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도밍고, 여성 27명 성추행 사과했지만 6억원으로 입막음 시도해

이현승 기자 승인 2020.02.27 09:45 | 최종 수정 2020.02.27 13:29 의견 0

오페라계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79)가 성추행으로 자신을 고발한 여성들에게 6개월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밍고가 본인의 조사를 진행 중인 AGMA(미국음악인조합)에 50만 달러(약 6억 원)를 기부금 형식으로 지급하려 하며 본인과 관련된 보도를 막으려 한 시도가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ATTILA KISBENEDEK / AFP
사진제공=ATTILA KISBENEDEK / AFP

2019년 8월, AP통신은 도밍고가 지난 30년간 최소 9명의 업계 동료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AP통신의 보도 이후 그에게 받은 피해를 밝힌 여성은 총 27명으로 이들은 도밍고가 LA 오페라단과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의 감독으로 있던 시절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프라노 루즈 델 알바 루비오는 3개의 오페라에 출연하게 된 본인에게 도밍고가 늦은 밤 끊임없이 그녀에게 전화했으며, 그녀의 입술에 너무 가까이 키스하고 심지어 그녀를 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비오의 어린 시절 우상이자 오페라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도밍고였으므로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도밍고가 그의 아파트에 루비오를 초대했을 때 도밍고는 또 루비오를 성추행 하려 했고 루비오는 "마에스트로, 나는 이것을 할 수 없어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며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루비오는 그 사건 이후 워싱턴 국립 오페라 무대에 다시는 설 수 없었다.

루비오를 포함한 여러 피해자는 루비오처럼 도밍고는 밤늦은 시간의 전화부터 원치 않았던 성관계 등의 피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도밍고는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 LA 오페라단 등 거대 오페라단에서 예술감독이나 총감독으로 있었다. 이러한 그가 캐스팅 및 제작 권한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도밍고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진심으로 죄송합니다(I am truly sorry)"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그것이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식으로 느끼게 해서는 안되었다”라며, "나의 행동에 큰 책임을 느끼며 이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취재에 따르면 도밍고가 AGMA를 입막음하기 위해 50만 달러(약 6억 원)를 기부금 형식으로 주려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특히 그는 사과만 했을 뿐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연 스케줄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밍고는 스페인 태생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쓰리 테너'로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지며, 전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 연주회에서는 티켓 가격 55만 원으로 당시 연주회 티켓 최고가를 경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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