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보기] 조형 예술가 이찬주 “예술과 노동, 꿈, 희망” (인터뷰)

예술과 노동의 경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예술가

꿈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예술가

노수현 기자 승인 2019.05.14 10:31 | 최종 수정 2019.05.14 10:42 의견 0

그의 작품은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체 무엇이 예술이냐 따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 그의 예술은 결국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사장의 의미를 만들고, 열기구집을통해 꿈과 희망을 보여주며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형 예술가 이찬주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미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설치 작업도 하고 그림도 그리지만 여전히 아티스트나 작가로 불리는 것은 어색한 직업이 ‘이찬주’인 이찬주입니다. 공사장과 열기구 집을 만들고 그리는 사람입니다.

 

인터뷰에 왜 응하셨을까요?

인터뷰 요청이 오면 대부분 하는 편입니다. 제가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시화된 작업으로 세상에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로서 사회적인 책임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미술 작품은 전시를 통하지 않으면 이러한 과정이 불가능하죠. 이러한 인터뷰를 통하면 콘텐츠로서 SNS나 지면에 저의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대부분은 응하는 편입니다.

 

좋은 취지로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정적인 질문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질문을 좋아하세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좋아하는 질문이 있다기 보다 궁금해하는 것에는 대부분 대답하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작품을 많이 찾아 봤습니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재료들로 작품을 만드셨고, 요즘은 열기구 형상을 하는 작품을 구성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측면들이 경험적인 부분에서 오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미대를 진학을 하고 군대를 전역한 후에 부모님께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학비도 벌고, 미대를 다니면서 재료들과 서적들을 사야 했어요. 하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었고, 가장 효율적으로 굵고 짧게 일을 하면서 바로바로 돈을 구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일용직 일을 하는 것이었죠. 어렸을 때 선배들과 같이 어시스턴트 일을 한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있어서 그런 곳(공사장)에서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다루는 재료들도 비슷하고, 한두 번 나가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이 만들어지고,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제작이 되는 것이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다른 대학생들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셨네요.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이제까지 해오셨을까요?

동시대에 제 주변에 있는 청년들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고충이나 장벽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가령 예를 들면 500/30이라는 작품은 보증금과 월세를 낼 수 있는 여유가 되지 않아 옥탑방에도 오르지 못하고 ‘나의 자리는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초반에는 회의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를 했었어요. 불안정함에 대해서 말하고, 나는 집을 짓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작 ‘나’ 자신의 집이나 공간은 없다는 것을 표현해냈어요. 스스로 마주한 비 물질적인 벽들을 이야기했어요.

이후에는 조금 확장되었어요. ‘우리들의 삶은 전부 공사 중이다.’라는 이야기죠. 완공을 알 수는 없지만 우리들의 꿈은 공사장처럼 소란스럽고 불안정하지만 무언가를 향해서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전보다는 조금 더 희망찬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경험에서 나와서 시작을 했지만, 저 뿐만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간단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작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냥 숨 쉬는 것처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상투적일 수 있지만 진짜로 그냥 하는 것입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직업이 아니지만 저에게는 이것이 일입니다. 글쎄요… 솔직하게 생각을 깊게 해보진 않았어요.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재미있으니까 하고…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긴 힘드네요. 하지만 같이 미술을 전공한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친구들의 표현에 의하면, 저는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작업이라는 것은 지금을 사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작업 도중에 기다림의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세요?

잘 진행이 되면 엄청 기대가 되죠.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잘 안되면 실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즐겁습니다. 하지만 사실 기다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작업을 또 진행하면서 일을 계속하고 있어서요.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을 해오셨고, 지금도 하고 계십니다.

노동과 예술의 경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정말 한 끗 차이입니다. 제가 경험해온 육체적인 노동들은 특히 조형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똑같이 작업복 입고, 안전화도 신어야 하고, 쓰는 재료들도 비슷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느 공간에 가져가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유명한 예술가라도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이에요.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물건이 필요한 것이지,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 필요하진 않아요. 의식주를 해결하고 먹고사는데 예술작품은 별로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은 예술이라는 프레임이 있어서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직업이 결국 다른 것뿐입니다. 누가 보는 것인지 차이도 있고요.

 

한 끗 차이지만 예술인가 노동인가 논하는 현실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술가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관람객들의 반응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을까요?

몇 년 전에 연남동에서 아티스트 토크를 한 적이 있어요. 작업이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에 한 분이 좀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아버지가 일용직 일을 하셨다고 이야기하시면서 학생 시절에 버스에서 아버지를 마주쳤는데 친구와 함께 있어서 아버지가 부끄러운 마음에 모른 척했던 과거를 들려주셨습니다. 당시에 그분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제 작품과 이야기를 들을 때, 아버지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고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 자리는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분 뿐만 아니라 이찬주 작가님을 작품과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에서 오시는 표현들과 생각들을 전달하셨는데, 앞으로의 이야기도 비슷하게 이어질까요?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은 문학적이고 센스 있는 있는 제목과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 제가 부족해서 힘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시 같은 제목과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에 더욱 문학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로서 저는 작가님을 받아들이는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은데, 방금 이야기해주신 부분이 비슷한 방향으로 느껴집니다. 열기구나 건물과 같은 형상을 제외하고 다른 모습으로 작품이 앞으로 나올까요?

구상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있어요. 인체 위에 구조물이 올라가는 형상입니다. 초창기에는 건물과 구조물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했고, 지금은 열기구 집을 통해 이야기하는 꿈과 희망, 여기에 더해 인간의 모습 위에 있는 구조물들을 통해 직접적인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공간에 담아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 공간을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간 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이찬주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는 어느 방향으로 갈까요?

작업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처럼 동시대에 우리가 마주하는 고충과 장벽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아직은 살만하고 예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당장은 이런 인터뷰들과 콘텐츠들이 온라인에 게시가 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올 때, 굉장히 뿌듯합니다.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질문하신(왜 인터뷰에 응했을까요?) 부분도 이런 연장 선상에 있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 제가 하는 일을 믿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저의 작품들을 관심 있게 좋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찬주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2chanzoo/

[한 번 더 보기]는 작곡가 노수현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가진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전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화 라디오, 앤티크’를 통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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