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극복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리사이틀 개최

지혜성 기자 승인 2019.05.23 18:43 | 최종 수정 2019.05.23 18:48 의견 0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오는 6월 5일(수) 오후 8시 로로스페이스, 6월 12일(수) 오후 8시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나의 왼손; 한 손으로 희망을 연주하다>라는 부제를 가진 본 공연은 뇌졸중을 극복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피아니스트 이훈은 장래가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독일로 향하여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Diplom-Musiklehrer 과정을 수료하였고, 뤼벡 국립음대 AKA Diploma 과정 졸업 및 반주자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네덜란드 Utrecht 국립예술대학 Tweede Phase 과정을 졸업하였다. 또한, 이탈리아 Le muse 콩쿠르, Terme AMA Calabria 콩쿠르 Diploma 수상 등을 거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러던 그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 대학 박사과정에서 논문을 쓰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된다. 혼수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났지만, 후유증으로 왼쪽 뇌의 60%가 손상되어 오른쪽 팔, 다리가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갖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에게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주요 멜로디 라인을 담당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으며, 왼발로 페달을 밟기 위해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리듬을 타기 힘들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아노를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은사님의 도움으로 한 손으로 피아노를 다시 치기로 결심한다. 결국 4년여의 힘겨운 재활 치료를 이겨내고 지난 2016년, 서울 가톨릭 성모병원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가졌다. 연주는 수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의 연주를 통해 감동하고 희망을 얻었다는 환자들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런 의지와 노력을 알게 된 신시내티 대학에서 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이례적으로 그에게 미국에서 7번의 연주회를 마치면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이다. 수많은 시간 자신과 싸워가며 결국 조건을 달성하였고 지난 2017년 박사학위(DMA)를 받게 된다. 이후 매일 재활치료와 피아노 연습을 병행하며 사회적기업 ㈜툴뮤직의 소속 아티스트로 개인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주 때마다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이례적으로 왼손만을 위한 독주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쟁을 겪고 오른팔을 잃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친구였던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한 고도프스키의 ‘Meditation and Elegy’, 오른손 부상의 아픔 속에서 자신을 성찰적으로 바로 보고 그 고통을 승화한 스크랴빈의 아름다운 작품 ‘Prelude and Nocturne Op.9’, 마지막으로 오랜 연주 생활로 오른손이 마비된 클라라를 위해 브람스가 편곡한 작품 바흐-브람스의 ‘Chaconne BWV1004’ 등 왼손만을 위한 피아노 독주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 피아니스트 이훈의 재기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피아니스트 김은희(현,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와 함께 모차르트의 ‘Fantasia K.397’과 번스타인의 세 손을 위한 ‘Bridal Suite in Two Parts’를 연주할 예정이라 관심이 주목된다.

피아니스트 이훈은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을 ‘피아노 연주를 통해 자신과 같이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한다. 그는 다시 한번,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많은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제2의 피아니스트 인생을 살아가게 된 그의 음악엔 어떤 감동이 있을까. 

【서울=클래시안】 지혜성 기자 classian.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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