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곡가 김유신과 이상준이 폴란드 현대음악계의 중심 무대 중 하나인 <제54회 포즈난 음악의 봄 국제음악제(International Contemporary Music Festival "Poznań Musical Spring")>와 <바르샤바 국제도서전(Warsaw International Book Fair)>의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돼 신작을 발표한다. 이는 한국의 젊은 작곡가들의 본격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알리는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되며, 김유신과 이상준은 각각 새로운 음악 언어로 현지 관객과 대면한다.
▲작곡가 김유신&작곡가 이상준(왼쪽부터)
동유럽 현대음악의 산실,
포즈난 음악의 봄 국제음악제에 한국 작곡가 초청
1961년 창설된 포즈난 음악의 봄 국제음악제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헨리크 구레츠키 등 폴란드 현대음악의 거장들이 거쳐 간 유서 깊은 무대로, 동유럽 현대음악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대표적 축제다. 실험성과 예술성이 교차하는 포즈난 봄 음악제에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진은숙 이후 처음이다. 유럽 현대음악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지닌 진은숙에 이어, 김유신과 이상준은 각기 다른 음악적 언어로 이 무대에 나서며 차세대 작곡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먼저 김유신은 4월 26일 포즈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oznań Philharmonic Orchestra)와 오케스트라 신작을 발표한다. 포즈난 필하모닉은 1947년 창단된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로, 깊이 있는 해석과 수준 높은 연주로 명성을 쌓아왔다. 김유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전통적 오케스트라 음향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긴장감과 서정성이 공존하는 섬세한 음향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포즈난 음악의 봄 국제음악제 한국 작곡가 공연 포스터
이어지는 4월 28일 이상준은 포즈난 폴란드극장 소속 안트락트 오케스트라(Orkiestra Antraktowa Teatru Polskiego w Poznaniu)와 함께 신작을 초연한다. 1875년 설립된 이 극장은 폴란드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견인해온 예술기관으로, 그 전속 오케스트라는 다채로운 음악 해석에 있어 유연한 감각과 밀도 높은 해석력을 자랑한다.
문학과 음악의 창의적 교차점, 바르샤바 국제 도서전
또한 두 작곡가는 오는 5월 16일, 중부 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으로 손꼽히는 ‘바르샤바 국제도서전(International Warsaw Book Fair)’에도 초청되었다. 금년도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에는 한국이 주빈국(Guest of Honor)로 공식 참여하는 가운데, 이들은 이들은 ‘서정적 메아리: 폴란드 시, 한국의 음색 – 이상준과 김유신의 음악 초상(Lyric Echoes: Polish Poem, Korean Timbre – The Musical Portraits of Sangjun Lee and Youshin Gim)’이라는 제목으로, 폴란드 현대시와 한국 현대음악을 창의적으로 결합한 특별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두 작곡가의 신작이 세계 초연된다.
공연은 폴란드 현대음악을 선도하는 해시태그 앙상블(Hashtag Ensemble)이 맡아, 동시대 음악 언어에 대한 첨예한 해석과 작곡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해시태그 앙상블은 이번 무대에서 두 한국 작곡가의 여섯 작품을 섬세한 미학적 해석으로 풀어내며, 유럽 관객에게 그 음악적 세계를 깊이 있게 전달할 전망이다.
▲바르샤바 국제도서전 포스터
김유신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영월현대음악제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동 중인 그는 폭넓은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준은 계명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뒤 폴란드 국립 쇼팽 음악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제7회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하며 폴란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로 다른 창작 철학을 지닌 이 두 작곡가는 이번 무대에서 한국 현대음악의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증명할 전망이다. 이번 초청은 단순한 국제교류를 넘어, 동시대 음악 담론 속에서 한국 음악이 발화하는 ‘새로운 감수성’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주폴란드한국문화원 이당권 원장은 “두 젊은 작곡가는 유럽 음악 무대에서 예술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으며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들로, 이번 초청은 한국 현대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주폴란드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성사됐다. 폴란드 음악계는 전통과 실험이 공존하는 풍부한 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 현대음악이 이 무대에서 소개되는 것은 단순한 초청을 넘어, 동시대 음악 담론 속에서 한국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김유신과 이상준, 그리고 한국 현대음악은 이번 폴란드 무대를 통해 더욱 깊고 선명한 목소리로 세계 청중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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