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이해하는 방식 - 코먼웰스와 리바이어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노수현 객원 기자
승인
2018.12.30 17:27 | 최종 수정 2019.01.01 22:12
의견
0
오늘날 오케스트라의 형태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대 오케스트라의 구성은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정착해왔다. 지휘자 또한 시대와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지만, 그 의미와 역할을 달리하며 함께 상생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이해하는 많은 방식들이 있지만,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사회로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사회로서 현대의 오케스트라는 무엇인가. 아마 이에 대한 답은 토마스 홉스가 제시한 ‘코먼웰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자체로 강력한 군집을 이루는 하나의 공통된 힘을 말하는 코먼웰스, 연주자 개인이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오케스트라. 코먼웰스를 통해서만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는 ‘리바이어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지지 없이는 포디움(podium : 지휘대)에 설 수 없는 ‘지휘자’. 코먼웰스와 리바이어던, 사회로서 투영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휘자는 단원들의 의사결정 혹은 마찰에 의해 사퇴를 종용 받을 수도 있고 종신지휘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계 또한 홉스는 계약의 목적을 넘어서는 행위나 계약에 대한 의무를 지키지 못한다면 리바이어던은 교체될 수 있다고 했다. 절대적이라는 의미는 상황에 따라 변화된다는 것이다.
베를린필은 이러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카라얀이 1989년 물러난 뒤 지금의 단원 투표 체제를 처음 만들어 냈다. 그 결과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상임 지휘자로 선정되었지만, 그는 단원들과의 마찰과 불화로 2002년 스스로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들 스스로 뽑은 최초의 리바이어던은 종신인 줄 알았지만, 그들 모두가 종신의 코먼웰스를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아바도가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자치한 이유는 그가 합리적인 리더(Leader)였기 때문이었지만, 그가 스스로 그 자리를 내려온 것은 보스(Boss)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분명하게 보스인 동시에 리더이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또한 그러하다. 두 단어 모두 수장을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어떤 하나의 형태를 가짐으로써 그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 두 가지 형태가 전적으로 잘 이루어졌을 때, 현대의 오케스트라는 발전과 번영을 이루었다.
토마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통해 사회의 탄생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비록 그 한계는 분명할지 모르지만, 그가 남긴 ‘코먼웰스’와 ‘리바이어던’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유효하게 생각한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그러한 관계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저작권자 ⓒ 클래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