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보이어의 음악은 어렵다. 하지만 아름답다. 속도보다 방향, 방향보다 무엇을 이루는 방식과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보이어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듣지 못한 음악을 향해, 하지만 결국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는 밴드 보이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왜 응하셨을까요?
김동윤 : 이번 앨범이 나온 이후에 저희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계시는 것 같아서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반갑기도 했고요.(웃음)
이용석 : 사실 저희가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진행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런 인터뷰를 통해 ‘보이어’라는 밴드 인원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각자의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느꼈고요.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정리도 되고, 서로가 가야 할 방향을 결정지을 수도 있어서 응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질문을 좋아하세요?
미리 주신 질문지를 다 같이 생각해봤는데, 저희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좋아합니다.
정확한 질문을 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다들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최병호 : 저는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정도 되어갑니다. 졸업을 할 시기에는 사회가 조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밥벌이는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음악가로서의 삶을 생각했을 때도 굉장히 음악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합주, 레슨, 공연을 계속해가면서 지냅니다.
이지현 : 저는 아직 재학 중입니다. 과제도 하고, 팀플도 하고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갑니다.
김동윤 :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요. 주말에는 진부책방이라는 곳에서 음향과 영상, 약간의 기획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요즘이라고 하면 일주일 7일 내내 꽉 눌러 담은 일정으로 지냅니다.
이용석 : 저도 역시 바쁘게 살고 있네요. 최근에는 수영을 하면서 물과 친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 적막함과 고요함을 좋아합니다.
앨범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앨범 제목이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입니다. 콜테스의 동명 소설을 저도 오래전에 읽어보았는데, 여러가지 부분으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타이틀 곡의 제목도 ‘부덕의 소치’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이 작품을 끝까지 듣고 나서야 이 제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고요. 사실, 앨범의 제목도 그렇고, 앨범에서 오는 이미지도 문학적이고 사회적입니다. 앨범의 커버 디자인은 물론이고, 백은선 시인의 서평, 앨범의 컨셉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크게 다가오는데 이러한 부분은 다같이 구상하는 것일까요?
김동윤 : 문학적인 소재와 앨범 커버같은 경우에는 제가 많이 주도를 했어요. 제가 이러한 것들을 하고 싶다고 멤버들에게 물어봤어요. 각자 피드백을 해주었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앨범에 들어간 작품들이 작곡된 시기가 전부 달라요. 결국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한 시기에 가장 많이 생각한 키워드가 ‘친구’였어요. 친구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예술이 콜테스의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이나 애드가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였어요.
앨범의 서평을 써주신 백은선 시인과 이야기 할 때는 “우리가 ‘숲’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좋아하는 같아”라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숲과 친구가 모두 동결되는 작품이 콜테스의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이라고 생각했고, 그 안의 텍스트들과 희극을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앨범 커버 이미지를 봤을 때, 음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앨범의 이미지와 컨셉 또한 노래들과 잘 연결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말 해주신 부분들을 들으니 더 잘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김동윤 : 저희가 곡을 만들 때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독주를 할 때도 뒤에서 반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개의 악기가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의 대부분의 대중가요들이 유려함 보다 자극적인 매력에 집중하는데 비해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에 실린 작품들은 굉장히 유려한 매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의 과정이나 음악의 구성은 들을 때의 유려함보다 어려움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이 밴드만 가지는 연주 과정에서의 특징이 있을까요?
이용석 : 한 명의 솔로 파트가 아니라 다같이 채워져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지도 않는, 그 중간을 찾는 것을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테크닉적으로도 이 팀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밴드를 할 때 보다 흐름이 다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합니다.
혹시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일, 밴드로서 방향성 같은 부분이 있을까요?
이지현 : 사실 저는 원래 이런 음악을 하지는 않았어요. 재즈를 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처음에 팀 제의를 받은 건 아니었어요. 드럼을 하는 병호 오빠가 괜찮은 사람 있는지 제게 물어봐서, 속으로 ‘아, 나는 아니구나’했어요. 근데 ‘내가 했으면 좋겠는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오빠가 ‘네가 할래?’라고 물어서 ‘좋아’라고 바로 말했네요. 멜로디라기보다 분위기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음악이 처음이었어요.
사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다가 ‘이지현의 음악을 듣고 싶어’라고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추억이 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용석 : 질문이 어렵네요.(웃음) 밴드 생활을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연주하는 것이 좋고, 베이스라는 악기가 좋아서 지금까지 해왔는데 특히, 보이어라는 팀을 할 때는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보이어만이 가진 색깔들은 잘 가지고 갔으면 좋겠네요. 밴드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는 않고 그런 상황도 아니지만, 지금의 팀과 함께 밴드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김동윤 : 저는 두 가지 정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와서 밴드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웠어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사람을 많이 만나왔는데, 예술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어요. 이런 친구들이 예술적 성과를 이룰 때마다, 친구들이 자랑스러워요. 이렇게 서로 하는 예술을 존중하고 공유하면서, 친구들이 저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요. 음악을 할 때가 아니더라도
두 번째는 좋은 작품을 쓰는 근육을 기르고 싶어요. 좋은 예술을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영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근육을 키워서 이 분야의 프로가 되고 싶어요. 류이치 사카모토의 라이너 노트에서 이런 글을 봤는데, ‘멈출 때를 아는 예술가가 돼야겠다’라는 문구였어요. 저도 그렇고, 이 밴드도 그렇고 ‘정도’를 아는 예술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도를 아는 예술가’라는 표현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밴드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김동윤 :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지금 작업하는 곡도 이전에 해왔던 곡과는 달라요. 계속 다른 것을 하고 싶기도 해요. 사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법이죠. 누군가 보기에는 비틀거릴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을 때,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되면 좋겠어요.
‘속도가 아니라 방향, 방향을 넘어서 그 것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입니다. 잠시 말씀을 해주셨는데, 다음 앨범이나 작품은 이번처럼 문학적 텍스트랑 연관이 있을까요?
김동윤 : 사실 이번 앨범에 문학적 텍스트를 차용하면서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그러면 ‘다음은 영화로 해야 하나? 무엇으로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제 모습이 너무 전략적으로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됐어요. 제가 되게 의지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 친구는 ‘그냥 생각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장르의 교류 혹은 소비 같은 것이 자주 되풀이되면 그곳에서 오는 감정도 익숙해져서 마모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도 올해 안에 무엇을 해볼 생각은 있어요.
밴드 보이어에게 공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떠한 말이든 괜찮습니다.
이지현 : 공연을 할 때 누군가가 내가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과 희열감이 있습니다. 혼자서 연습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하나는 ‘아직 음악을 그만두지 않았다’라는 것을 알리는 의미도 있네요.
김동윤 : 공연을 할 때, 무대에서는 본성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 올라가면 엄청 노출된 기분이 됩니다. 무대에서는 내가 나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부끄러워집니다. 그래서 이것을 감추기 위해 격렬해지고, 흥분을 하게 됩니다.
최병호 : 보이어에서의 공연의 의미는 일단은 제가 해온 음악과는 다른 음악이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공연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한 명이라도 더 들어줬으면 하는 의미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지현이가 말한 생존 신고의 의미도 있네요.
이용석 : 결국 공연은 보이어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있어야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진 보이어를 불러주는 공연은 잘 없고, 저희가 기획해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연을 해야 저희 가진 에너지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저희 앨범을 사주시고, 스트리밍 해주시고 하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그냥 유튜브로 들으시지’ 생각했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 무엇이든 계속 해갈 생각이고, 사람들이 저희를 소비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예술가가 되겠습니다.
[한 번 더 보기]는 작곡가 노수현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가진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전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화 라디오, 앤티크’를 통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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