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곡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효과적인 모티브의 조건

이수홍 작곡가 승인 2019.03.15 11:46 | 최종 수정 2019.03.15 12:08 의견 0

효과적인 모티브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글부터는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 기초적 훈련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작곡 지망생들에게 실제적인 훈련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한다. 학생들의 곡에서 발견되는 기초의 부족함은 화성법, 대위법, 관현악법 등을 포함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먼저 음악적 모티브와 그 발전에 관한 내용부터 다루고자 한다.

모티브란 한 작품에 있어서 가장 작은 음악적 단위이다. 효과적인 모티브는 인상적이며 기억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모티브는 또한 하나의 작품이 형성되기 위한 기초이자 단서이기에 그것이 변형 또는 장식되거나 또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는 경우에도 그 정체성이 인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의 악기, 그리고 같은 음가로 연주되는 C장조 음계를 예로 들어보자. 그것은 지나치게 예측 가능하며 중립적이어서 흥미를 느낄 만한 고유한 성격도, 기억할 만한 특징도 없기 때문에 좋은 모티브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음정이나 리듬에 변화를 주어 일정한 패턴이 생성되거나 악기 편성, 아티큘레이션, 다이나믹 등에 변화를 주어 내적 다양성이 생기면 듣는 이의 호기심이나 기대감을 유발하게 되며 드디어 우리는 그것을 그 모티브의 특징으로 인식하고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작곡가의 의도에 따른 특징과 충분히 기억할 만한 효과가 있는 모티브는 이후 지속적인 발전 기법을 구사하기 위한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모티브는 하나의 음악 작품의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모티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학생들은 작곡의 첫 단계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모티브를 작곡하려면 먼저 작곡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전달하려는지가 머릿속에 정리되고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표현하는 작은 ‘소리 덩어리’ 즉 모티브를 만들 준비가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 안에 있는, 표현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음악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과 고민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 즉, 효과적인 모티브 작곡을 위한 의식적이고 구체적인 탐험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음악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 청감각적 상투성에 대한 의심이나 경계 없이 익숙하고 중립적인 성격의 모티브를 자신의 작품에 바로 사용해버리곤 한다. 그러한 모티브는 마치 주인이 없어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물건과도 같다. 또한 그 모티브는 유기적 구조 속에서의 역할의 불분명함으로 인해 곡 전체를 끌고 갈만한 힘이 부족하여 곧 또 다른 모티브를 필요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작곡의 시작 단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실수를 피하고 효과적인 모티브를 만들기 위해서 몇 가지 연습 방법들을 아래에 소개하였다.

1. 잘 알려진 영상 음악, 또는 극음악 중에 10곡을 선정하여 그 모티브를 발췌하라. 음정, 리듬, 음역, 탬포, 음색, 아티큘레이션 등의 요소들 중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그 모티브의 특징적 정서(기쁨, 유머, 엄숙함, 분노, 향수 등)을 갖도록 하는지 정리해보아라.

2. 모티브들을 가지고 각각 탬포, 음색(악기의 변화), 아티큘레이션, 음역의 변화를 주는 실험을 통해 모티브의 성격이 어떻게 변하는지(강화나 약화, 또는 반전 등) 살펴보아라.

3. 문학 작품, 또는 TV 드라마의 한 인물을 선택하여 그를 묘사하는 모티브를 만들어 보아라. 객관적 청취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들으며 어떻게 들리는지 대화하라. 작곡 기법의 규칙들처럼 작곡가의 의도도 그것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음악이 실제로 “어떻게 들리는가”와 항상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작곡가 이수홍

작곡가 이수홍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이론과를 수석 입학 및 졸업하였으며, 음악저널콩쿠르 대상, 전국환경음악콩쿠르 금상, 서울창작음악제 등 여러 콩쿠르 및 음악제에서 입상하였다. 또한 한국작곡가회 이사, 남태평양 피지 'SUVA YOUTH CHOIR' 음악감독, 앙상블 ‘엘’ 작곡가, 음악선교단체 ‘깊음’, ‘올 댓 첼로’ 작곡가를 역임하였다. 그녀의 작품은 국내외 다양한 연주회에서 연주되고 있으며 단편영화 ‘피아노 치는 남자’, 장편영화 ‘트릭’, 뮤지컬 ‘가족의 정석’에서 작곡으로 참여하였다. 현재는 백석대학원 작곡과 석사과정을 끝내고 음악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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