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작곡상 수상자 특집 ② 배동진 -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작곡가?

귀국 후 대학 등에서 강의, 현재 서울챔버오케스트라의 전속작곡가로 활동?
전통 클래식 음악에서부터 테크노 음악이나 국악의 사물놀이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영감을 얻는 작곡가 배동진 2018 일신작곡상 수상

김우빈 기자 승인 2019.03.03 05:19 | 최종 수정 2019.10.23 11:21 의견 0

 

작곡가 배동진

 

작곡을 하는 내가 즐겁고, 연주를 하는 연주자가 즐거우며, 내 음악을 듣는 청중이 즐거워하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이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일신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일신작곡상’의 수상자로 작곡가 배동진과 작곡가 지성민이 선정되었다. 일신작곡상은 한국 음악계의 발전과 현대음악의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일신문화재단이 해마다 시상해 온 상으로, 올해에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작곡계와 비평계의 권위자들에게 후보를 추천 의뢰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백만 원을 수여하고, 일신문화재단이 기획·연주하는 <프리즘 콘서트 시리즈>에서 연주될 새 작품을 위촉한다. 새 작품은 오는 10월 29일 일신홀에서 '앙상블 아인스'의 연주로 초연된다. 이에 클래시안이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두 작곡가를 만나 수상 소감과 작품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 만난 피아노, 돌고 돌아 다시 음악의 길로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 계기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다. 작곡가 배동진에게 그 계기의 첫 시작은 바로 ‘누나’와 ‘피아노’이다.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연대회에서 수상할 만큼 피아노를 아주 잘 쳤던 누나가 피아노 연습을 하면 건반 위에서 재빨리 돌아다니는 손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신기해서 넋 놓았던 어릴 적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 누나를 따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중학교에 진학한 후 학업의 길을 걸으면서 잠시 음악 레슨과 멀어지게 되지만, 틈틈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짓거나 편곡하는 등 음악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고 다시 한번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작곡가 배동진은 작곡에 대해 공부하기로 결심하며 다시 음악의 길을 걷게 된다. “레슨을 받으면서 그간 혼자 공부할 때 가졌던 질문들이 풀리면서 음악을 전보다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정말 좋아하는 걸 공부해서 그런지 힘든지 모르고 했었습니다.” 누나를 따라 피아노에서 시작해 결국 그는 지금의 작곡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다양한 장르에서도 묘한 매력을 찾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데 아이디어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작곡가 배동진은 그런 아이디어를 얻을 때 딱히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고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장르, 특히 테크노 음악이나 국악의 사물놀이 같은 데서 묘한 매력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이미 익히 알던 곡에서도 새로운 점들을 발견한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전통 클래식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곡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 대가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즐겨 들으면서 익히 알던 곡이지만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때론 고전 낭만시대 작품의 숨은 곳에서 오히려 더 신선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같은 곡을 들어도 그 음악을 들을 때의 생각이나 상상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는 그는 제한 없이 다양한 장르에서 흥미로움과 묘한 매력을 발견하여,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고 있다. 

 

직관적으로 풀어내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다

이번 수상을 통해 위촉된 <일신 프리즘 콘서트>를 위한 곡은 물론, 현재 전속작곡가로서 활동 중인 ‘서울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곡 등 많은 신작이 작곡가 배동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수많은 곡을 과연 그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간단한 아이디어나 순간의 흥미로운 음향 등 어디 하나에 꽂히게 되면 그 한 가지를 시작점으로 삼아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 한 가지를 가지고 상상력을 펼쳐 일단 이런저런 단편적 이미지들을 만들어 스케치를 합니다.” 

이후에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재료들 자체가 가지는 효과나 의미, 향하고 있는 방향성 등을 곡 전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어떤 틀로 삼을 수 있을지 가늠해보면서 작품 전체에서부터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그는 설명했다.

“물론 작업을 하는 과정 중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나 결정 등을 바꾸기도 하지만, 처음에 가지게 되었던 작은 아이디어를 일단 직관적으로 풀어낸 후, 그것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려는 방식은 일관되게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없이 고민하며 직관적으로 풀어내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려 노력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의 작품에 담긴 셈이다.

 

즐겁고, 즐거우며, 즐거워하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사람들에게 작곡가 배동진은 어떤 작곡가로 남을까? “우선 작곡을 하는 내가 즐겁고, 연주를 하는 연주자가 즐거우며, 내 음악을 듣는 청중이 즐거워하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이고 싶습니다.”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구현한다기보다 자신이 쓴 음악을 통해 연주자도 청중도 다 같이 공감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음악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는 그는 연주자들과의 리허설이 즐겁고, 관객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3월과 오는 10월에도 일신 프리즘 콘서트를 비롯한 작곡가 배동진의 다양한 곡이 발표된다. 작곡가는 자신의 곡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남긴다고 한다. 그의 노력이 담긴 곡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작곡가 배동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 그라츠음대를 졸업하였다. 국내외 유수의 음악단체들의 위촉으로 작품 활동 중이며, 독일 모짜르트재단 작곡 콩쿨 2등, 제11회 한민족창작음악축전 대상 및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독일 도나우에싱엔 음악축제 Off-Program 'The Next Generation’ 에서 작품선정 발표 등 다양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또한 Ensemble Phorminx, Mutare Ensemble, Ensemble TIMF 그리고 Gangnam Symphony Orchestra 등에 의해서 그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현재는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전속작곡가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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