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웹툰 시장의 소비 패턴이 2024년 이후 단순 트래픽 경쟁을 넘어 ‘IP 소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은 영미권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 등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영문 단행본 유통과 자체 굿즈숍 ‘클럽젬(Club JEM)’을 연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론칭 1년 만에 월 매출이 5.8배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웹툰 시장이 팬덤 문화를 기반으로 굿즈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온 것과 달리, 북미 만화 시장은 인쇄 단행본이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실물 중심의 소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현지 독자에게 익숙한 단행본을 굿즈 소비의 출발점으로 삼아 IP에 대한 관심을 커머스로 연결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웹툰 IP를 굿즈와 팝업스토어 등으로 확장하는 단계라면, 북미는 웹툰 감상 이후 단행본을 소장하는 패턴이 주류다. 실물 단행본은 팬심을 드러내는 상징이자 취향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이를 기반으로 굿즈 경험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시장 특성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태피툰은 검증된 인기 IP를 앞세워 현지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2023년 펭귄랜덤하우스와 계약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북미 최대 독립 만화 출판사 세븐시즈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로맨스 판타지부터 BL(Boy’s Love)까지 장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이다.

성과는 구독자 충성도가 높은 BL 장르에서 두드러졌다. ‘겨울 지나 벚꽃(Cherry Blossoms After Winter)’은 지난해 11월 아마존 ‘야오이(Yaoi)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현재 4권까지 출간됐다. ‘웻샌드(Wet Sand)’는 같은 부문 17위, 지난해 10월 출간된 ‘디어 도어(DEAR. DOOR)’는 8위에 오르며 현지 팬덤의 관심을 확인했다.

이 같은 단행본 성과는 오프라인 반응으로도 이어졌다. 태피툰은 지난해 8월 열린 ‘애니메 NYC 2025’에서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웹툰 레이블 잉크로어와 함께 ‘킹스메이커(King’s Maker)’ 영문판을 선공개했다. 현장에 마련된 ‘클럽젬’ 부스에서는 주요 인기작의 한정판 굿즈가 연계 판매돼 호응을 얻었다.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의 출판·굿즈 연계 전략은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BL 웹툰 ‘디어 도어’ 영어 단행본 출간 시점에 맞춰 북커버, 북마크, 스티커로 구성된 한정판 굿즈 패키지를 ‘클럽젬’에 출시하자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단행본의 화제성이 굿즈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사례다.

어니스트 우 콘텐츠퍼스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트래픽 경쟁이 치열한 북미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단행본과 한정판 굿즈의 결합은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라며 “북미에서는 웹툰 굿즈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태피툰의 큐레이션과 현지화 출판·유통 노하우를 접목하면 새로운 IP 수익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태피툰은 단행본과 굿즈를 매개로 웹툰 IP의 소장 가치를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북미 웹툰 시장에서 콘텐츠 소비와 커머스를 잇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