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언제나 예산이라는 핵심 화두로 수렴된다. 한쪽에서는 늘 부족하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복지정책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인 만큼 이러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중앙정부 정책이 지역의 현실과 그대로 맞닿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복지는 결국 각 지역이 감당해야 할 선택과 예산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조직이 바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치 기반의 법정조직으로, 지역 복지정책의 수립과 심의,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민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공무원과 민간위원이 함께 활동하는 구조를 갖췄다. 제도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실제 운영과 역할은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해 왔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는 책이 출간됐다. 이정식 포천가디언 신문사 논설위원이 집필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논하다’다. 저자는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축적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제도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 현재의 역할과 한계, 향후 발전 방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책의 특징은 이론적 설명에 머물지 않는 데 있다. 실제 실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공문 작성 방식, 회의록과 회의 시나리오 작성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협의체 운영의 현실적 고민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실무자뿐 아니라 관련 공무원, 사회복지 전공 학생, 복지기관 종사자들이 제도의 구조와 기능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복지를 정치와 분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규정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정책은 정권과 정책 기조에 따라 방향과 규모가 달라지며, 거버넌스 역시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그 해답을 민간의 실천과 참여에서 찾으며, 지역복지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현장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논하다’는 지역복지 거버넌스의 구조를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치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전문서다. 지역복지를 둘러싼 예산 논쟁 이면에 놓인 제도적 고민과 실천의 과제를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이 책은 지역복지 정책과 거버넌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제도의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지역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복지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참고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