실이 보아라! 네가 내 딸이라 고맙고 또 고맙다’는 작품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만들어진 가족의 의미가 이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이야기는 또 다른 인물 복미로 확장된다. 복미 역시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로, 연실과 숙희의 서사에 연결되며 또 하나의 ‘딸’의 얼굴을 형성한다. 작품은 이들을 통해 가족이라는 구조를 재사유하게 하며, 인물들이 평생 붙들고 살아온 작지만 본질적인 순간들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그 서사의 중심에는 ‘관계가 사람을 어떻게 지키는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숙희 딸’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소설 ‘숙희 딸’은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넘어 서로를 선택하고 지켜온 여성들의 관계를 통해, ‘딸’이라는 이름이 지닌 정서적 의미를 조용히 확장해 나가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