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가 이경환의 첫 에세이 나를 빚는 시간이 비전비엔피 애플북스에서 출간됐다. 도예가이자 모델,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온 저자가 흙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기록으로, 작업실 안에서 축적된 사유를 차분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나를 빚는 시간’은 완벽함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온 한 예술가가 흙과 마주한 경험을 중심에 둔다. 저자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급함과 불안이 곧바로 형태의 흔들림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반복해 마주하며, 멈춤과 고요가 오히려 단단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감각을 체득했다고 말한다. 흙이 불을 피하지 않고 견뎌내며 완성되듯, 인간 역시 불안과 시련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결을 갖게 된다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에세이는 성공담이나 성취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찌그러진 컵을 바라보며 그 자체의 쓰임을 발견하는 시선, 완성되지 않은 하루 또한 다음을 위한 과정이라는 태도를 담담히 기록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반복된 체험에서 비롯된 결론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백아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흙을 다듬고 굽는 일상을 이어왔다. K현대미술관, 서울신라호텔, Corner Gallery, Conte.B 등에서 전시를 열고, 2025년에는 중국 징더전 국제 도예 워크숍 ‘Center in Motion’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여하며 작업의 폭을 넓혔다. SNS를 전시장처럼 활용해 작업의 과정과 감정의 흐름을 공유해온 이력 역시 이 책의 배경을 이룬다.

‘나를 빚는 시간’은 흙을 빚는 행위와 삶을 살아내는 태도를 나란히 놓으며, 불안과 흔들림을 실패가 아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의 기준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의 속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편, 이 책은 도예가 이경환이 예술가 이전에 ‘사람’으로서 남긴 첫 기록으로, 완벽한 모양보다 나다운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조용히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