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SUN이 안향림 작가의 기행집 발리에서 나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인생의 하산길에 접어든 작가가 60년간 마음에 품어온 ‘꿈의 섬’ 발리를 찾아 떠나며, 잃어버린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발리에서 나를 만나다’는 풍경 중심의 여행기가 아니라, 뜨거운 햇살과 신전의 고요, 발리 사람들의 삶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개인적 순례기다. 작가는 일흔일곱의 나이에 접어든 2025년 신년 초하루, 사춘기 시절 영화 ‘남태평양’을 통해 품었던 ‘언젠가 발리에 가겠다’는 다짐을 실현하며 오랜 숙원을 풀어낸다.
작가가 발리에서 찾고자 한 대상은 ‘순이’로 불리는 순수한 자아다. 여행 과정에서 그는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더듬으며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시절의 자신과 동생을 차례로 마주한다. 특히 발리의 마사지숍에서 경험한 장면을 계기로, 사라진 줄 알았던 ‘순이’가 여전히 자신의 내면에서 살아 있음을 발견하며 치유의 서사를 완성한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순이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는 발리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유년 시절의 기억을 풀어낸다. 2부 ‘신들의 땅, 발리에서 배운 삶의 방식’은 힌두교 신앙과 신전 순례를 통해 발리의 정신세계를 조명한다. 3부 ‘발리에서 나를 마주하다’에서는 가족사와 개인적 상처를 정면으로 꺼내 보이며, 4부 ‘발리의 문화 속으로’는 발리의 일상과 예술, 생활문화를 따라간다. 5부 ‘발리에서 한국을 보다’에서는 발리 사회의 구조와 제도를 통해 한국 사회와 개인의 삶을 성찰한다.
안향림 작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오랜 기간 학계와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가톨릭 의대 부속 병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육군사관학교 강사, 대학 교수 등을 지내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축적해 왔다. 이번 기행집에서도 그러한 시선은 여행의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삶과 죽음, 기억과 치유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을 감사히 맞이하는 태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노을이 저무는 풍경과 함께 삶을 돌아보는 작가의 문장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선 독자에게도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한편, ‘발리에서 나를 만나다’는 늦은 나이에 떠난 여행을 통해 순수한 자아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기행집으로, 여행과 회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완성과 치유를 사유하는 기록으로 독자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