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이민자를 위한 대한민국 임대주택은 없다』를 펴냈다. 정동훈·이재혁·손녕희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현실과 달리,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여전히 내국인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제조·건설·농축수산 등 필수 산업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그럼에도 공공임대주택 제도는 이주민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6만 호가 넘는 공실이 발생하는 역설이 지속되고 있다. 책은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짚으며 한국 임대주택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가 형성해 온 이민자에 대한 낙인과 정책의 공백, 주거·교육·노동이 분절된 구조를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화와 언론이 고착화한 지역 이미지는 이주민을 ‘보이는 타자’로 남겨두었고,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현실 변화와 괴리를 키워 왔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기업은 숙소 제공 부담을 떠안고, 근로자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머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해외 사례를 통해 주거·교육·노동이 분리된 구조가 어떤 문제를 낳는지 조명하며, 인구 감소 시대에 이주민이 지역사회의 일상적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을 살핀다. 난민 정착 과정, 다문화 교실의 변화, 고려인 마을의 자조 네트워크 등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함께 사는 구조’의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인구 감소 시대의 사회 통합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실 해소와 주거 접근성 확대는 지역 경제와 산업에도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공존을 전제로 한 구조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양성이 일상이 된 시대, 이 책은 ‘누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정책과 현실의 언어로 던진다.

한편, 『이민자를 위한 대한민국 임대주택은 없다』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