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인과의 대담] '제3회 여로 젊은 작곡가들의 축제' 작곡가들과의 만남 ②

이상준 기자 승인 2019.05.05 17:42 | 최종 수정 2019.05.05 18:36 의견 0

오는 5월 11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는 10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 작품이 초연된다. 이번 연주회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의 콘서트 시리즈 일환으로 진행되는 12번째 연주회이다.

오늘은 이러한 <제3회 여로 젊은 작곡가들의 축제(Yeoro Young Composers Festival)>에서 새로운 창작 작품을 발표하는 10명의 작곡가 중 권나은(폴란드 국립 쇼팽 음대), 신예훈(서울시립대), 김유나(계명대학교), 노희석(총신대학교), 신유정(계명대학교)을 만나봤다. 그들의 모든 작품은 청춘과 그들 자신을 담고 있었으며, 젊은 작곡가인 그들은 여전히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우선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권나은 : 제 작품 <대취타>의 의미는 옛날에 왕이나 군대가 행진할 때 쓰였던 행진곡입니다. 제가 선택한 브라스라는 재질의 악기들은 대체로 힘이 있고 큰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군과도 잘 어울렸고, 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데에도 적격이었습니다. 이러하듯 멋진 소리의 행진이고, 다채로운 음색들의 변화를 시도한 곡입니다.

신예훈 : 제 작품 <Prelude for Solo Clarinet No.1>은 클라리넷에서 낼 수 있는 다양한 특수기법들을 주제로 작곡했으며, 너무 난해하게 들리지 않도록 소재들을 배치하였습니다.

김유나 : 제 작품 <A Child in the War>은 피아노가 강력하고 리드미컬하게 연주되고, 책 속의 주인공인 몽실이와 아버지를 표현하는 오보에와 바순이 함께 빠르고 느린 템포와 리듬이 어우러져 전쟁의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노희석 : 제 작품 <8 Bagatelles 'Phenomena of Light'>라는 제목을 가졌고, 8개의 짧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바이올린의 여러 주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소 실험적인 음향들을 의도하였으며, 각각 다른 음악적 스타일들을 한 번에 담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신유정 : 제 작품 <조화(調和>)는 12 음렬 특유의 불협화적이면서도 긴장된 느낌의 멜로디에 중간중간 국악적인 멜로디를 첨가한 작품입니다.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진 이 두 개의 선율의 조화로 인한 색다른 느낌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작곡가마다 다양한 의도로 작품을 쓰셨는데요.
혹시 그럼 이번 작품은 어떻게 작곡을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권나은 : 상황이 잘 안 풀리고 답답할 때 우리가 취하는 행동은 “어휴, 답답해”라는 한숨과 함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잖아요? 어떡해서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두드리고 시원하게 문제를 뚫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신예훈 : 요즘 무반주 독주곡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작곡가 Berio의 Sequenza에 영향을 받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김유나 :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6.25전쟁의 배경을 다룬 책인 ‘몽실언니’를 읽게 되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작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희석 : 개인적으로 현악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바이올린 작품을 쓰면서 현에 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신유정 : 평소 조성이나 선법 위주의 곡들만 많이 써서 그런지 이 이외의 소재들로 쓰인 음악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느껴 이번 기회에 다양한 음악적 소재들을 공부하는 목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창작곡을 접하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나요?

권나은 : 클라이맥스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브라스 하면 “아,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포르테시시시모(ffff)의 소리를 기다려주세요. 정교히 섬세하기보단 좀 투박하기도 하면서 정직하고 솔직한 소리가 질서정연하게 나타났다가, 흐트러졌다가, 다시 질서를 만든 후에 공중으로 흩어집니다. 흩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그다음 행진을 위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주세요.

신예훈 : 여러 가지의 일반적이지 않은 소리들을 재밌게 들어주세요. 다만 여러분께 어렵게 다가가는 곡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유나 : 반음계적 음계와 빠른 템포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부분을 통해 전쟁 뒤, 나타나는 아픔과 고통을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 속 “몽실이라는 한 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공감대를 함께 형성하며 들어주세요.

노희석 : 우선은 각각의 표제에 집중해서 들었으면 좋겠고, 작곡자가 어떤 빛들을 상상했는지와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작곡했을지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유정 : 제목처럼 상반된 분위기의 선율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과 동시에 플루트의 목가적이고 중후한 음색도 같이 느끼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실까요?

권나은 : 저라는 사람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정교하지도 않고, 천재도 아닙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정적으로 부유하지도 않지만, 단지 끝내주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삽니다. 이 바보 같은 생각에 동의해주시는 많은 분 덕분에 제가 여전히 계속 새로운 곡을 만들고, 가끔 지휘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러한 것처럼, 현대음악창작단체 여로를 통해서 많은 작곡가와 많은 청중이 지속해서, 그리고 신선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신예훈 : 외부연주는 처음이라 너무 기쁘고 떨리네요. 졸업 전에 좋은 기회를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잘 들어주세요!

김유나 : 음악의 세계는 정말 광범위한 것 같아요. 이러한 광범위한 음악 세계에서 ‘김유나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히 배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음악을 사랑하고 ‘나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노희석 : 대학교에 다니거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작곡가들이 외부에서 연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현대음악창작단체 Yeoro’에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이러한 소중한 연주를 통해서 음악적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 이것이 제 미래에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Yeoro’를 통해 많은 재능있는 작곡가들이 발굴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음악적인 교류를 하는 장으로 발전되기를 바라면서 늘 뒤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신유정 : 이번 연주회에 함께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연주회 당일 작곡가, 연주자, 관객분들 모두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곡가 권나은은 부산예술고등학교 졸업하고, 계명대학교 계명-쇼팽음악원 작곡전공을 거쳐 폴란드 국립 쇼팽음악대학교(UMFC) 작곡전공(사사 Marcin Blazewicz, Dariusz Przybylski) 학사를 졸업하였으며 현재는 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Karis String Orchestra 정기연주회, Koncert Prawykonan KWARTLUDIUM 등 다양한 연주회에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부산음악교육콩쿠르, 글로빌콩쿠르 등 다수 콩쿨에서 입상하였다. 현재는 유럽거주 한국예술인 두레 ‘GAMMA SOT(가마솥)’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작곡가 신예훈은 서울시립대학교(사사 이소연, 강중훈)에 재학 중이며, 제21회 글로빌전국음악콩쿨 작곡부문 대학부 은상에 입상하였다.

▲작곡가 김유나는 계명대학교 쇼팽음악원 작곡전공에 재학 중이다. 다수의 쇼팽 연구발표회와 신록예술제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작곡가 노희석은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 작곡전공을 실기우등으로 졸업하였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New Music Day' 공모와 Yeoro Young Composer Festaval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이 연주되었으며,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 정기연주회 및 여로 창작가곡의 밤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였다. 또한 음악저널콩쿨, 좋은음악작곡전국콩쿠르 등에서 입상을 하였으며, Ensemble mise-en, 대구MBC교향악단, HIM Chamber Choir 등의 그의 작품을 연주하였다. 또한 현재 미완성출판사 전속작곡가, 빛나라출판사 전속편곡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음악분야에 최종선정되어 제2회 여로창작합창제를 기획하는 과정에 있다. 그의 창작합창곡들은 올해 9월 서울에서 초연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인성음악과 합창음악에 예술적 비전을 두어 활동할 계획이다.

▲작곡가 신유정은 계명대학교 작곡전공(사사 박창민)에 재학 중이다. 다수의 교내 연구발표회와 신록예술제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젊은 음악인과의 대담]은 작곡가 이상준이 젊은 음악인들이 가진 색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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