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인과의 대담]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작곡가들과의 만남 ②

이현승 기자 승인 2020.02.06 10:49 | 최종 수정 2020.02.06 12:22 의견 0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세상의 다양한 누군가와 호흡하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작품화시키고 싶어요. - 인터뷰 中

오는 2월 7일(금) 오후 8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SCC홀에서는 10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 작품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4번째 연주회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새로운 창작 가곡을 발표하는 10명의 작곡가 중 이한(경희대학교), 손지윤(한국예술종합학교), 노지예(한양대학교), 신예훈(서울시립대학교), 이상준(계명대학교 쇼팽음악원)을 만나봤다. 그들의 모든 작품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도저히 형용할 수 없었다.

사진제공=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한 : 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이한이라고 합니다!
손지윤 : 안녕하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음악 작곡과에 재학 중인 작곡가 손지윤이라고 합니다. 국악을 전공하고 있지만, 동서양의 구분 없이 작곡의 전반에 관해 공부하고자 음악원 작곡과를 부전공으로 이수하고 있습니다.
노지예 : 안녕하세요. 노지예입니다.
신예훈 : 안녕하세요 이번에 시립대학교 작곡 전공을 졸업하는 신예훈입니다. 현대음악과 전자음악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상준 :  안녕하세요, 작곡가·기획자·언론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 이상준입니다.

▲작곡가 이한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한 : 장난을 좀 쳐보기로 했습니다...예전부터 가사의 전달력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을 좀 비꼬아 보고자 했습니다.
손지윤 : 제 작품은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길>이라는 시를 가사로 사용하였습니다. 시의 원문에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고뇌를 거듭하며 자아 성찰해가는 지식인의 심경이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금 걷고자 하는 길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원활히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하는 저의 굳은 의지를 담았습니다.
노지예 : 이번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발표하는 작품은 윤동주의 시 두 편 <서시>와 <자화상>에 붙인 노래로, 독일 예술가곡의 전통을 잇는 한국 가곡을 목표로 한 작품입니다.
신예훈 : 전자 음향을 더해서 새로운 느낌의 가곡을 만들어보려고 하였습니다. 전자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Delay와 Panning을 중심으로 바리톤과 피아노에 효과를 주었습니다. 현대적인 기법들을 사용하면서 듣기에 비교적 난해하지 않도록 작곡하였습니다.
이상준 : 저는 이태극 시인의 '항아리'와 신동엽 시인의 '산에 언덕에'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손지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한 :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게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것들 질감을 좀 다양하게 살려야 했거든요... 단순하게, 작업을 노동화하여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시도했었습니다. 
손지윤 : 평소에 어떠한 텍스트를 읽을 때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기보단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는 편이라 타인의 해석과 저의 해석이 다른 적이 종종 있습니다. 관객분들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의 심상을 표면적으로 파악하려고 하였으며 성악곡은 연주자분들의 곡 해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곡의 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분위기를 음악 용어로 세세하게 표기하였습니다. 
노지예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악적으로는 독일 예술가곡의 전통을 따르면서 가사는 한국의 서정시를 다루는 작업인 만큼, 한국어가 골치 아픈 부분이었죠. 어순 자체가 달라서 세팅(setting)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강박(Down-beat)에 어떤 단어를 배치하느냐, 서술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등의 여러 고려 사항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국, 의미 전달과 음악 진행 방식에 용이하도록 가사를 약간 수정하니 훨씬 나아진 것 같습니다. 
신예훈 : 반복적이고 미니멀한 피아노를 토대로 산발적으로 쌓아지는 바리톤을 어떻게 쌓아 올릴지 고민이 되었었습니다. Max에서 코딩으로 패치를 짜서 바리톤에 입히는 식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이상준 : ‘산에 언덕에’는 보고 싶은 제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며 담담하게 작곡했던 작품입니다. 전할 수 없는 말을 작품을 통해 전하려고 하니 작곡할 때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저에게 어려웠습니다.

▲작곡가 노지예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이한 : 좀 직관적으로 쓰인 작품이에요. 원하시는 대로 들으시면 됩니다. 어떤 분은 순간적인 인상을, 다른 분은 전체적인 이미지를 듣겠죠. 저는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 
손지윤 : 절망과 상실의 정서로 시작하여 점차 긍정적인 성격을 띠는 시적 심상을 뚜렷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시상의 변화에 따라 밝아지는 곡의 분위기를 중점으로 감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지예 :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단연 가사와 음악의 관계입니다. 가사의 의미 너머에 음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더 의미 있는 감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음악 전체의 기저에서 작동하고 있는 전반적인 형식은 가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피아노 반주 음형(figure)과 그것이 바뀌는 순간의 의미는 무엇 일지와 같은 물음을 가져보는 것은 한층 유의미한 감상을 가능하게 할 것 같습니다. 
신예훈 :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를 흥미롭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을 들으며 제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준 : 딱히 어떤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관객분들이 들어주시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같은 공간에 앉아있지만, 모든 관객은 서로 다른 인간이기에 느끼는 것은 다양하고 서로 판이하게 다를 것 같아요. 다만, 작품 본연의 그대를 들어주세요.

▲작곡가 신예훈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한 :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인간은 각자 저마다의 미적 감각이 있기 때문에 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손지윤 : 작곡을 공부할수록 예술은 어떤 행위나 목표의식이 아니라 인간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을 줄곧 하게 되었습니다. 이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가질수록 저의 상황이나 배경, 심리상태와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좋은 작품’을 ‘창작’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았던 이전의 부담감도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현재의 저에게 예술이란, 예술가와 동행하는 삶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지예 : 단순히 표현 수단이라기에는 예술은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 한 줄로 정의하기는 참 어렵습니다만, 부분적으로 말하면 제게는 아주 큰 퍼즐과 같은 존재입니다. 예술이 인간에게 필요한 까닭이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답을 찾고자 하죠. 
신예훈 :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준 : 내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대한 궁금증, 나의 존재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며 자연스레 ‘예술’과 만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변한다면 또 예술에 대한 생각은 바뀌겠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고 스스로 소화해 제 작품으로 소개하고, 나의 존재에 대한 탐구 결과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현재 저의 예술입니다.

▲작곡가 이상준, ⓒ살롱드한양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이한 : 좀 다양한 맛이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마치 코스요리처럼요.(비싸든 싸든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이것이 다소 정신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요즘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손지윤 :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이 어려워하는 현대음악을 즐겨 듣지만 보편적 감수성은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에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음악에 있어서의 기술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중간 지점을 타협해가는 것이 작곡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하고 순간의 감정을 그릇되게 꾸미거나 가감 없이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지예 : 널리 연주되고 소비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으면서도 단지 거기서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생의 대부분은 결국 앞서 언급한바 ‘인간에게 왜 음악이 필요한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미약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의미를 제공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신예훈 :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해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대중들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상준 :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세상의 다양한 누군가와 호흡하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작품화시키고 싶어요. 그것이 제가 작곡가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상준으로서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포스터<br>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포스터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이한 : 그저 즐겨주세요. 음악은 음악으로서 경험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손지윤 : 연초부터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품을 감상하시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지예 : 이 작품을 향한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자리를 통해 윤동주라는 인물을 다시 기억해보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관객 여러분께 드리는 각자의 감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개로서의 작품이 되길 소망합니다. 
신예훈 : 이번 연주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길 바라요. 다음에 있을 연주회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준 : 이번 여로 연주회를 통해 사람들이 작금의 시대에 작곡되고 있는 음악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길 소망해요.


한편 한편 작곡가 이한ㆍ손지윤ㆍ노지예ㆍ신예훈ㆍ이상준이 참여하는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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