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에세이 『누군가를 위한 시간』을 펴냈다. 저자 박군자(필명 군자온)는 30여 년간 피아노 교육자로 살아오며 두 아들을 키워 내고 수많은 제자들의 성장을 지켜본 어머니이자 교육자다. 이 책은 집과 일, 가족과 책임 사이에서 쉼 없이 흘러온 시간의 기록이자,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를 위한 시간』은 성공이나 성취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선생님으로 살아온 일상의 장면들을 차분히 복원한다. 아이들의 첫 음을 지도하던 순간, 학원 운영의 책임, 가족을 중심으로 반복됐던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저자는 늘 ‘누군가를 위한 시간’을 살아왔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그 시간들이 쌓여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책은 가족의 이야기와 두 아들의 성장기, 교육자로서의 삶, 그리고 노년을 향한 사유로 이어진다. 두 아들을 의사와 법학도로 성장시키기까지의 기록은 부모 세대에게는 공감을, 자녀 세대에게는 책임과 기다림의 무게를 전한다. 저자는 헌신을 미화하지도, 희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사랑과 책임, 기다림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 왔는지를 솔직한 언어로 풀어낼 뿐이다.
후반부에서는 ‘존엄한 삶, 존엄한 마무리’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연명의료 결정과 죽음의 준비에 대한 기록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낯선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끌어온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준비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 책의 또 다른 깊이를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이제야 비로소 ‘나를 위한 오늘’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고백이다. 텃밭을 가꾸고 복지관에서 피아노 재능 기부를 하며 삶의 속도를 늦춘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위한 시간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켰다는 깨달음이 조용히 전해진다.
『누군가를 위한 시간』은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서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해 온 온기와 책임의 태도를 담담히 전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모 세대에게는 위로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성찰의 거울을 제시한다.
한편, 『누군가를 위한 시간』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