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튜디오 무시는 올-라운드 문예지를 표방하는 ‘토이박스 매거진’을 만든다. 텍스트의 한계는 없다고 말하고, 그것의 가능성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들 스스로는 다양한 예술들을 텍스트 혹은 지면에 담아내는 일을 한다고 말하고, 이런 모습은 기존에 쉽게 접하지도, 보지도 못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2호 ‘50%’를 출판하면서 이러한 모습은 더욱 신선하게 자리 잡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앞으로의 문예지는 과연 무엇일까. 오늘의 예술가 ‘토이박스 매거진’을 만드는 문학 스튜디오 무시(이야호, 안지연, 반재윤, 박근태, 이희진)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올-라운드 문예지 ‘토이박스 매거진’을 만드는 문학 스튜디오 무시입니다. 콜라보 실험서로서 토이박스라는 문예지가 기능하기를 꿈꾸는 팀입니다.
인터뷰에 왜 응하셨을까요?
반재윤 : 사실 한참을 고민했어요. 문예지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문예지의 뜻이라고 할까요? 문예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이 ‘토이박스 매거진’을 만들기 전까지 문예지를 잘 몰랐었어요. 문예지라는 것이 문학을 중심으로 예술을 다루는 잡지라는 것을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저희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인터뷰에 응하였습니다.
어떤 질문을 좋아하실까요?
이희진 : 요즘은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 이런 질문을 듣고 싶고, 하고 싶기도 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올 때도 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좀 동의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이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숨쉬는 것도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박근태 : 저도 비슷해요. 친구와 카페에 갔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이제 뭐 해?’ 이런 질문들이 예의인 것 같기도, 관심인 것 같기도 한 구분되지 않는 그런 질문들이 좋습니다. 숨만 쉬어도 이런 질문들은 하루 종일 맴도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답변이네요.
‘토이박스 매거진’은 기존의 저희가 볼 수 있는 문예지와는 모습이 많이 다릅니다. 텍스트가 가지는 가능성과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을 정확하게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잡지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50%’라는 제목의 2호가 나옵니다. 이제까지는 무슨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 ‘50%’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말씀해주 실 수 있을까요?
이야호 : 1호에서는 문학 외의 장르들이 어떻게 지면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이야기 해왔어요. 이후 고민을 거치면서 2호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을 주요 컨셉으로 구성해보았어요. 형식적인 콜라보레이션, 장르간의 콜라보레이션, 소설과 그림, 사진과 시, 시와 무용, 음악 만화 등과 같이 다양한 장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봤어요. 잡지의 형식도 2부에서 4부로 개편이 되었습니다.
반재윤 : 그리고 지금의 2호에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작가 개별 후원’을 시도하고 있어요. 문예지에 참여하는 작가를 독자들이 직접적으로 후원을 할 수 있는 시도를 1호에서 시작하여 2호까지 오고 있어요. 모든 예술인들이 고민하는 예술(문학)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 ‘작가 개별 후원’이라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호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1호에는 어떤 이야기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박근태 : 1호의 주제는 우선 ‘장난-감(感)’이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가지는 문학의 이미지가 많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들이 책상에서 고뇌하는 이미지로 굳어지는데, 사실 예전에는 문학은 유희로서 이용되어 왔는데 그런 즐길 수 있는 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문예창작과를 나왔는데, 문학을 학습과 직업으로서 생각을 한다면 즐길 수 없었어요. 항상 ‘내가 좋은 글을 쓰나?’라는 질문보다 ‘남이 내 글을 욕하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 글을 썼을 때의 그 기분으로 돌아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1호 ‘장난-감(感)’의 이야기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50%’라는 주제의 2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지연 : 2호 ‘50%’에서는 우선 2부에서 4부로 개편했어요. ‘어떻게 문학을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어요. 예를 들면, 문학이 가지고 있는 형식과 형태적인 측면들을 바꿔 본다거나 1호부터 이어져온 콜라보레이션을 조금 더 규모를 키워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반재윤 : 저희가 섭외한 분들(김동식 소설가, 문보영 시인, 우다영 소설가 등)은 기존에도 통통 튀고 색다른 작업들을 해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작가님들이 토이박스를 통해서 ‘어떤 더 새로운 지점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희진 : 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시 하고 싶습니다. 이번 2호에서 작가로서 텍스트의 형태 실험을 조금 진행을 했는데, 필름지를 덧대어서 글을 읽는 방식을 바꾸는 방식이었어요. 작업을 할 당시에, 고등학교 때 같이 살았던 친구이자 글을 쓰는 것을 그만 둔 친구와 함께 작업을 했어요. 아무래도 주제가 50%이다보니, (과거에 같이 살면서)각자의 50과 50을 합쳐도 100이 되지 않거나 넘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시와 소설을 만들었어요. 쓰지 않았던 글을 저의 권유로 다시 써준 친구에게 고맙기도 하고, 저에겐 이번 2호가 주는 의미가 조금 더 있는 것 같아요.
토이박스 매거진을 대표하는 문구인 ‘올-라운드 문예지’라는 표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야구를 통해 어릴 때부터 ‘올-라운드’라는 표현이 굉장히 익숙합니다. 모든 포지션을 다 생각하면서 만든 글러브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표현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요?
이야호 : 제가 생각한 표현입니다. 야구에서 생각한 표현도 맞아요. 스포츠에서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와 비슷하게, 어차피 다양한 장르를 다룬다면 그냥 ‘문예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보다 ‘토이박스 매거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반가운 표현이었습니다.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1호와 2호를 통틀어서 인상적인 작품이 있을까요?
이희진 : 저희 팀원(반재윤)이 작업한 2호에 실려있는 ‘기계’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인공 희곡’입니다. 쉽게 접하지 못할 타국의 언어도 섞여 있고, 인공지능과 함께한 희곡이라 읽는 재미도 있지만, 시각적인 재미도 담겨있는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에요.
박근태 : 1호에 실려있는 ‘예진’님의 음악이에요. 사실 계획에 없는 작품이었는데, 음악을 들으니 마음에 들어서 음악과 시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지면에 싣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시의 한 구절씩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어요. 작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문학스튜디오 무시에게 예술가는 누구일까요?
이희진 : 저는 저라고 생각해요.(웃음) 농담반 진담반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하는데, 모두 각자라고 생각하길 바라서 한 말이었습니다. 사실 예술가를 누가 정의해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상을 받아야 하고, 자격을 얻어야 예술가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토이박스 매거진’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일단 자기 자신부터 믿어야 자신의 작품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항상 자신감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그 순간조차 예술가로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모두가 예술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반재윤 : ‘누군가에게 예술가는 무엇(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일단 마음에 들었어요. 그냥 ‘예술가는 무엇(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서요. 사실 ‘내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예술가잖아요. 하지만 보통은 ‘진정한 예술가는 무엇(누구)인가’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창작활동을 하면 예술가이고 그 진정성은 타인이 논할 필요는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의미가 있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누구든 생각해볼 말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문학 스튜디오가 만들 ‘토이박스 매거진’은 어디로 갈까요?
반재윤 :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렇지만 ‘도착할 수 없는 어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도착이라는 표현은 사실 ‘끝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저희는 어디로 가자고 지금 정해둔 것은 딱히 없어요. 계속 가면서 발견하고 싶고, 콜라보 실험서로서, 올라운드 문예지로서 기능을 하고 싶기 때문에, 결국에는 저희끼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들과 함께 해온 분들과 함께 방향을 만들어갈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토이박스 매거진’을 만드는 문학 스튜디오 무시에게 독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야호 : 저는 독자를 저희와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닮은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 같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만들어가고 싶기도 한 의미입니다.
반재윤 : 저는 단순한데, 3호를 만들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이면, 1호에도 글을 싣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는 글을 쓸 때, 항상 독자들이 생각나요.
이희진 : 가장 가까이하고 싶은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평가든, 감상이든 저희에겐 도움이 되고, 블럭을 쌓아주는 것처럼 그렇게 마련해주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스튜디오 ‘무시’에서 만드는 ‘토이박스 매거진’ 2호 ‘50%’는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과 독립서점 곳곳에 입고될 예정입니다.
[한 번 더 보기]는 작곡가 노수현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가진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전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화 라디오, 앤티크’를 통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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