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용범ㆍ뇌과학자 이하린, “뇌파를 사용하여 음악을 창작할 수 있을까?”

뇌파를 사용한 작곡 알고리즘
스코틀랜드 다중지능여름학회에서 호평받아

이상준 승인 2022.09.01 12:59 | 최종 수정 2022.09.01 13:03 의견 0

“뇌파를 사용하여 음악을 창작할 수 있을까?”

▲뇌과학자 이하린과 작곡가 이용범(왼쪽부터)

독일 막스 플랑크 음악 인지 연구소에 재직 중인 뇌과학자 이하린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재직 중인 작곡가 이용범은 "뇌파를 사용하여 음악을 창작할 수 있을까?"라는 이 작은 질문이 모든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이하린과 이용범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서 개최한 <다중 지능 여름 학회(Diverse Intelligences Summer Institute, 이하 학회)>에서 함께 선보인 뇌파를 사용한 작곡 알고리즘을 선보였으며, 이번 알고리즘은 "뇌파를 사용하여 음악을 창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하고 긍정적인 대답 "YES!(네!)"를 받았다.

▲다중 지능 여름 학회 현장 ©Stephanie Meredith

매년 여름 개최되는 이번 학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 머신러닝 · 진화생태학 · 인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과 협업할 음악, 미술,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선발되어 연구비를 지원 받으며, 3주간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회 현장에서 이들이 선보인 뇌파 작곡 알고리즘은 신선한 시도로 이번 학회에서 호평받았다.

특히 이번에 이들이 선보인 뇌파 작곡 알고리즘은 다윈의 진화론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어 소리의 다양한 특징들을 탐구하며 단계별로 진화시켜 나간다. 단계마다 특정 소리가 정해지는 과정은 청자의 뇌파의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다중 지능 여름 학회에서 발표를 진행 중인 이용범과 이하린

첫 번째 단계에서는 무작위에 의한 음들을 청자에게 들려주어 그 중 특정 뇌파를 가장 강력하게 끌어낼 수 있는 음을 선택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무작위로 선정되는 화음들이 추가되며 이 또한 뇌파의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이어서 음색·리듬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뇌파의 시선을 끄는 소리로 진화하며, 음악이 진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즉 소리의 진화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셈이다. 작곡가 이용범은 "이번 알고리즘은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확장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예술가들의 표현에 새로운 도구를 제시한 뇌 과학자 이하린과 작곡가 이용범은 지난해 독일 라이프치히 테니스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뜻이 맞아 뇌 과학자 알레산드로 브라가(Alessandro Braga)와 함께 뇌파 음악 예술단체 'aiar'를 설립하였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이들은 뇌파 · 인공지능(AI) · 머신러닝을 음악에 도입하는 신선한 시도로 최근 과학계와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라이프치히시의 후원으로 32채널 스피커와 뇌파를 사용해 사람의 꿈을 음악화하는 사운드 인스톨레이션(Sound Installation)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하린과 이용범의 뇌파를 사용한 작곡 알고리즘 자료 화면

한편 이하린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를 거쳐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음악 인지 과학자로 재직 중이며, 이용범은 연세대학교와 빈 국립음악예술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현재는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작곡과 전임강사 및 유럽을 중심으로 현대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클래시안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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