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으로 마음을 읽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1) 2018년을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이지혜 객원 기자 승인 2018.12.17 16:11 | 최종 수정 2018.12.20 20:14 의견 0
‘미레미레미시레도라’

이 앞부분만 들리면, 너무나 익숙하게 자동적으로 우리 입에서 그 다음 멜로디가 흘러나오게 된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어린아이도, 어른들도, 클래식을 잘 몰라도 이 곡만큼은 자신있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곡. 바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엘리제를 위하여’만큼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곡이 또 있을까 싶다. 학교 종소리에, 차가 후진할 때, 때로는 통화 연결음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의식할 틈 없이 우리 뇌리에 깊이 박혀 익숙한 곡이자 친근한 곡이 되었다.

이 곡의 정확한 명칭은 <피아노 솔로를 위한 바가텔 A단조 WoO 59.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베토벤이 사랑하는 엘리제를 위하여 직접 제목을 붙이고 작곡한 곡이다.

제목을 보면 ‘바가텔’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붙어있는데, ‘바가텔’이라는 말은 피아노를 위한 짧은 형식의 소품곡을 말한다.

피아노 학원에서,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클래식 곡이 되어버렸지만 정작 끝까지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곡도 ‘엘리제를 위하여’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익숙해서, 그래서 너무 쉽게 느껴진 것인지 앞부분만 듣고도 이 곡을 다 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곡의 아름다움과 작품성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우리도 어떤 사람을 대할 때, 마치 ‘엘리제를 위하여’에 대한 반응처럼 그렇게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잠깐의 것만 보고 이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판단해버리는 가벼운 행동들 말이다. 그렇게 판단되어지는 것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2018년, 모두가 한 해를 여러 모습으로 정말 치열하게 살아내었을 것이다. 그 치열함의 속도와 보이는 크기는 전부 달라서 누군가는 삶의 일부를 아주 잠깐만 보고 마치 전부를 아는 것처럼 결론을 짓고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과정을 겪어나가고 어떤 모습과 열매로 마무리를 해나갈지 말이다. 그리고 우린 여기에 종종 쉽게 흔들린다. 속상함에 흔들리고, 억울함에 흔들리고, 진짜 그런 것 같아서 흔들린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엘리제를 위하여’는 베토벤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듯 작곡되어진 곡이다. 엘리제를 위한 베토벤의 사랑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게 담겨있는지 곡을 들어보면 읽혀진다.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마음의 문을 열어 내비치는 멜로디는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며,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폭발시키듯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밀고가지 않는다. 다시 처음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보면 곡 자체는 단순하지만 곡의 흐름과 담고 있는 내용은 매우 깊고 풍부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가치 있고 아름답게 지어졌다. 단지 과정 중에 있으며 어떤 멋진 열매를 맺을지는 현재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의 삶은 현재 멋지게 작곡되어졌다. 남이 끝까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나를 끝까지 들어주며 마음과 열정을 다해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오랜 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될 정도로 가치 있음이 증명된 ‘엘리제를 위하여’처럼 분명히 증명되어질 것이다.

2018년,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당신을 응원하고 축복하고 싶다. 당신의 삶이 지금은 조심스럽고 혹은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계속 반복되어지는 것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뒷부분이 연주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 곡을 들고 오게 되었다. 익숙함을 지나 반짝 반짝 빛나고, 진중하고 깊은 발걸음으로 무게 있게 나가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익숙함은 새로운 익숙함이 되어 아름답게 되어있을 것이다.

2018년을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마음담아 보낸다.

'클래식으로 마음을 읽다' 저자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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