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주먹』을 펴냈다. 공권유술 창시자인 강준 관장의 신작인 이 책은 무술을 기술의 축적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철학의 문제로 확장한 무도 인문서다. 싸움을 다루되 폭력이나 승패가 아니라 ‘언제 주먹을 쥐고 언제 내려놓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

『주먹』에는 강준 관장이 직접 그린 13점의 그림과 13개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연필로 그린 낙서 같은 그림에는 주먹이 멈추는 순간과 발끝이 허공을 가르는 찰나, 싸움 이후 남는 침묵이 담겼다. 화려한 기술 설명보다 싸움의 본질이 마음과 선택에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하는 구성이다.

책은 넥크랭크, 암바, 타이밍, 타격 기술 등 실제 격투 장면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기술 해설에 머물지 않는다. 각 기술은 인간의 결단과 두려움, 존엄과 연결되며, 싸움이 곧 삶의 은유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승리가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있지 않고 스스로를 잃지 않는 데 있음을 반복해 강조한다.

공권유술의 철학 역시 책의 중요한 축이다. 공권유술은 ‘이기는 무술’이 아니라 ‘지키는 무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보다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책임을 중시한다. 수련과 대련의 경험을 통해 강함이 공격성이 아니라 통제력과 선택의 문제임을 풀어낸다.

『주먹』은 매트 위의 싸움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관계, 자기 내면의 싸움까지 포괄한다. 무술·예술·철학이 만나는 기록으로, 무술인뿐 아니라 삶의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주먹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주먹』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