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 원리를 밝혀낸 멘델의 완두콩 교배 실험, 초파리 눈 색깔의 비밀을 규명한 모건의 실험, 세포가 분열하는 결정적 순간까지. 교과서에서 이들 실험은 대부분 한 장의 그림이나 도식으로 요약된다. 실험의 과정과 긴장감, 발견의 순간은 빠진 채 결과만 남는 방식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 출간됐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 출신이자 과학 유튜버로 활동 중인 수상한생선(김준연)이 실험 중심의 과학 교과서 『숏과서』를 펴냈다. ‘숏폼으로 보는 과학 교과서’를 표방한 이 책은 교과서 속 고전 실험 21가지를 직접 수행하고 촬영한 실험 기반 교재다.

‘숏과서’는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해당 개념이 어떻게 발견됐고, 그 결정적 실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를 실제 실험 장면과 함께 제시한다. 교과서에서 한 컷으로 스쳐 지나가던 실험이 이 책에서는 중심 서사가 되며, 과학 개념이 형성되는 전 과정이 드러난다.

세포 분열이 실제로 어떻게 관찰되는지, 멘델의 실험 결과가 어떤 시행착오 끝에 도출됐는지 등, 기존에 상상으로만 이해해야 했던 장면들이 영상과 이미지로 구현된다. 과학을 암기 과목이 아닌 발견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저자인 김준연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실험 수업을 진행해 온 교사이자, 과학 실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 온 유튜버다. 구독자 65만 명, 누적 조회수 3억3000만 회를 기록한 채널 운영 경험이 이번 책의 토대가 됐다. 실험을 ‘보여주는 과학’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에서 기존 교과서와의 결이 분명히 다르다.

책 전반에는 과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인식이 일관되게 흐른다. ‘학생 때 이런 실험을 직접 봤더라면 과학을 더 좋아했을 것’이라는 시청자 반응은, 이 책이 겨냥한 독자층과 문제의식을 분명히 보여준다.

『숏과서』는 과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독자, 교과서 속 실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학생과 교사 모두를 향해 실험의 현장을 다시 호출한다. 교과서에서 지워졌던 실험의 힘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한편, 『숏과서』는 12월 15일 정식 출간돼 전국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