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쇼룸』의 소설가
마음을 흔드는 소설가
청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소설가
소설가 김의경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다. 장편 『콜센터』에서는 우리 사회의 ‘갑질’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단편소설집 『쇼룸』에서는 다이소와 이케아라는 공간을 통해 가질 수 없는 욕망을 말한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청춘과 시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설가 김의경에게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인터뷰에 왜 응하셨을까요?
그렇게 바쁜 상황도 아니었고, 봄나들이를 하고 싶었는지 (경기도로 이사 간지 얼마 안 됐지만) 서울로 나올 겸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좋아하세요?
사소한 질문들인 것 같아요. 점점 사소한 질문들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잡다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이런 시간을 통해 친해지면 진지한 이야기도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친해질 때는 사소한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호감을 갖는 데는 사소한 질문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소한 질문을 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오늘 오시면서는 어떤 기분으로 오셨나요?
오늘은 좀 개운했던 것 같아요.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 산책시키고, 글도 쓰고… 외출을 하면 기분이 새로워지니 나왔습니다.
공간에 대한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셨는데, 어떤 공간을 좋아하실까요?
공간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노트북이 있고, 반려견이 있고, 음악이 잔잔하게 있는 그런 공간. 지금 그런 공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시기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은 어디서 소설을 쓰시나요?
이사 오기 전에는 동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썼었는데, 이사를 오고 나서는 아직 낯선 공간이라 그런지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도 너무 일상의 공간이 되어버리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소설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일상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면 조금 더 잘 써지는 것 같아요. 카페도 한 곳으로 정해두지 않고, 낯선 곳에 가서 쓰면 조금 더 글을 쓰는 힘이 생겨요.
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소설을) 그냥 지치지 않고 쓰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즐겁게 해왔지만, 아직 지치진 않았지만. 제가 쓴 책을 받으면 아직까지도 어린아이처럼 좋거든요. 이렇게 30년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선 소설(쇼룸, 콜센터)를 읽으면서 ‘아, 정말 작가가 힘들겠구나. 많이 지쳤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까진 지치지 않았다고 하시는 것이 의외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만큼 제 입장에서는 읽기 힘든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아직 등단작을 다 읽지 못했네요.
솔직히 등단작을 쓸 때가 제일 침울해지고 그런 부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저의 소설을 보면서 울기도 하고 그랬거든요.(웃음) 그리고 콜센터 같은 경우에는 (쓸 때) 힘을 빼고 신나게 썼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슬펐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사실 청춘파산보다 수위가 낮은데도 그렇게 느껴지는구나 생각했어요.
혹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소설에는 사실 희망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의도하고 쓰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을 그렇지만, 여러 소설들의 결말에도 희망적인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소설을 비관적으로 끝내고 싶진 않은가 봐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 중에 자살을 하는 작품은 있지만요.(웃음) 근데 그것 빼고는 대부분 희망적이네요. 사람이라는 게 삶에 대한 애착이 크니까요.
‘삶에 대한 애착’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단편소설집 쇼룸을 관통하는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이케아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주셨습니다.
광명 이케아가 개점하는 첫날 혼자 가서 구경했어요. 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제가 이케아에서 만난 사람들이 될 수 있겠네요.(웃음) 물론 제 상상이 대다수지만.
상상조차 실제로 있을 법한 소설과 인물들이었습니다. 『쇼룸』의 자주 등장하는 ‘이케아’ 덕분에 단편 소설들의 인물들이 각각의 소설에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끼리 마주치는 장면들을 많이 넣었었는데, 그것이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뺀 것 같아요. 이케아 개장 첫날 갔지만, 그날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아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주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같은 공간이 아닌 경우도 있어요. 광명 이케아인 경우도 있고, 일산 이케아였던 경우도 있고 그런 부분들도 조금 차이가 있었어요.
경험적인 부분이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다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요즘은 어떤 일상에 집중하고 계실까요?
어떻게든 다음 소설을 쓸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여러가지가 생각나지만, 다음달에는 개요를 쓰고 올해 안에 장편을 하나 쓰겠다 결심을 하고 있어요.(웃음)
제 일상은 굉장히 단조로워요. 강아지 산책시키고, 다이소에 갔다가, 이제는 이케아를 안가지만.(웃음) 가끔 친구들 놀러오면 만나러 가고 (이런 일상을 잘 지내야) 또 소설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출근을 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출퇴근 하는 시간에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있어요.
소설을 쓸 때는 일단은 저돌적으로 초고를 쓰네요. 이후에 (다시 보고) 완전히 버려야하는 경우도 있고 다듬어서 발표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소설을 쓰는 일상은 나와의 싸움 같아요.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다음’은 언제가 될까요?
저는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해요. 보통 ‘다음에 보자’라고 하면 안 보잖아요. (작품도) 다음에 쓰자 하고 쓴 경우가 없더라구요. ‘다음’이라고 하면 2,3년 정도 잡아두고 그 안에 작품을 쓰려고 노력해요.
2,3년이라는 부분때문에 궁금해진 것이 있습니다. 혹시 소설을 쓰실 때 장편과 단편을 나누는 순간이 있을까요?
그 부분도 경계가 흐릿하네요. 어떤 작품은 단편으로 썼다가 장편이 되기도 해요. 충분히 이야기 하지 못한 경우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단편으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네요.
콜센터는 정말 단편으로 못쓴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그 소설이 며칠 안에 일어난 일인데도 처음부터 장편으로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쇼룸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하나의 장편소설이었어요. ‘이케아 소파바꾸기’의 확장 버전이었죠. 소설 속 인물들도 많았고, 내용도 더 많았어요. 하지만 제 소설을 읽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장편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케아를 방문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떠올라서 ‘이케아 소파바꾸기’를 압축적으로 줄이고 나머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하나의 소설집이 되었어요.
완성을 하고 난 후, 소설을 다시 고치는 작업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단편으로 만들기 위해 했던 작업이기에 가능했던 것도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이케아 소파바꾸기’에 나오는 인물은 3명이 아니라 5명이었어요. 근데 마침 그 소설을 쓸 때, 드라마 ‘청춘시대’가 방영하더라고요. 제가 쓰는 소설 속의 인물과 설정이 너무 비슷해서 쇼크를 받아서 포기가 빨랐어요.(웃음) 발표를 해도 표절했다는 말이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꼭 필요했으니 완성을 하고, 독자들이 볼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앞으로도 이런 청춘이야기를 쓰실 예정이 있으실까요?
한 번쯤 더 해볼까 해요. 나중에 50세가 되어서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어요. 지금도 가끔 일을 같이 하면 20대와 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직은 어색하지 않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10년 뒤에는 힘들겠죠. 청춘파산과 콜센터를 포함해서 3부작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하나 더 청춘이야기가 나온다면 마무리하신다는 생각으로 읽어보겠습니다. 혹시 청춘이야기를 넘어서 다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시고 있을까요?
많은 분야에 사실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장애인 활동보조인 코디네이터’를 했었는데 그때의 기억 덕분에 장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계획하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듣기만 해도 마음을 흔드는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청춘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데, 꿈이라는 것은 작가님께 무엇일까요?
20대 때 꿈은 ‘빛’이었어요. 상황이 암울했던 것도 있고,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으면 어떻게 지냈을까 싶기도 해요. 또 그때는 꿈이 크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노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꿈은 삶의 일부 같아요. 제 삶과 균형을 맞춰서 오래도록 글을 쓰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 김의경에게 2018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018년은 저에게 기회의 의미가 있어요. 4년간 글을 발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수림문학상을 타고 소설집도 나오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작년 이후로 평온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네요.(웃음)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이야기를 찾아서 글감을 찾을 예정이고 지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더 보기]는 작곡가 노수현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가진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전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화 라디오, 앤티크’를 통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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