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인과의 대담]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작곡가들과의 만남 ⓛ

이현승 기자 승인 2020.02.05 16:55 | 최종 수정 2020.02.06 10:49 의견 0

꿈꾸는 자들은 세상에 꼭 필요합니다. 그들로 인해 세상은 발전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꿈을 택한 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 中

오는 2월 7일(금) 오후 8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SCC홀에서는 10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 작품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4번째 연주회이다.

오늘 클래시안은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서 새로운 창작 가곡을 발표하는 10명의 작곡가 중 박채윤(중앙대학교), 심해원(숙명여자대학교), 김해진(한국예술종합학교), 엄찬우(부산대학교), 김정현(국민대학교)을 만나봤다. 그들의 모든 작품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에 관한 열정은 도저히 형용할 수 없었다.

사진제공=현대음악창작단체여로

안녕하세요, 소개를 간단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채윤 :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작곡과에 재학 중인 박채윤입니다.
심해원 :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에 재학 중인 심해원이라고 합니다.
김해진 : 안녕하세요, 저는 ‘줄광대’를 작곡한 김해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음악작곡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엄찬우 : 안녕하세요,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엄찬우입니다. 이번 <여로 창작 가곡의 밤>을 통해 처음으로 제 곡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김정현 : 저는 김정현이고요, 이번에 국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유학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작곡가 박채윤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채윤 : 20세기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로르카의 ‘나의 손으로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이라는 시로 곡을 썼어요. 사실 제 곡은 가곡이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나 뮤지컬 곡에 가까운 곡이에요. 장르라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조금 더 대중적인 요소를 사용했습니다. 성악가가 아닌 뮤지컬 배우가 연주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심해원 : 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곡으로 , 시의 전반적으로 뿜어내고 있는 어둡고 슬픈 느낌을 담으려 노력했던 작품입니다.
김해진 : 이 작품은 궁궐 나례축제에서 외줄을 타는 줄광대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 속 줄광대는 안정적 직장이라는 현실과 이루고 싶은 꿈 사이에서 꿈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작품의 첫머리, 줄에 오른 줄광대는 본인의 팔자를 애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추녀마루 끝 잡상에 빗대어 비관합니다. 곧 그 절망은 아슬아슬한 긴장으로 변화되는데, 줄 위를 살금살금 걷는 발짓과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모양새가 음의 움직임으로 묘사됩니다. 마침내 찬 공기를 베어내며 뛰어오른 줄광대는 희열과 자기 충만감을 느끼며 줄 놀음이 자신의 천직임을 깨닫습니다.
엄찬우 : 이 작품은 이상의 난해시 ‘오감도 시제 1호’에 음악을 붙인 작품입니다. 시의 중심 내용인 ‘13인의 아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2음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김정현 : 제가 쓴 곡은 에드거 앨런 포가 쓴 시인 입니다. 화자는 사랑했던 여인인 레노어(Lenore)를 잃은 슬픔을 그에 집에 날아든 갈가마귀(Raven)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음악을 쓰고 싶었는데, 거기에 알맞은 시이고, 게다가 길이도 길어서 욕심내서 쓰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심해원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박채윤 : 외국 시를 한국어로 번역한 거라, 노랫말처럼 운율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 점이 고비였어요. 가곡의 틀을 벗어나서 리듬을 쪼개고, 필요에 따라 시어 몇 개를 삭제하다 보니 이 점은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의 내용이 많이 무거웠는데, 분위기 자체를 곡에 눌러 담다 보니 생각이 막혀 애를 먹은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저희 연주자들의 소중한 조언들 덕분에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답니다.(하하)
심해원 : 사실 이번 여로 창작 가곡에 참여하게 되면서 "실력 있는 작곡가님들 사이에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작곡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가곡을 만들면서 예쁘고,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김해진 : 가사로 할 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적당한 길이에, 적당히 운율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제도 마음에 드는 시들은 이미 가곡으로 작곡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전통 운율인 4 음보를 사용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적합한 시를 찾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직접 시를 쓰게 되었는데, 곡을 입히는 것보다 시를 쓰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시를 쓰는 동안 악상과 악곡 구조가 함께 떠오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소 저의 생각을 주제로 하다 보니 시를 음악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졌습니다.
엄찬우 : 이 곡을 쓰면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시각적 요소’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같은 문장을 집요하게 반복하면서 생기는 시각적인 강박을 청각적으로 번역하며, 동시에 음악적인 드라마를 전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곡했습니다.
김정현 : 역시나 현대음악이라서 난이도가 있고 곡도 길어서 연주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해결하는 과정에서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김해진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박채윤 : 음악에서 느껴지는 흘러가는 감정들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주관적이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심해원 : 가사에 조금 더 집중하여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김해진 : 줄타기의 이미지, 영상을 마음속으로 그리시면서 청각적으로 묘사된 아슬아슬한 긴장의 상황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줄광대의 심정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화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소재가 전통 연희이다 보니, 음악적 소재도 전통음악에서 가져온 것이 있습니다. 거문고의 강한 술대 타법을 연상시키는 피아노 연주, 줄타기 배경음악인 염불 타령의 음조직과 선율, 전통 가곡의 창법 등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보시면 더 즐거운 감상이 될 것입니다.
엄찬우 : 이 작품은 아주 작은 음 하나와 리듬 하나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모티브가 됩니다. 12개의 음 하나하나가 각각 시 속의 캐릭터라는 생각으로 곡을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현 : 시가 전체적으로 암울하고 약간 무서운(?)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 그 분위기를 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곡가 엄찬우

작곡가님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곡가님들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박채윤 : 너무나 어렵고도 막연한 질문인지라,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아닐까요?
심해원 : 예술이란 설명할 수 없는 미지수라 생각해요.
김해진 : 거창한 질문이라 멋있게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데요.., 많은 학자들이 정의 내렸듯 예술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미적인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뚜렷한 메시지 없이 ‘미적인 방법’에 의한 감각의 경험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경우에도 특정한 '감각적 경험’을 의도한 것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 미적인 방법이 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는가, 얼마나 세련됐는가 등이 예술작품의 질을 결정하겠지만, 어떠한 작품이 예술로서 의미를 갖는 것은 방법적 수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작가적 의도의 유무일 것입니다. 때로는 감상자가 의미를 부여하여 아무 의도 없이 생겨난 것이 예술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예술은 상당히 주관적이니까요. 그래서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엄찬우 : 모든 예술 작품에는 창작자가 살아온 역사, 가치관 등 그 예술가가 인생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반영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예술은 예술가들이 생성하는 일종의 아카이브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현 :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관념이든 사회 현상이든 뭔가를 투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곡가 김정현

그렇다면 작곡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박채윤 : 감정이 담겨있는 포근한 곡을 쓰고 싶어요.
심해원 : 작곡가로서 저는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나 , 시도를 하기에 앞서 겁을 먹거나 스스로 생각해보며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도에는 더욱더 많은 새로운 시도와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들을 접하면서 더욱더 생각의 깊이가 생길 수 있는 겁을 많이 먹지 않고 대담하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해진 : 대학에서는 피리라는 한국 악기를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는 한국 악기와 한국음악의 소재로 작곡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제 음악적 뿌리는 대부분 한국음악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것을 제 무기로 삼아 다양한 장르에 한국음악적 소재를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엄찬우 : 15편의 연작시로 구성된 ‘오감도’에 모두 음악을 입혀 하나의 연가곡으로 완성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학업 및 다른 곡 작업과 병행하는 작곡이 될 예정이라 상당히 긴 시간을 들이는 기획이 되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정성껏 써볼까 합니다.
김정현 :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쓰고 싶지만, 역시나 제일 중요한 것은 곡을 잘 쓰고 싶습니다.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포스터<br>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 포스터

마지막으로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박채윤 :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고 늘 생각합니다. 곡의 해석은 전반적으로 연주자 분들께 맡겼는데, 저보다도 연주자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셔서 만들어 나간 곡이니 소중한 자리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심해원 : 연주회에 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하하)
김해진 : 작품의 주제와 관련되어 관객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시기에 현실과 꿈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작품입니다. 예술작품이나 철학 사조를 만드는 것,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드는 것, 사업체를 설립하 것 등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고독하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이미 검증된 직장에 소속되어 안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꿈꾸는 자들은 세상에 꼭 필요합니다. 그들로 인해 세상은 발전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꿈을 택한 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관객분들도 꿈이 있으시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이뤄보시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엄찬우 : 작곡을 13살 때 처음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그간 제 곡을 연주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직접 쓴 작품을 여러분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니 정말로 기쁩니다. ‘오감도 시제 1호’가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즐거운 감상이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현 : 현대음악 연주회가 많이 생기고 관객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한편 작곡가 박채윤ㆍ심해원ㆍ김해진ㆍ엄찬우ㆍ김정현이 참여하는 <제3회 여로 창작 가곡의 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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