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해 기획한 특별전 《염화미소: 인공지능과 문화유산》(Endless Bonds: AI and Korean Heritage)이 지난 7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본 전시는 외교부 국가이미지 제고 사업이자 ‘한국주간(Korea Week)’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인공지능(AI)과 한국 전통문화유산의 융합을 통해 한국의 문화강국 면모와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시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을 문화유산과 첨단 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풀어내며, 런던 시민과 K-컬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막식에는 다양한 국적의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선승혜 원장은 개막식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의 금관을 웹소설체 대화 방식으로 해설하고, 석굴암 본존불 앞에서는 AI 기반의 대화형 감상 경험을 구성했다”며 “AI와의 공진화를 통해 관람객이 보다 감성적이고 몰입도 높은 방식으로 한국문화유산을 체험하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 원장은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와 <금강산에 오르다>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실감형 콘텐츠를 영국 현지에서 처음 소개하게 되어 뜻깊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한국의 정수를 전 세계 시민에게 전달함으로써 문화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 제1부 ‘염화미소’는 조선 정조의 화성행차와 금강산의 실경산수를 실감 영상으로 재현해 한국 미학의 전통미와 자연관을 조명한다. ▲ 제2부 ‘불립문자’에서는 관람객이 인공지능(AI)과 미술사학자의 대화를 기반으로 금관, 석굴암 등 주요 유산을 웹소설체 해설을 통해 몰입감 있게 체험한다. ▲ 제3부 ‘이심전심’은 영국 내 주요 기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의 디지털 아카이빙 현황을 소개하며, AI 해설을 통해 양국 문화유산 간의 연결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관람객들은 <왕의 행차>와 <금강산에 오르다> 콘텐츠를 통해 정조의 통치 철학과 진경산수화의 미학을 체험하는 한편, AI 해설을 바탕으로 금관총 금관, 의궤 등을 영국 왕실 문화유산과 비교해보며 보다 깊이 있는 문화적 이해를 도모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직접 방문이 어려운 금강산을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전시에는 또한 영국박물관, V&A, 영국도서관, 옥스퍼드·캠브리지대학교 등 7개 기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유산의 디지털 이미지도 공개됐다. <옥계사>, <채제공 초상>, 문법 변화를 기록한 고문헌, 18세기 세계지도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희귀 자료가 소개되어 현지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캠브리지대학 세계문명부장 알레산드로 비앙키 박사는 “한국의 날 공동주최 이후 다시 문화원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전시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현지 관람객 에린 코놀리(Erin Connolly)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한국 문화유산을 영국에서 경험할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차재민 주영한국문화원 전시 담당은 “기술을 매개로 유물, 공간, 관람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감상 방식을 시도했다”며 “한국문화유산을 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염화미소: 인공지능과 문화유산》 특별전은 오는 2025년 8월 22일까지 계속되며, 이후에도 다양한 문화 연계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문화유산이 첨단 기술과 결합해 미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문화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창조적 역량과 국격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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